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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당/사랑 타령15

<사랑 이야기> 안 해, 죽어도 안 해! (III) 남자는 불꽃, 여자는 오븐: 석이는 3월초 대전에 있는 공군 기술 교육단에 입소를 며칠 앞두고, 잠시 J시에 내려갔다. 누구한테나 군에 간 다는 게 심난한 일이다. 당분간 식구들도 못 볼 것 같아, 어느 날 오후 여동생하고 외화를 주로 상영하는 오스카 극장이 있는 곳을 향해서 큰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시외버스 터미널을 지나치면서 우연히 앞에 가는 어떤 여인의 뒤를 바라보다가 걷는 자세와 뒷모습이 선옥이와 많이 닮았다는 얘기를 해줬다. 잠시 후 그녀 옆을 스치면서, ‘야, 정말로 옆모습도 똑 같이 닮았어.’ 라고 하였는데, 그녀의 우측을 돌아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가다가 힐끗 그녀를 본 순간,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옆에 따라오는 여동생한테 손짓을 하며, 닮은 게 아니고 바로 그 사람이라고 눈치.. 2021. 1. 3.
<사랑 이야기> 안 해, 죽어도 안 해!(II) 눈먼 짝사랑 : 그해 석이는 학생회 학술부장을 맡고 있었다. 매년 가을 축제는 학생회 주관의 가장 큰 행사였기에 학술부 소관으로 시화전을 준비하면서 재학생들의 시를 모으고 있었다. 시화에 필요한 그림은 거의 다 그가 그릴 일이었지만, 다양성 있게 준비할 목적으로, 미술 대학출신에게 일부를 부탁하는 것도 좋을 거같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그런 핑계를 염두에 두고, 점심시간 전에 곧바로 그녀의 학교로 부랴부랴 찾아갔다. 학교정문 쪽으로 들어오기 전에 확인을 해둔 어느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겠노라는 쪽지를 같은 방식으로 전해주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밖에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있었다. 얼마후 뜻밖에도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약속된 다방으로 들어섰다. 목매어 기다리던 연인을 보는 거같이 무.. 2021. 1. 3.
<사랑 이야기> 안 해, 죽어도 안 해!(I) 첫눈에 반했다 : 석이가 선옥을 첨 만난 때는 신촌에서 가정교사를 막 시작할 무렵인 1969년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이었는데, 그 집 친척이라는 한 여대생과 함께 온 그녀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그녀가 미대생이라는 건 물감 케이스를 들고 있는 걸로 봐서 그리 짐작을 하였다. 오른 팔에는 몇 권의 책을 받쳐 들고 손목까지 내려온 실크같이 반짝거리는 엷은 베이지색 상의에 아보카도의 짙은 초록빛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반듯한 이마에 높은 콧날이 중심을 잡고, 짙게 쌍꺼풀진 눈시울아래 여리게 보이는 눈은 잘 익은 포도알같이 보였는데,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약간 작은 듯하지만, 도톰한 매무새의 입술이었다. 올백으로 귀 볼이 동실한 양 귀를 다 내놓으며 반지르하게 .. 2021. 1. 3.
누가 날 기다리라고 하였남?-1 2007년 6월말 다녀온 캐나디언 록키 투어 마지막 날에서야 내 눈에 들어왔던 사람에게서 이제나 저제나 소식이 오길 기다려 온지도 반년 넘게 세월이 흘렀다. 그녀의 호기심에 가득 찬 상기된 얼굴을 보면서 의심할 여지도 없이 꼭 연락을 해줄 거라 굳게 믿고서 내 이메일과 카페를 어찌 찾아오는 것만 알려줬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 흔하게 주고받는 이메일 주소를 묻지 않았는지 후회가 막급하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야간열차에서 만났던 어느 여고생과 밤새 얘길 나눈 끝에, 서울에 가서도 다시 만나고 싶어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미적거리다가 전해주지 못하고 서울역에서 낮선 사람마냥 헤어지고 말았었다. 그 후로 다시 만날 때까지 석 달 동안 얼마나 후회를 했었던가. 그때도 다시 찾을 만한 .. 2010. 8. 24.
하루 저녁 풋 정도 정이런가? 벌써 6년전인 2004년 9월 방한때 일이다. 저녁 8시에 온 다는 친구가 길이 막혀서 9시가 넘어서 부평에 왔다. 근 3년만에 그렇게 만났다. 그리고 매제와 마침 방한 중인 남동생과 같이 넷이서 근처 곱창전골을 원조로 잘 한다는 식당에 들러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도 곁들였다. 전에 강원도에 가.. 2010.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