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초강대국들이 개입했다가 상처를 입는 '아프간 징크스'의 불똥이 중국으로 튈지가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군 떠나니 중국 숨은 고민: 탈레반, 신장 독립 지원 가능성, 하나의 중국 위협 '최악의 악몽'
왕이, 탈레반 2인자와 회담까지-.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만큼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보는 주변국들의 오랜 염원이다. 그럼에도 과거 원나라부터 영국·소련에 이어 미국까지 모두 아프간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채 나오면서 이번에도 열강의 무덤이 재확인됐다. 미국이 아프간을 탈출하면서 이 후폭풍이 어디로 갈지가 중국의 숨은 고민이 됐다.
미국의 공백…고민 빠진 中
중국은 15일 카불 함락 직후 중국 중앙(CC)TV 인터넷매체인 앙시망(央視網)을 통해 현지의 상황만 타전하며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일대일로’ (Belt and Road Initiative·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진행 중인 중국의 입장에선 지정학적 요충지인 아프간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면 추후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로의 영향력 확대도 쉬워진다. 따라서 일견 미국의 아프간 퇴장은 중국엔 중앙아시아 진출을 노려볼 기회를 뜻한다.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이 채울 수 있어서다.
그러나 탈레반의 복귀를 놓고 중국 당국은 내심 긴장하고 있다. 그간 아프간의 미군은 중국엔 보이지 않는 이득도 줬다. 중앙아시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미군이 막아내면서 결과적으로 이들이 세를 넓혀 중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방파제 역할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부활한 탈레반이 중국 신장 지역의 독립을 내건 이슬람 테러 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외교의 대원칙은 '하나의 중국'이고, 이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대만이다. 그런데 중국 내부적으로 더욱 심각한 건 인종과 종교에서 중국의 주류인 한족(漢族)과 다른 신장 위구르 지역이다. 지금까지는 엄격한 통제와 강력한 공안 통치로 신장 위구르 지역을 다스려 왔지만, 미국이 암묵적으로 인정한 탈레반이 신장 위구르의 독립을 지원할 경우 중국으로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탈레반과 신장 위구르족 모두 수니파다.
이는 신장 위구르의 독립 시도에 기름을 붓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티베트를 비롯한 다른 소수 민족에게도 중국 이탈의 동기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으로 '통일 중국'을 공고히 했던 중국으로선 최악의 악몽이나 다름없다.
중국 정부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8일 탈레반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가니 바라다르를 톈진(天津)으로 초청해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 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탈레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테니 탈레반 역시 중국 국경선 안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국들의 무덤(아프간)이 이제 중국을 부른다”고 진단했다.
중앙아 도미노 우려하는 러시아
중앙아 지역에 혼란이 자국 안보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도미노식 위기 전파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해 왔던 러시아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군은 탈레반의 도발을 무찌를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이것은 러시아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이 대외 혼란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병력 약 1만 명을 동원해 중국 북서부 닝시아 자치구 칭통샤 연합군 전술훈련 기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했고, 동시에 지난 5∼10일 병력 2500명을 투입해 아프간 인근 국가인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벌였다.
그간 탈레반이 ‘앙숙’인 파키스탄과 밀접하다는 이유로 공식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인도는 과거와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은밀하게 탈레반과 접촉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인도 외교 정책의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반면 그간 꾸준히 탈레반을 지원해왔던 파키스탄에선 탈레반의 득세를 반기고 있다. 지난 1994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州)에서 만들어진 탈레반은 대부분 파슈툰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슈툰족은 아프간(1500만명)과 파키스탄(4300만명)에 걸쳐 산다. 다만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 정부 붕괴와 함께 갈 곳을 잃은 난민이 자국 내로 밀려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달 말 미국 PBS 뉴스아워와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은 이미 300만명의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였는데 내전이 길어질 경우 더 많은 난민이 밀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입장 따라왔던 유럽도 '나비 효과'
영국 하원 외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톰 투겐트하트 하원은 아프간 철군은 수에즈 위기 이후 최악의 외교 정책 실패라고 비판했다고 B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의 철수와 탈레반의 복귀는 유럽에도 나비 효과가 나타날 조짐이다. 영국 BBC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아프간 사태 논의를 위해 휴가 중인 의원들을 부른 데 따라 16일 의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APA 통신은 “알렉산더 샬렌버그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중앙아시아의 불안정은 이른 시일 내로 오스트리아와 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며 “빠르면 이달 말 이 지역의 혼란을 막기 위한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걱정은 아프간 난민에 있다. 탈레반 공포로 아프간 난민들이 유럽까지 몰려올 경우 중동 난민의 유럽행 복사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참조: [중앙일보]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입력 2021.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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