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사색의 오솔길20 친구란? --- Ep 4(完) * 1968년에 모교 도서관에서 과 신입생 인사를 하면서 각자 소개를 할 때, 내가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했는데, 누가 내 옆에 다가와서 “너도 전고 나왔냐? 나도 전고 나왔어-” 하여 동문이라는 걸 알게 되어 친하게 지냈지만, 민수는 먹고살기 바쁜 나보다 상호나 몇 친구와 더불어 술도 자주 마시면서 친하게 지냈다. 나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과 후에 같이 어울려서 술을 마신 적이 별로 없었다. 언젠가 같이 술좌석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자유 분망한 남녀 관계에 대해서 반기를 들었더니 민수는 “얘 좀 봐! 매우 Classic 허네!”-. 그의 아버지는 삼례(예전 이리)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였고 또 어머니도 왜정 때 고등학교를 나온 지식인이어서 그런지 집안이 자유 분망하여서 5남매가 본인들이 하고.. 2024. 12. 27. 친구란? --- Ep 3 * 2023년 11월 말쯤 나를 찾는다는 메시지가 동아 콘텐츠본부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시카고에 산다는 친구 내자의 교우는 부탁을 받고 시카고에서 수소문하였지만, 교회에 가지 않은 데다 비즈니스도 하지 않고 미국회사에 다녔던 나를 찾을 수 없어서, 지난 4월 말에 내가 낸 책과 인터뷰한 기사를 인터넷 검색으로 알았다면서, 치매초기에 심장판막에 결함이 있어서 시한부 삶을 사는 친구가 나를 애타게 찾고 있다고-.나는 기가 막혔다. 1985년쯤 텍사스로 떠났는데 40년 만에 치매가 생기면서 나를 찾는다는 게 어이없을뿐더러 괘씸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도 내 맘이 개운치 못하여 여러 차례 영상통화를 하였지만,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잘 나가다가 존댓말을 쓰고 전화번호를 연신 묻고--. 자신이 전화를 걸지 못하니.. 2024. 12. 22. 친구란? --- Ep 2B * 1973년 여름이나 초가을이었는데, 나는 사귀는 이가 없을 때라 대전 교육사령부로 전속 오기 전에는 가끔 이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언젠가 친구는 사귄다는 한 여인네를 데리고 나와서 인사를 하였다. 대전에는 한국조폐공사가 있어서 수많은 여공이 근무하고 있었고, 게다가 육군 통신학교와 공군 교육사가 있어서 뜨내기 군인과 그곳 아가씨 사이에 희로애락의 애정사가 끝이 없었다. 이 친구가 인사시킨 아가씨도 조폐공사에서 일한다고 하였다. 둘은 매우 다정하게 보였고 결혼까지 할 거라고 하였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 강추위가 몰아치는 2월 초에 내가 전속 오게 되어 하루 저녁을 그 친구의 자취 집에서 머물고 있는데, 그 여자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하고 같이 가서 상의할 게 있다며 그는 매우 초조하게 말했다.. 2024. 12. 21. 친구란? --- Ep 2A * 1968년 1학년 1학기 말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에 잠시 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서로 통하여 친구가 되었다. 속초에서 북으로 가면 토성면 아야진의 작은 포구가 보이는 어촌에서 덕장관리를 하면서 오징어와 명태 말리는 일을 하고, 그의 형은 건어물을 종로와 을지로 6가 사이에 있는 평화시장에 거래하려고 가끔 서울에 들렀다. 나도 한 번 따라가서 그 형님이 사준 맛있는 짜장면도 오랜만에 먹어봤다. 그리고 그 친구는 형이 없는 내가 부럽게도 형이 사준 소형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큰 배터리를 뒤에 묶고서 소중히 가지고 다녔다. 그 형은 훗날 주변 사람들한테 만규 학비 대주니라고 힘들었다고 하였다는데, 만규도 자기도 방학 때 내려가서 학비 벌려고 아르바이트도 했다면서 낯을 붉혔다. 그는 속초고등학교에서 제.. 2024. 12. 17. 친구란? --- Ep1 [거사 주]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들 얘기는 거사의 Factional Essay 책, "어느 남자의 사랑 이야기"에 소개되어 생략하였고, 이번에 연재되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이들이 거사의 방에 찾아 올 확률은 전혀 없기도 하지만, 모든 이의 이름은 가명으로 올렸다.* 이건웅: 내가 태어나고 자란 시골 같은 금암동은 전주시라지만 끝자락 변두리에 있고, 그 동네에 있는 금암초등학교에서 6년 우등/정개근하였고 70명 반 수석을 했었다. 1961년에 6학년 전체 3반에서 대여섯 명이 명문인 전주 북중학교에 응시했는데, 전주 시내에 있는 두엇 명문 초등학교에서 100명 이상이 합격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는 한 명도 합격하지 못하여, 우리는 물론 담임선생님들이 톡톡히 망신을 당하였다. 졸업식도 참석.. 2024. 12. 12. 정약용이 말한 친구란? [거주 주]: 국어사전에서 친구(親舊)의 정의는 "구"라는 단어가 옛이라는 뜻으로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인데, 최근에는 그 정의가 조금 달라져서 오래 사귄 사이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잘 생각해 주고, 배려하며, 이해해 줄 주 아는 사이". 그런데, 나이가 많이 들어서는 그 의미가 탈색되기도 한다. 여기 다산 정약용의 220년 전의 친구론을 살펴봅니다. - 어릴 때는 친구가 보물이었지만, 나이가 들면 가족이 보물이 된다.- 가정이 있으면, 친구들과의 의리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하라. - 만나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친구들과만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알게 된 기간보다는 가치관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지가 중요하다. * 거사는 평생 친구가 한 둘 밖에 없었는데, 그 중 하나는 56년 .. 2024. 9. 5. 정약용에 대한 평가 조선 근대 공학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또한, 정약용은 유형원·성호 이익을 통해서 내려온 실학사상을 한 몸으로 집대성했다. 한국 근세에서 남인학파의 정치적으로 비현실적인 태도에 비하여, 다산은 남인학파 중에서도 다분히 실제적인 경험을 지녔다. 정조 시기 중앙 관리로서의 경력, 지방행정의 경험, 연천(連川) 방면의 암행어사 행각, 청년 시절의 왕환(往還)과 부친의 임소(任所) 견문 등을 바탕으로 강진 다산초당에서 귀양살이를 하며 자신의 학문·사상을 체계화해 정리할 수 있었다. 다른 실학자들처럼 성리학·천문·지리·역상(曆象)·산학(算學)·의복(醫卜)에 관련된 저서는 물론 《경세유표》와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은 모두 ‘다산학’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경제·사상의 총괄 편으로 정박.. 2024. 9. 5. 강화 외포리 단상-2004 [거사 주]: 천체의 움직임을 잘 몰랐던 시대에 인간이 만든 달력에 의존하여 흐르지도 않는 그 숫자 놀음인 세월이 흐르면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좋던 그렇지 않던 추억도 모두 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버티고 있는 게죠. 그 희미한 기억은 언젠가는 그 걸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모두 다 스러지는 날도 오겠죠? 예전에 자주 들리시던 식구들도 한 둘씩 집안에 변고가 생기면서 흔적만 남기고 모두 떠나갔답니다. 여기 "강화 외포리 단상-2004"은 "동구밖"이란 카페에 이 거사의 옛 아이디인 "금암"으로 올린 걸 그때 방장님이 영상으로 만들어 주신 겁니다. 그 동영상을 후에 유튜브에 올려서 다행히 남아 있군요. 몇 년 후에 잘 돌아가던 카페는 방장의 개인 사정으로 문을 닫는 바람에 아쉬움이 컸답니다. --.. 2023. 10. 8. 大器晩成 과 大器免成 [거사 주]: 기원전 3, 4백년전에 노자나 후학들이 추가로 정리하여 가상의 인물인 노자를 내세워 도덕경이 저술되었다고도 하는데, 그 진위를 떠나서, 41장의 내용이 21세기의 우주관과 대동소이하여 그저 놀랄 뿐이다.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것이 겨우 5, 6천년전이니 현 일류 탄생이 대략 200 ~ 300,000년 전에 비하면 촌음에 불과하다. 재언하면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노자(Laozi)는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로 도가(道家)의 시조이다.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 자는 담(聃). 초(楚) 나라에서 태어나 주(周) 왕실의 신하가 되었다. 주나라 수장실(守藏室)의 관리로 근무하다가 만년에 서쪽으로 은거하러 가다가 하구관(函谷關)의 관령인 윤희(尹喜.. 2023. 2. 15. "사랑은"(2003) -현숙 현숙의 노래가 맑고 깔끔해서 좋다. "사랑은 누구나 꿈꾸기에 사랑은 영원할 수밖에-" 이게 무슨 의미인지 좀 생각해 봤는데, 감이 안 잡힌다. "누구나 꿈꾸기에 영원할 수밖에-". 나는 아직도 그 뜻을 잘 모르겠다. 사랑은 누구나 꿈꾸기에 사랑은 영원할수 밖에 사랑은 안갯속에 숨겨진 너를 닮은 모습일 거야 사랑은 누구나 가슴속에 그릴 수 있는 그림 같은 것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끝을 알 수 없는 그리움 내가 머물 수 있게 조금씩 너의 마음을 내게 보여줘 아! 사랑이란 진정 잊기 어려운 기억 속에 머무는 긴 그림자 아! 이별이란 또 다른 모습으로 낯 설은 타인처럼 다가오고 비어 있는 마음속 깊은 곳에 채울 수 있는 그런 만남을 원했어요 > 내가 머물 수 있게 조금씩 너의 마음을 내게 보여줘 아! 사랑이란.. 2023. 2.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