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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날 기다리라고 하였남?-1

2007년 6월말 다녀온 캐나디언 록키 투어 마지막 날에서야 내 눈에 들어왔던 사람에게서 이제나 저제나 소식이 오길 기다려 온지도 반년 넘게 세월이 흘렀다. 그녀의 호기심에 가득 찬 상기된 얼굴을 보면서 의심할 여지도 없이 꼭 연락을 해줄 거라 굳게 믿고서 내 이메일과 카페를 어찌 찾아오는 것만 알려줬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 흔하게 주고받는 이메일 주소를 묻지 않았는지 후회가 막급하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야간열차에서 만났던 어느 여고생과 밤새 얘길 나눈 끝에, 서울에 가서도 다시 만나고 싶어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미적거리다가 전해주지 못하고 서울역에서 낮선 사람마냥 헤어지고 말았었다. 그 후로 다시 만날 때까지 석 달 동안 얼마나 후회를 했었던가. 그때도 다시 찾을 만한 ..

2009년 시카고의 봄

2010년 시카고의 봄은 중국/한국 방문을 하고 와 보니, 초여름으로 변해버렸군요. 그래서 2009년 봄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시카고는 겨울이 유난히 길어서 일 년 중 6개월이 넘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계절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서 오마지 않아도 짧은 봄이 밀려옵니다. 4월이나 5월 초에도 눈이 내렸다가도, 금방 따스해지면, 꽃들도 일제히 만개를 합니다. 여기 향긋한 별목련 피고 또 왜 바람에 시든 꽃잎이 하염없이 질때, 소리새의 '꽃이 피는 날에는'을 들으면 맘이 짠해지지만, 올릴 수가 없군요. 그 대신 Serenade to Spring(일명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가능하여 올립니다. 우리집 뒤뜰에 만개한 별목련 시카고 식물원에 이제야 개나리가 "Korean Abelia Leaf" 라는데, 검..

2008년 초겨울에 성큼 들어선 시카고

* 생뚱맞게 2008년 겨울 식물원의 초겨울 이야기를 올립니다. 요새 찌는 더위가 예사롭지가 않아서 말이예요. 만추가 짙어지더니만, 겨울의 장막이 갑자기 드리워집니다. 미쳐 떨어지지 않은 잎들은 오그라지고, 낙엽져 어디론가 마구 날려갑니다. 이제 텃새가 돼버린 거위들은 반쯤 얼어버린 호수위에..

"붉은 달(Red Moon)"--일본영화

붉은 달(Red Moon)- 2004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은 조선과 중국을 점령하고 드넓은 만주에 수 많은 일본인들을 이주시켰습니다. 그 와중에 일확천금의 꿈을 가지고 이주해온 나미코(토키와 타카코)와 남편 그리고 두 어린 남매. 그녀의 장남은 본토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가 군에 자원 입대하기위해서 돌아옵니다. 그녀의 주조장은 관동군 사령부의 비호하에 사업이 크게 번창하지만, 고위장교인 첫 사랑의 남자와 젊은 정보원과 얽히는 사랑, 증오, 패망, 탈출 등으로 이어지는 삶의 처절한 역전을 맞이합니다.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언뜻 '닥터 지바고의 이미지를 떠오르게합니다. 이 거사는 토키와 다카코(常盤貴子-1972년생)를 12년전인 1998년 3월, 일본 TBS의 드라마,'사랑한다고 말해주오' ..

몽마르뜨르의 추억-2009

J에게, 오랜만입니다. 지난 9월에 유럽 여행중에 빠리를 들렸었습니다. 에펠탑에서 석양에 물드려지는 몽마르뜨르를 바라보면서 예전에 J가 저곳 어느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타협을 반복하며 지낸 인고의 과정을 잠시 생각해봤답니다. 다음날은 샤크레 쾌르 성당과 가난한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거리를 들려봤네요. 처음 만난 때가 모든 게 흑백의 색깔만이 있었던 그 시절에 J의 노래를 통해서 였고, 또 동갑내기에 졸업년도가 72년인 것도 우연은 아녔지요? 그러다가 79년도에 나는 미국으로, J는 자신이 꼭 해야할 일을 하기위해서 홀연히 어려운 길을 떠났고 또 10년도 넘는 파리생활을 통해서 변신을 한 후에 귀국을 하였다는 소문을 접했지요. 난 그 후로 근 30년동안 이곳 시카고에서 이젠 깊은 뿌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