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자의 사랑이야기"에 나오는 "소식"의 민애에 얽힌 얘기다. 초등학교 때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뻤던 그 앤 625 전쟁통에 행방불명이 된 아빠를 기다리며 엄마와 동생 그렇게 세 식구가 피민촌에서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후에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방직공장에 들어가서 집안 살림에 보태야 할 처지이었기에-.
1967년 여름, 동네 방천에 외롭게 서있는 팽나무 아래서 동창 친구를 기다리는데, 초등학교 졸업 후 5년 만에 보는 민애지만, 저만치에서 분명히 그 애가 걸어오고 있었다. 석이는 그 애 앞에 고등학교 교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팽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 애는 그 옆을 스쳐서 종합 방직공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황혼이 될 무렵인데, 그 방직공장에서 야간 근무자들이 출근하는 시간대라, 그 당시 유행했던 가요를 연신 틀어놨는데, 바람이 불면, 그 소리가 흩어져서 크게 들렸다 적게 들렸다 하였다. 그때 마침 흘러나온 노래의 가사와 선율이 너무 슬펐고, 멀어져 가는 그 애 뒷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후 오랜 세월 동안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옛 생각이 나서 한참 검색해보니, 그 노래가 남성 중창단 "키 보이스'가 1964년에 불렀던 " 정든 배는 떠나간다"였다.
이 노래는 1959년 7월에 김영광이 고2때, 작사/작곡한 노래로 Key Boys(1963 결성)가 불러서 대 히트를 쳤다. 그리고 1966년도에 발표하는 ‘울려고 내가 왔나(남진)’를 시작으로 그는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구가한다. 이 무렵 ‘사랑하고 있어요(남진)’, ‘못 잊어서 또 왔네(이상열)’, ‘사랑은 눈물의 씨앗(나훈아)’으로 이어지는 그의 히트곡 행진은 70년대 통기타음악시대로 넘어와서도 거침없이 계속된다.
‘여고시절(이수미)’, ‘잘 있어요(이현)’, ‘영원히 사랑하리(에보니스)‘, ‘이별의 순간(이상열)’, ‘진실(정훈희)’, ‘친구(이용복)’, ‘사랑과 우정(이상열)’, ‘파도(바니걸스)’, ‘잊지마(김영광)’, ‘그냥 갈 수 없잖아(바니걸스)’, ‘오 당신(주애라)’, ‘내 곁에 있어주(이수미)’를 비롯해 정통 트롯가수 김부자, 조미미 등에게도 ‘달과 함께 별과 함께’, ‘사잇길’ 등 포크송 계열의 통기타 반주노래를 취입시켜 히트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히트메이커였던 셈이다.
또한 ‘그대 변치 않는다면(방주연)’, ‘향수(배성)’, ‘영원한 세실리아(최동길)’, ‘오로지(이수미)’, ‘내 사랑 미나(차중광)’, ‘왜 왔어(이영숙)’, ‘꼭 필요합니다(문주란)’, ‘내 맘은 둘(화니시스터즈)’ 등도 뺄 수 없는 그의 70년대 히트 넘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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