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사랑 타령

정철의 살송곳과 진옥의 골풀무

바람거사 2023. 9. 18. 03:58

송강 정철(鄭澈:1536년(중종 31) ~ 1593년(선조 26)) 56세에 평안도 강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진옥(眞玉)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정철이 홀로 방에 누워, 쓸쓸히 사색에 잠겨있는데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그는 누운 채로, 황급히 대답하자,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방에 들어섰다.

여인은 하얀 모시옷을 입은 절세미인이었고 정철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여인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정철에게 또박또박 말한다.

“죄송합니다. 당돌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소첩은 진옥이라 하옵고, 기적에 몸담고 있으며 대감의 명성을 익히 들어 평소에 흠모해 오고 있었습니다.

정철은 진옥을 보고 세 번 놀란다처음은 진옥의 아름다움이고 두 번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처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여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기생 진옥과 송강 정철의 애정은 마음속 깊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루는 진옥과 정철이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을 거나해진 정철이 노래를 부른다.

진옥(玉)의 옥(玉)이 번옥(燔玉)이라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 임이 분명하구나

나에게 살송곳 있으니 한번 뚫어 볼까 하노라​

 

진옥이 즉시 답한다.

정철(澈)의 철이 섭철(가짜 鐵)인줄 알았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 임이 분명하구나

나에게 골풀무 있으니 한번 녹여 볼까 하노라

 

정철은 기생 진옥을 앞에 두고 네가 네 말로 옥(眞玉의 이름)이라 해서 설마 하고 다시 보니 번옥(燔玉-돌가루를 구워서 만든 가짜 옥 )이 아니라 정말 진옥 (眞玉, 진짜 )이 분명하다면서, 그러면 나에게 살송곳 있으니 너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다고 넌지시 말한다.

이에 화답하는 진옥은  정(鄭澈)을 정철(正鐵)이해서 섭철(가짜 鐵)이 아닐까 하여 다시 보니 정말이다며, 나에게 골풀무 있으니 풀무질로 쇠를 한번 녹여볼까라고 하는 진옥에게 정철은 다시 한번 놀란다. 과히 놀랄만한 비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