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일 오후부터 시카고 인근을 강타한 돌풍을 동반한 폭설은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여기 올린 동영상은 2006년 12월 1일에
220~ 240mm가 내려 폭설로 첫 눈을 그래도 낭만적으로 장식하였지만,
이번에 돌풍으로 몰아친 600~700mm에 비교할 정도가 아녔군요.
* * *
기온도 동시에 급강하하여 화씨로 최저10도, 최고 30여도 밖에 오르지 않아,
나무나 지붕에 쌓인 눈이나 길가로 치워진 산더미같는 눈도 거의 녹지않는다.
일기예보를 열심히 살펴봐도 당분간 그리 추울 모양이다.
밖으로 돌아 다닐 일이 별로 없다가, 주말 이른 아침 하이킹을 나가니,
완전무장을 하고도 잠시 찬기운이 허벅지나 등을 뜷고들어온다.
코언저리나 볼은 무방비 상태라 그 차거움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잔가지는 물론 호숫가 억새풀이나 사철나무에 소복히 덮힌 눈더미 아래로,
찬바람이 좀 막혀진 양지바른 곳, 부분적으로 얼지 않은 호수위에서
이젠 토종새가 돼버린 카나다거위들이 떼지어 밤을 세운 모양이다.
바람이 매서우니, 물이나 얼음위가 그래도 체온을 유지하는데 젤 적합한 곳이니,
수 십마리씩 떼지어 대부분이 머리를 틀어박고 움추려있으나,
언 놈은 밤새 굳어진 몸을 펴느라고 헛 날개짓을 연신 해대고있다.
어느덧 떡갈나무 사이로 붉은 햇살이 길게 비추고, 물안개가 솔솔 피어나길레,
카메라 쳐터를 누르려고 장갑을 벗으니, 불과 몇 초만에 손끝이 아렸다.
* 배경음악으로 러시아 전통 민속악기인 발라라이카(Balalaika)로만 이뤄진
오케스라연주곡을 찾아서 올렸습니다. Full Version은 조만간 2011년 시카고 폭설편에
올리겠습니다. 역시 이 현악기는 동토의 나라인 러시아의 황량한 겨울 풍경에
잘 어울리는 거 같군요. 또한 40여년전 상영된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어린 유리 지바고가 엄마의 마지막 장례를 지켜보는 동안 흐르던 그 슬픈
음율을 기억하고 있지요? 만추의 낙엽이 마구 날리는 장면과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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