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화약고’ 신장 위구르를 가다. 입 맞춘 듯 “극단주의 오염 깨닫고 스스로 입학”…곳곳엔 C C TV
수러현·모위현(중국)·우루무치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인권 논란의 핵심 ‘직업훈련학교’
중국 서북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수러현에 있는 직업기능교육훈련센터 학생들이 지난 17일 미술 수업 시간에
유화를 그리고 있다(위 사진). 모위현의 직업기능교육훈련센터 학생들이 18일 전기설비를 조립·수리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중국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는 톈산(天山)산맥과 파미르고원이 관통하는 곳에 있다. 지난 17일 신장위구르 카스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쯤 거리인 수러(疏勒)현에 있는 직업기능교육훈련센터(직업훈련학교)로 가는 길은 흙빛이었다.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뜻의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모래바람 사이로 ‘민족 단결은 각 민족의 생명선이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신장 각 민족의 마음이 맞닿아있다’라고 쓴 붉은 현수막이 펄럭였다.
수러현 직업훈련학교는 지난해 설립됐다. 마이마이티 아이리 교장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토양과 환경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목적으로 법에 따라 세워진 기초 훈련 학교”라고 소개했다. 정해진 입학 기간은 없다. 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생기면 수시로 들어온다. 정해진 수료 기간도 없다. 중국어, 중국 법률, 직업 기술 등 3개 과목의 기준을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다. 현재 2056명이 재학 중이다. 지금까지 1349명이 졸업했다. 교실에서는 ‘노인권익보장법’ 수업이 중국어로 진행 중이었다. 절대다수가 위구르족인 학생들은 입학 전에는 중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학생 거의 모두 위구르족, 강의는 중국어로 진행, 평일 교내에선 기도 금지
35세 야썬은 지난해 6월 입학했다. ‘어떻게 이 학교에 오게 됐냐’고 묻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아비판’을 시작했다. 그는 “2015년에 책을 보게 됐는데 무슬림의 자세에 대해 나와 있었다. 책 내용에 따라 집에 있던 신분증, 호구부(주민등록등본), 결혼증서를 다 태워버리고 아내의 화장품도 버렸다”고 했다. 책에 무슬림 여성은 화장품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적혀있었다. 부인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혼을 원했지만 거부하자 아내를 때리고 집에서 쫓아냈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 와서 잘못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당과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말하는 입학 동기와 학교생활에 대한 평가는 같았다. 입학 9개월 된 아니커즈 바거우(24·여)는 “2015년 불법사이트에서 극단주의에 감염돼 신분증, 호구부, 각종 증명서를 없애버렸다”면서 “학교에 온 후 극단주의 사상도 제거되고 반테러리즘법을 잘 알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 역시 당과 정부에 대한 감사를 빼놓지 않았다.
“집엔 일주일에 한 번 가” 어떻게 가냐고 묻자 “…”
18일에는 카스에서 비행기로 1시간 떨어진 허톈(和田)에 도착했다. 허톈은 인구 245만명 중 97%가 위구르인이다. 허톈 시내에서 차로 30분쯤 떨어진 모위(墨玉)현 학교 학생들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극단주의에 오염돼 자원해 입학했고,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간다고 했다. 답변 순서도 비슷했다. 통계를 공부하고 있는 이부러이무 린부두라(25·남)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간다고 답했다. 그는 “집이 학교에서 멀지 않다”면서도 어떤 교통수단으로 집에 가느냐고 묻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답변을 준비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모위현 학교 교장은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 8월부터 미국과 유엔은 신장위구르 직업학교가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무슬림 소수민족이 재판 절차 없이 직업학교란 이름으로 수용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종교와 민족 정체성을 없애기 위해 80만명에서 200만명에 이르는 위구르족과 무슬림을 임의로 구금하고 있다며 표적 제재까지 검토 중이다. 중국은 ‘있지도 않은’ 소수민족 탄압 문제를 제기해 위구르 지역의 정정을 불안하게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는 중국 당국이 해외 언론사들을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초청한 배경이기도 하다.
외국 기자들이 방문한 학교 측은 현대적 시설을 보여주며 자원 입학과 자유로운 면학 분위기를 강조했다. 특히 직업훈련을 통한 빈곤 탈출과 생활 향상 효과를 내세웠다. 수러현과 비슷한 규모의 모위현 학교는 요리, 과일 조각, 안마, 미용, 호텔 객실 청소 등 기술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곳곳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평일 종교 활동은 제한된다. 이슬람교에서는 하루 5번의 기도를 하지만 평일 학교 내 기도는 금지된다. 모위현 학교 교장은 “학교는 공공장소인데 중국 법률상 공공장소에서 종교 활동은 허락되지 않는다”면서 “금요일에 예배를 갈 수 있기 때문에 종교 활동은 보장받고 있다”고 했다.
점령과 독립을 반복하다 1885년 완전히 복속된 위구르인들은 중국 공산당이 이슬람교와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려 한다면서 저항해왔다. 1980~1990년대 민족 차별과 불평등에 반항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중국이 강경책으로 맞서자 2000년대에는 테러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2016년 이후 신장위구르 지역 테러가 사라졌다고 보는 중국은 2017년부터 대규모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무슬림과 위구르인들을 중국화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교 측, 현대적 시설 자랑 “위법행위자들에 직업교육, 입학 안 원할 땐 사법절차”
무슬림들이 이 직업훈련학교에 자원 입학한 것이 사실일까. 수러현 학교 교장은 “입학과 관련해 먼저 공안 부문과 상의한다”면서 “경범죄를 저질렀거나 극단주의에 물든 사람이 마을 위원회와 연계해 스스로 신청서를 쓴다”고 했다. 만약 입학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처리하냐는 질문에 “위법 행위를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기 원치 않으면 대신 사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사법 절차와 입학 중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학교 밖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18일 허톈 야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원해서 학교를 가다니 무슨 말이냐”며 “단위(직장)마다 나이, 상황 등을 고려해 지정해 보낸다”고 했다.
■ 서방 “직업학교는 수용소…위구르족·무슬림 최대 200만명 임의 구금”
신장위구르 부주석은 “재교육 복지시설…취업률
상승해 테러 사라져”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에 있는 직업기능교육훈련센터(직업훈련학교)에 대한 서방과 중국의 주장은 극과 극이다.
미국과 유엔은 “종교와 민족 정체성을 없애는 인권침해의 수용소”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은 무료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해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복지 제도로 선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13일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신장위구르 지역 ‘수용소’에 최대
200만명의 위구르족과 무슬림이 재판 절차 없이 임의로 구금돼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은 인권침해에 관한 한 독보적”이라고 비판했고, 미 의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인권유린
인정과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신장위구르 내 수용시설이 1000개를 넘는다고 했다.
지난 16일 우루무치에서 만난 아이얼컨 투니야즈 신장위구르 자치구 부주석(사진)은 직업훈련학교 수와 재학생 수 등 현황에 대해 “유동적”이라고만 했다.
“수요에 따라 학습 기간을 정하고 학교와 학생의 수도 결정한다.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다. 쉬구이상 선전부 부부장은 100만명 수용설에 대해 “그 기준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극단주의에 오염된 이들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고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신체적·정신적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아이얼컨 부주석은 “훈련을
받은 후에 중국어 소통 능력과 직업 기술 등 전체적인 실력이 상승해 취업이 잘된다”면서 “도시에서 자란 이들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삶의 수준이
향상된다”고 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측은 2016년 이후 테러가 사라진 배경으로 재교육을 통한 취업률
상승을 이유로 꼽고 있다.
아이얼컨 부주석은 “지난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10만명의 취업이 성사됐다”면서
“예전에는 테러 때문에 회사, 공장이 없었지만 사회가 안정된 후에 광저우, 베이징 등에 있던 회사들이 신장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중국 측 설명은 테러 위험 제거, 취업 보장, 생활수준 향상 같은 긍정적 측면에 집중됐다.
아이얼컨 부주석은 지금까지 무료 직업훈련에 투입된 예산에 대해서는 “필요한 만큼 보장한다”며 “각 지방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예산 규모는 변동성이 있다”고 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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