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사랑 타령

가슴앓이를 또 하였다- Sedona Tour(2/21~2/23/2024)

바람거사 2024. 11. 15. 03:53

2007년 6월 27부터 7월 3일까지 Canadian Western Rocky를 다녀왔을 때 같은 투어 일행이었던 한 여인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감성의 극치를 이루는 드높은 산과 숲 그리고 여울진 강과 호수를 누비고 다녔고, 마치 푸른 페인트를 부은 것같이 보이는 Peyto Lake에서 사진을 찍어준 일이 계기가 되었는데, 사진을 너무 잘 찍으신다며, 그 후로 자주 부탁하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연스레 몇 마디 대화를 하였고, Banff 근교에서 Sulphur Mountain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도 서로 일행이 있어서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우리 일행은 집사람과 장모님 그리고 처제와 조카 둘이 딸려서 6명이었고 그녀는 형님이라 부르는 초로의 손위 동서와 같이 왔기에 단 둘이서 얘기할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여행의 일정이 막바지에 들어서서 Columbia Icefield에 설상차로 이동하여, 여행사 가이드가 가져온 위스키에 빙하녹은 물에 섞어서 위스키 한잔도 마셨는데, 물 맛도 이상하고 유해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짧은 일정이 끝나고  Vancouver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잠시 들렀을 때, 내 일행이 화장실에 몰려 갔는데 나무 그늘에 혼자 서있는 그녀를 버스 안에서 보고 서둘러 쪽지에 쓴 내 이메일 주소를 건네 주웠다. 그녀는 웃으면서 흘려 쓴 걸 확인까지 하였는데, 꼭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 후로 소식이 없었다.

올해 들어서 2/23에 사위의 친척이 Pheonix에서 결혼식을 하여 이틀 후에 오지만, 우리는 2/21부터 예전에 가지 못한 Sedona에서 남으로 좀 떨어진 Oak Creek에 저렴한 펜션에 묵으면서 근처에 있는 기암으로 어우러진 붉은 산을 둘러보면서 Treking을 즐겼고, 2/22 새벽에 여행사를 통해서  당일치기로 Grand Canyon에 비하면 소규모인 Glen Canyon에도 돌아보면서 Page라는 타운에서 점심을 하고  수백만 년 전에 침식으로 만들어진 Antalope Canyon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여행사의 10인승 미니버스로 이동하였는데, 중간에 휴식차 들렸던 Navajo기념품을 파는 마켓에 들려서 일행 중에 11살 되는 딸과 같이 온 키가 크고 몸집이  좋은 40대 초반의 깔끔한 청바지에 하얀 스니커를 신은 동양 여인을 보고 말을 걸고 싶어 졌지만 기회가 없었고, 점심예약한 식당에서 4명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그 모녀와 우리 부부가 같이 앉게 되어서 자연스레 서로 간단한 소개를 하면서 그 모녀가 일본인이라는 걸 알았다. 집사람이 딸애한테 Kpop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집사람은 전직을 얘기하고 나도 기계 엔지니어로 은퇴하였다고 하였더니, 그녀는 감탄스러운 표정을 하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의 Mountain View에서 살고 있고 남편이 그곳 Volvo 자동차 딜러에 근무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서로 일행이 있어서 자주 말을 걸 기회가 없었는 데다 또 우리 딸과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고 이 나이에 무슨? 하며 오다가다 마주치면 눈인사만 하면서 아무런 얘기도 없었다.

그리고, 와 ~ 소리가 절로 끝없이 나오는 경이로운 Canyon안에서  그녀가 부탁하여 얼굴이 검게 나오지 않는 곳으로 옮겨가는 게 좋다고 하며 몇 차례 사진을 찍어주기만 하였다. Canyon 투어를 마치고 3시간이 걸려서 해질 무렵에 그 모녀는 관광도시인 Sedona의 어느 호텔에 젤 먼저 내렸다. 그런데 그녀는 차에서 막 내려가기 전에 나한테만 "Have a nice tour!" 하면서, 주먹을 내밀었는데, 나도 엉겁결에 주먹을 내밀고 주먹인사를 하였고 다음날 떠난다는 그 모녀는 총총히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근처 다른 호텔에 NYC에서 온 가족 5명을 잠시 후에 내려주고 우리는 Sedona에서 10여분 더 내려가는 Oak Creek에 젤 나중에 내렸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운전도 하면서 가이드를 해준 초노의 Mark나 같이한 일행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했다.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매번 그리 헤어지는 게 서운하다. 숙소에 와서도 서운한 맘이 가시지 않았다. 명암이 있어도 집사람이 곁에 있는 데서 줄 수도 없었겠지만, 예전처럼 급히 쪽지에 서둘러 쓰는 것보다 자연스레 건네주는 명암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하여 몇 장 가지고 다녔었는데 얼마 전에  그나마 다 해어져서 버렸다. 

이제, 그때 이후로 봄, 여름 그리고 짧은 가을이 가고 만추가 되니, 감성이 고조가 되어서인지 서운한 맘이 뇌수의 일방을 차지하고 있다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나 보다. 그동안 수많은 여행 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여인과 다시 연락하고픈 맘이 들었어도 이제는 상 노인네가 된 내가  마음은 젊어서 주책 부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때 그 모녀가 NYC에서 온 분과 같이 얘기하는 걸 슬쩍 찍은 사진과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만 찍은 사진을 들여다본다. 미안하지만, 그 여인이 이곳 블로그에 들릴 확률은 0이라 올려본다. 그리고 이번 투어에서 미처 생각 못했는데, 영화에 자주 나오는 거대한 돌기둥이 있는 Manument Valley를 들리려면, 하루가 더 필요하여 다음 기회를 잡아보자고하였다.

 

[Arizona와 Utah 경계선에서 살짝 북쪽에 위치한 Monument Valley, Ut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