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사랑 타령 14

아포 "고향집" 옥란이는 - "어느 남자의 사랑 이야기"에서

*무려 반 세기 전 일이다. 1973년 10월 -. 올 2023년 10월에 들어서니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면서 그 시절이 나도 모르게 생각이 난다. 파견대 입구의 색색으로 만발한 코스모스가 굉음을 내고 질주하는 고속버스의 후류에 마구 흔들어대는 모습, 새파란 하늘아래 윗도리를 벗어던지고 배구하는 젊은 병사들의 모습, 그 모습들이 내 좁은 뇌리에 생생하게 저며 있는데, 야속한 세월은 이리도 엄청나게 흐르고 마는구나! 이용복의 노랫말을 인용하면서 잊으라면 잊겠어요, 당신이 잊으라시면, ---, 옥란이는 술이 취해서 더 이상 편지를 쓸 수 없습니다 ---.라고 연필로 또박또박 쓴 편지를 받았다. 경상북도 아포에서 좀 더 내려가면 구미가 있고 다음에 왜관이 있다. 도저히 괴로워서 거기에는 더 있을 수가 없어서, ..

방화 "별들의 고향"- 영원한 사랑이란?

2009년에 첨 올렸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음원도 지워져서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이제 원 작가인 최인호 님도 그리고 신성일도 이미 먼 길을 떠나버린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OST 대부분을 작사/작곡한 이장희의 노래도 일품이었는데,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가 그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하였습니다. 성공한 사랑의 열매는 결혼이런가? 그러나 그 결혼생활이라는 게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게 해 줄 것인가? 어떤 결혼은 불과 며칠도 넘지 못한다. 그리 쉽게 변질되는 게 사랑일까? 우리는 그 사랑의 영원함에 대해서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혹자의 말대로, 오감으로 들러 온 자극이 대뇌에 감성의 화학적 돌기를 만들고, 얼마 후 그 돌기가 풀어지면서 사랑의 감정도 ..

정철의 살송곳과 진옥의 골풀무

송강 정철(鄭澈:1536년(중종 31) ~ 1593년(선조 26))이 56세에 평안도 강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진옥(眞玉)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정철이 홀로 방에 누워, 쓸쓸히 사색에 잠겨있는데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그는 누운 채로, 황급히 대답하자,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방에 들어섰다. 여인은 하얀 모시옷을 입은 절세미인이었고 정철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여인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정철에게 또박또박 말한다. “죄송합니다. 당돌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소첩은 진옥이라 하옵고, 기적에 몸담고 있으며 대감의 명성을 익히 들어 평소에 흠모해 오고 있었습니다.” 정철은 진옥을 보고 세 번 놀란다. 처음은 진옥의 아름다움이고 두 번째는 한 번도 본 적이 ..

♥이루지 못한 사랑♥

2020 황순원 문학촌 / 소나기마을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 대상 작품: 맹 영 숙 / 대구 수성구 ♥ 이루지 못한 사랑 ♥ 어머니 생신날이다. 다섯 자녀가 동생 집에 오랜만에 다 모였다. 어머니 방 창이 열려 있었다. 밤바람이 찰 것 같아 창문을 닫으려고 하니 어머니가 닫지 말라고 하신다. “자정이 되면 남준 씨가 저 전깃줄을 타고 창문으로 들어온다." 아흔을 앞둔 어머니는 남준 씨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알츠하이머 증세로 어머니의 모든 기억은 점점 엉켜버렸다. 그런데 남준 씨의 이름은 물론이고 한국전력에 다녔다는 것도 또렷이 기억하신다. “남준 씨는 나 때문에 결혼도 못했다."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신다. 창문 선반에 돈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 치우려고 하자 손사래 치며 말리신다..

언제까지나 그녀를 기다려야하나?

******* 네이버 카페에 2008년 8월에 올렸던 글입니다 ******* 2007년 6월 말 캐나다 서부 관광 그룹투어 이후로 6개월이 지나는데, 꼭 연락 줄 것같이 그러했는데, 맘이 변하고 말았나 보다. 그 날 후로 1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이 생각난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보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 세월이 더 흘러도 만나지 못하면 어찌 할런가? 그런대로 잊혀 갈 것인가? 기다림 그리고 사랑- 현숙 사랑은-현숙 인 연 피천득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 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한 일이 있다. 힘드는..

기다림의 이유 - 김경훈

* 2009-01-08에 첨 올렸는데, 2010-06-07에 이어 2021-08-14에 다시 올립니다.* 김경훈(1962년 제주): '중년에 찾아든 그리움', '중년의 가슴'을 통해서, 뒤늦게 사랑이 싻튼 애절한 맘을 표출하지 못한 채, 가정을 지켜려는 한 남자의 아리는 맘을 잘 보여준다. 기다림의 이유 – 김경훈 기다려 달라고 간곡히 말하지 않았는데도 기다리게 만드는 이 당신은 누구십니까 안부도 없이 바람의 노래가 되어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당신은 나의 어떤 노래입니까 차가운 아침 이른 산책길에 허리 굽혀 줏어든 그리움으로 하루를 설레이게 만드는 이 당신은 나의 어느 가슴에서 자라는 알 수 없는 그리움입니까 이유를 모르면서도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 당신은 나의 무엇입니까

그리움은 안개에 젖듯 스며오는데---

2010-08-24에 올린 글인데, 음원이 삭제되어서 다시 유툽영상으로 올렸습니다. 2007년 6월 캐나다 록키여행에서 만난 사람 처음 며칠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가, 마지막 이틀 록키의 절경을 즐기면서, 디카를 찍어달라는 부탁을 여러번 받고, 눈에 들어왔다. - 사진을 정말 잘 찍으셨네요. 구도가 너무 좋아요. - 아주 오랫동안 자주 찍다보니 그런대로 감이 생겼나봐요. 그리곤 또 그냥 스쳤고, 간간히 눈이 마주치면 그냥 씩 웃었다. 그러다가 다음에 내리면, 나도 모르게 둘러봤다. 허지만 서로 동행이 있기에 매번 가까히 할 수 없었다. 아쉬운 일정을 다 끝내고 되돌아 오는 길, 휴게소에서 잠시 마주칠 기회가 있어, 몇 마디 얘길 나눈 끝에 내 카페와 이메일 주소를 건네주며, 여행길이나 시카고에서 찍은 사..

어느 술취한 밤의 국제전화

* 2010년에 올린 글에 지르박 음원을 추가하고 다시 올렸습니다.* 벌써 4년 전인 2006년, 초겨울은 유래 없이 따뜻하였다. 한국도 역시 그러하다는 기사도 봤다. 그 해 연말 파티 모임에 가던 초저녁에는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 비는 아니더라도 제법 세게 뿌리는 비로 인해서 기분이 몹시 설레었다. ‘야, 이거 LA나 Seattle 같구나. 여기 Chicago로 온 후로 12월 중순에 비가 온 건 정말 첨 아냐?’ 하면서 감격에 젖기도 하였다. 허지만, Chicago는 북위 42도에 위치하여 청진과 거의 같은 위치에 있어, 겨울이 길고, 춥기도 하거니와 남한 영토의 근 60%나 되는 거대한 Michigan 호수를 북동쪽에 끼고 있어서 여차하면 호수에서 증발하는 습기가 북동쪽에서 불어 닥치는 찬 공기로 인..

<사랑 이야기> 안 해, 죽어도 안 해! (III)

남자는 불꽃, 여자는 오븐: 석이는 3월초 대전에 있는 공군 기술 교육단에 입소를 며칠 앞두고, 잠시 J시에 내려갔다. 누구한테나 군에 간 다는 게 심난한 일이다. 당분간 식구들도 못 볼 것 같아, 어느 날 오후 여동생하고 외화를 주로 상영하는 오스카 극장이 있는 곳을 향해서 큰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시외버스 터미널을 지나치면서 우연히 앞에 가는 어떤 여인의 뒤를 바라보다가 걷는 자세와 뒷모습이 선옥이와 많이 닮았다는 얘기를 해줬다. 잠시 후 그녀 옆을 스치면서, ‘야, 정말로 옆모습도 똑 같이 닮았어.’ 라고 하였는데, 그녀의 우측을 돌아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가다가 힐끗 그녀를 본 순간,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옆에 따라오는 여동생한테 손짓을 하며, 닮은 게 아니고 바로 그 사람이라고 눈치..

<사랑 이야기> 안 해, 죽어도 안 해!(II)

눈먼 짝사랑 : 그해 석이는 학생회 학술부장을 맡고 있었다. 매년 가을 축제는 학생회 주관의 가장 큰 행사였기에 학술부 소관으로 시화전을 준비하면서 재학생들의 시를 모으고 있었다. 시화에 필요한 그림은 거의 다 그가 그릴 일이었지만, 다양성 있게 준비할 목적으로, 미술 대학출신에게 일부를 부탁하는 것도 좋을 거같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그런 핑계를 염두에 두고, 점심시간 전에 곧바로 그녀의 학교로 부랴부랴 찾아갔다. 학교정문 쪽으로 들어오기 전에 확인을 해둔 어느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겠노라는 쪽지를 같은 방식으로 전해주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밖에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있었다. 얼마후 뜻밖에도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약속된 다방으로 들어섰다. 목매어 기다리던 연인을 보는 거같이 무..

<사랑 이야기> 안 해, 죽어도 안 해!(I)

첫눈에 반했다 : 석이가 선옥을 첨 만난 때는 신촌에서 가정교사를 막 시작할 무렵인 1969년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이었는데, 그 집 친척이라는 한 여대생과 함께 온 그녀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그녀가 미대생이라는 건 물감 케이스를 들고 있는 걸로 봐서 그리 짐작을 하였다. 오른 팔에는 몇 권의 책을 받쳐 들고 손목까지 내려온 실크같이 반짝거리는 엷은 베이지색 상의에 아보카도의 짙은 초록빛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반듯한 이마에 높은 콧날이 중심을 잡고, 짙게 쌍꺼풀진 눈시울아래 여리게 보이는 눈은 잘 익은 포도알같이 보였는데,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약간 작은 듯하지만, 도톰한 매무새의 입술이었다. 올백으로 귀 볼이 동실한 양 귀를 다 내놓으며 반지르하게 ..

너무도 미안했던 대전의 미스 리

30여 년 전 공군생활 4년 반을 총 결산하고 군문을 떠나는 7월 31일이었다. 기억하고도 싶지 않은 기본군사훈련기간을 거치면서 서서히 관물이 되어 갔고, 중위 진급 후 일 년 후면 중간 정점이 되면서 그때부터 그 허물을 벗고 전역 할 때가 되니 사물이 다된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보니 무척 서운해지는 이유는 뭔가? 미운 정 고운 정 다 할 것 없이 정은 어디까지나 정이었나 보다. 그 날 사령부근처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맥주집 아가씨들과도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아 이별주를 마시러 평소에 같이 잘 어울렸던 박 중위와 같이 들렸다. 이제 오늘밤이 지나면, 언제 다시 맘먹고 찾아 올 지도 모를 일이라 저녁회식이 끝나고 9시가 넘어 들렸는데, 그녀는 미니차림으로 뛰어 나오며 호들갑스럽게 여느 때..

누가 날 기다리라고 하였남?-1

2007년 6월말 다녀온 캐나디언 록키 투어 마지막 날에서야 내 눈에 들어왔던 사람에게서 이제나 저제나 소식이 오길 기다려 온지도 반년 넘게 세월이 흘렀다. 그녀의 호기심에 가득 찬 상기된 얼굴을 보면서 의심할 여지도 없이 꼭 연락을 해줄 거라 굳게 믿고서 내 이메일과 카페를 어찌 찾아오는 것만 알려줬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 흔하게 주고받는 이메일 주소를 묻지 않았는지 후회가 막급하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야간열차에서 만났던 어느 여고생과 밤새 얘길 나눈 끝에, 서울에 가서도 다시 만나고 싶어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미적거리다가 전해주지 못하고 서울역에서 낮선 사람마냥 헤어지고 말았었다. 그 후로 다시 만날 때까지 석 달 동안 얼마나 후회를 했었던가. 그때도 다시 찾을 만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