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카고의 만추는 아직 영하로 내려가지 않은 탓에 최근 몇 년동안 즐기지 못했던 원색의 단풍을 오랜만에 안겨줘서 매우 잘 즐길 수 있다. 위스컨신이나 스모키 마운틴을 가지 않아도 천연의 노랗고 붉은 단풍을 실컷 본다. 10월에 영하로 떨어져서 단풍이 막 들려고 할 때 얼면 구겨지고 퇴색하여 영~ 볼품이 없는 데 말이다.
우리 동네에서 2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Forest Reserve에서 보통 1시간 반동안 걷는데, 10/1에는 아직 나무들이 프르다.부모님을 모신 한인 추모공원에서 받아 온 코스모스가 이제 우리집에서도 피고 지는데 아직도 한창-손녀들을 며칠동안 봐주면서 10/31 할로인에 장식할 Jack of lantern을 같이 파서 만들었다. 이제는 큰 손녀가 7살이 되더니, 할애비 맘대로 못하고 인터넷에서 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골라서 파는데 지는 좀 하다가 잘 안되니, 결국 할애비가 마무리를 했다.딸네 부부가 2박 3일 애들 봐줬다고 브런치언을 대접했는데, 나는 "Double Manhattan" 칵테일을 즐겼다. 보통 칵테일에는 위스키를 1 jigger(1.5oz)를 넣는데, 더블이라 3.0oz를 넣어서, 한잔을 더 오더하는 거 보다 저렴하다.레스토랑 안벽에 "마크 퉤인"이 말했다는 글이 재밌다." 뭐든지 과하면 나쁜데, 아주 좋은 위스키를 많이 마시는 건 거의 만족스런 일이다.
밤콩같이 맛있는 cranberry bean(크렌베리 콩)인데, 그 번식력이 엄청나서 뒷뜰 밭에 쳐 놓은 울타리를 다 점령하였다.
올해는 어머님이 생전에 어릴적 생각하고 즐기시던 "까마중"은 수확이 없었지만, "땅꽈리"는 들깨밭 옆에 있어서 물을 자주 줬더니 풍년이다. 예전에는 밭이나 두엄자리 근처에 나는 잡풀로 천대받았는데, 요샌 그 효능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별도로 제배도 하고 환대받는단다. 덜 읶은 건 혀가 아르르하지만, 읶은 건 시큼 달큼하여 먹을 만하다.
내가 2000년 초부터 15년동안 키운 "야래향" 이 2015년에 겨우살이하러 들여놓을 때 가지를 너무 쳐서 거의 빈사 상태가 되었는데, 아랫 구루터기 근처 가지 일부가 아직 살아 있어서 그걸 잘라내어 극적으로 뿌리가 나와서 다시 7년동안 키웠다. 그리고 웃자람한 가지를 치고 들여 놓으려고 했는데, 올 해는 집사람이 너무 크고 놓을 데도 마땅찮아서 들여놓지 마라고 하여 잔 가지 몇 개를 잘라서 화병에 넣고 뿌리를 내어 내년에 다시 심으려고, 어미는 밖에 놔두기로 하였다. 야래향은 추위에 약해서 영하 4, 5도이하로 내려가면 얼어 버린다. 지금 올린 사진은 마치 영정사진같은데, 후손을 또 키울 것이니, 너무 슬퍼말라고 하였다.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밤에 작은 별 모양의 꽃에서 뿜는 향기는 밤거리 여인의 향수같이 아주 진하여 멀리서 맡아야할 정도인데, 중국에서는 테레사 텡(등려군)이 불렀던 노래도 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격적인 잡목으로 규정하고 천대받는단다.Mandevilla는 다년생이고 꽃이 예뻐서 겨우살이 하라고 거실에 두기로 하였다. 그 옆의 Tabasco pepper는 이렇게 한두 구루를 관상용으로 심지만, 고추가 붉게 되면 그걸 따 말려서 빻은 후에 덜 매운 고추가루에 섞으면 아주 매콤해진다. 대충 헤아려 보니 두어 구루에서 100개 정도가 열렸다.
10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원색으로 물들은 우리집 앞뜰에 있는 캐나다 단풍과 붉게 물든 Burning bush(화살나무/홑잎나무)가 어느 시인 말대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같은 맑은 하늘에 유난히 돋보인다.
10월말 경에 걷다가 우리 동네의 큰 길옆 화살나무가 너무 고와서 셀피로 한 컷-. 10월 들어서 한 달이 채 못되었는데, 이렇게 변하였다.
캐나다 단풍나무는 붉거나 노랗게 물든다.동네 공원에 자리잡은 갈대밭인데, 아직 하얀 머리가 되지 않았다. 아주 옛날 난지도옆 한강변의 드넓은 갈대숲이 매번 생각난다.우리집 앞뜰에 있는 화살나무/클라메티스/캐나다 단풍나무10월말이 되었는데 아직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서 낙옆이 지기 시작하는 데도 아름답다. 예전에 우리집 앞에 아주 큰 White Ash 가 있었는데, 무슨 벌레가 타운에 있는 대부분의 White Ash를 고사시켜서 베어내고, 시청에서는 대신 무슨 나무를 심을 건지 몇 가지 선택의 여지를 줬다. 우리는 은행나무를 골라서 심게 하였는데, 이게 유전자 변형한 거라는데 숫컷만 줬다. 하지만, 지난 몇 년동안 가을에 노랗게 물들지 않아서 실망했는데, 올해는 아직 얼지 않은 탓에 한국의 백양사 앞에 도열한 것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제법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우리집에서 남쪽에 있는 이웃의 Oak Tree(위 오른쪽)는 그 뿌리가 엄청나게 커져서 그집 하수도 토관을 망가뜨리는 등, 골치 아프게 만들지만, 베지 않아서 저렇게 수십동안 너무 컸다. 문제는 겨울철에 하필 계절풍으로 남서풍이 부는 바람에 그 엄청나게 많은 낙옆이 우리집 앞뜰과 차고 앞 상록수 밑으로 굴러 온다. 그러니 짜증나고 원망스럽지만 별 도리가 없고, 또 주는 거 없이 밉다는 말대로 베어버리지 않는 그 이웃도 야속하게 보인다.
방울 토마토 한 구루가 들깨밭에 싻이 나와서 물도 자주 주고 거름도 줬더니 잘 커서 오다가다 몇 개씩 따먹었다. 그리고 코스타리카에서 가져온지 5년 된 커피나무인데, 올 엔 한 5, 60개 열매가 읶어가고 있다. 기온이 높은 곳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직도 검붉게 읶지 않고 푸르다.겨우살이하러 들어온 녀석들이다. 모두들 덩치가 커져서 인조 전등을 하나 더 추가해서 이제 세개가 되었다. 올해는 커피나무가 꽃망울이 아주 많이 피었는데, 6월중순에 가족 휴가 중에 타이머로 물을 줬는데 부족하여 반은 시들어 버렸지만, 커피 한 잔은 마실 만큼 열매를 맺은 코스타리카에서 시집 온 "아라비카" 커피나무, 그리고 20여개의 꽃 망울이 맺힌 크리스 마스 무렵에 피는 Yuletide Camellia(동백), 또 덩치가 너무 큰 "사막의 장미", 그 옆으로 케냐에서 시집온 "로버스터" 커피 나무 두 구루-. 이제 4년이 되어 내년 봄엔 꽃이 필 거 같은데, 아라비카 종류는 자가 수정하지만, 이 로버스터는 다른 나무의 꽃가루로 수정한단다. 별꼴!!
뒤뜰에 있는 Linden Tree도 이렇게 노랗게 물들은 걸 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이제 만추가 되면서 나목이 되어가고, 앞뜰에 있는 캐나다 단풍나무는 잎이 다 지었다.왜바람 불면 산사의 풍경같이 흔들거리며 딩동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아득한 옛 추억속으로 날라간다. 그리고 노랗게 물들었던 Juda's Tree(Red bud, 한국명으로 "박태기 나무")도 거의 벌거버섰다. 이른 봄, 잎새 나기 전에 진분홍으로 가지마다 잔뜩 핀 조그만 꽃덩이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