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시카고사는 이야기
[거사 주]: 4월 11일에 방한하여 한 달반 넘게 머물고 집에 돌아오니 시카고의 봄은 온 데 간 데없고, 이제 여름도 가고 또 가을은 돌아오는구나-.
방한하고 돌아와서 6월중순 현관 앞에 맨드라미/페투니아 심은 화분을-. 동백/커피가 햇볕/물 부족으로 목탄다고 쥔장을 목빠지게 기다렸다. 밖에 다 내놓고 사막의 장미/군자란/크리스마스 선인장만 남겨놨다. 창밖에 시든 붉은 작약이 보인다. 벼룩의 간을? 2017년 코스트리카에서 가져온 몇 개의 씨로 정성껏 키워 놓은 아라비카 커피 나무에서 수확(?)한 커피를 잘 말리고 갈아서 두 잔의 커피를-. 와, 향 좋으네-. 그런데 올해는 방한 중에 물 주기를 부탁했지만, 절대량이 부족하여 꽃이 하나도 피지 않았다. ㅉㅉ Itoh Peony/낮달맞이꽃/현관문앞 좌우에 있는 나무 수국도 흐그러지게 피었다. 붉은 홍초/페투니아가 잘 큰다. 범콩은 맛은 좋지만, 내년에는 반으로 줄여서 심어야겠다. 자기 지역확보를 너무 잘 하여 다른 작물들은 크질 못하고, 잎이 너무 왕성하게 자라서 반은 햇볕을 받지 못하여 고사하며 수확도 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 동안 딴 호박과 오이다. 우리가 실컷 먹고 집사람이 동문들에게 주기도 한다. 어떤 오이는 무려 34cm나 되었다.
이 텃새는 뫼비들기(Mourning dove)라고 하는데, 처량하게 들리는 규~규~ 소리를 낸다. 아주 오래전 시카고에 살 때 이른 아침에 들은 적은 있는데, 여기 선 못들었다. 그게 짝을 찾는 숫놈의 절규라는데, 이곳은 짝짓기에 문제가 없나보다. 하여튼, 우리집 처마밑 물통위에 월세도 안 내고 둥지를 틀더니만, 대략 3주씩 세 차례나 꼭 두 알만 낳고 부화하였다. 그러므로 미 전역에 걸쳐서 개체수가 엄청 많단다. 새끼가 되면 잠시 집앞에 내려와서 암수가 교대로 먹고 삭힌 걸 경쟁하듯 받아먹고 어미와 같이 나는 연습도 하며 잘 큰다. 그리고 얼마동안 집근처에 들락 거리더니만, 어디로 다 가버린다. 제비처럼 다음해에 그 빈 둥지를 찾기도 한단다. 한 여름 동안 거의 매일 아침에 암수가 번갈라서 알을 품고 있는 지극정성을 보고 사진/비디오를 찍으며 즐겼다. 놀라운 건 암수가 교대로 오랫동안 품고 있는 동안 끼니 때가 되면 서로 번갈라 날라와서 삭힌 먹이를 주는 걸 보니, 물론 DNA Code에 내장된 본능이겠지만, 미물도 지 새끼를 위한 정성도 가상하지만 저런 극진한 부부애가 있다는 걸 우리도 새삼 깨우치며 웃었다.
10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기온이 내려가니, 국화의 계절이 왔다. 현관앞 회분도 바꿨다, 하얀 나무 수국 덩이 꽃도 이젠 누렇게 변해졌다. 그리고 기온이 더 내려가면서 집 앞 혼잎나무(화살나무-Burning Bush)가 붉게 물들고, 새로 심은 난쟁이 장미와 하와이언 하이비스커스가 추울 때까지 열심히 피어댄다. 그리고 홍초뒤에 코스모스를 심었는데, 닭장망을 쳐야한다. 토끼들이 어린 밑줄기를 먹지도 않으면서 면도칼로 벤 거 같이 수시로 잘라 놓기만 하여 아주 얄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