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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우리동네 만추지절

바람거사 2023. 11. 19. 02:33

[거사 주]: 10월 하순경에 두 어 차례 영하로 내려가는 바람에 작년같이 단풍이 아주 예쁘게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추위에 견디는 나무들의 단풍이 여전히 곱다. 짧은 가을이지만, 이 만추지절이 있어서 우리의 감성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제 일주일 후면 추수감사절이 온다. 그때쯤, 기온이 영하로 좀 내려가지만, 쌀쌀한 날 오후에 아들 딸 식구와 처제네 식구들 해서 14명이 모인다. 아들이 칠면조/사태를 스모킹 하여 잘 굽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칠면조도 굽고 요리를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요리 잘하는 아들이 굽고 며느리가 이런저런 음식을 잘 준비한다. 엄청나게 푸짐한 음식을 잔뜩 만들어놓고  이날 저녁엔 오랫만에 Binge drink 하며, 칵테일, 맥주, 포도주를 마시며 재밌는 시간을 보낼 거니 벌써 군침이 돈다. 

기온이 내려가서 겨우살이 하러 들어온 커피나무 2구루(아라비카/로버스타), 호야, 동백나무. 그런데 호야가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가져온지 7년동안 꽃을 피우지 않아서, 잎과 줄기만 너무 무성한 거 같아 많이 잘라내었다. 그러고 나니 꽃대롱같은 게 두 개 나왔다. 내년 봄에 꽃이 피길 바란다.그리고 크리스마스 무렵에 핀다는 Yultide 동백은 꽃망울이 20여개 맺었지만, 맨 앞 좌우에 있는 X-mas cactus는 잎/줄기는 무성한데 작년에도 꽃이 안 폈다.
올해 10/31, 할로인날에도 아주 쌀쌀하여 손녀들 식구들과 같이 "Trick or treat"하러 다니는데,  찬바람이 매서웠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기온이 더 내려가더니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은행나무가 있는데, 갑자기 첫눈이 내렸다.
우리집 앞뜰에 있는 캐니다 단풍과 화살나무가 곱게 물들었다. 어디 멀리 단풍 구경 갈 필요가 없다. 부모님 산소에 9월초에 국화를 심었는데, 9월말에 만개하고 11월 8일 어머님 기일에 와보니 그 동안 기온이 자주 내려간 탓에 많이 시들었다.
올해 들어서 걷기를 적극적으로 하기로 하여서 하루에 1시간을 하는 걸 원칙으로 하였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 워크아웃하러 시설에 다녔지만, 이제는 근력 운동도 집에서 충분히 하고, 유산소 운동은 동네를 돌아 다니며 한다. 나이가 들면 공기나쁜 워크 아웃에서 기구를 사용한 근력/유산소 운동을 피하고 집에서 예전처럼, push-up이나 키친 테이블 양쪽 모서리를 붙잡고 평행봉에서 하는 것처럼 온몸 올리고 내리기, 문틀에 붙여놓은 바에서 턱걸이, 취침전에  발/장단지 마사지하면  충분하고, 햇볕도 쪼이고 신선한 공기 마시며 동네 한바퀴 도는 게 더 좋다. 
수확한 범콩과 토바스코 고추를 키친의 duct 앞에서 말린다.
작년에는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서 우리집앞이나 동네 어느 집에 있는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었는데, 올해는 '떨켜'가 생기기 전에 얼어서 볼썽 사납게 얼어버리고 다 떨어져 버렸다. 시에서 유전자 변형한 숫나무만  골라서 심었는데, 추위에 약한 거 같다. 백양사 경내의 수 백년 묵은 샛노란 은행나무가 도열한 풍경이 떠올랐다.  
걷다가 보니 어느 집에서 조촐하게 심은 은빛 억새(Silvergrass)가 눈길을 끌었다.  갈대처럼 탐스럽지 않은 꽃머리가 가련하다고 할까? 애잔하게 보여서 더 정감이 든다. 한국의 황매산이나 제주도 애월 등 군락지에 가보고 싶다.
우리 동네 공원에서 잘 자라는 갈대는 키가 크고 꽃머리가 크지만, 누리끼리한 갈대(Reed)보다 은빛억새가 보기에 더 좋다. 그나마 햇볕을 바라보는 쪽에서 보면 좀 하얗게 보이기도 한다.
만추에 들어선 우리집 앞 풍경이다. 우리집 바로 서편에 있는 Steve 네집, 남쪽의 Matt 네 집과 Steve네 집에서 남쪽으로 Karon 네집에 있는 거대한 Oak tree(상수리/도토리)와 캐나다 단풍나무 낙옆이, 겨울에는 항시 남동풍이 불어서 집앞 길에서 시작한 90도로 휘어지는 차고 진입로와 끝에 있는 차고앞으로 엄청나게 몰려 온다.  
우리집앞에 서있는 캐나다 단풍나무다. 이제 나목이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세월이 가면 크는 게 나무밖에 없는 거 같다. 1992년에 이사와서 지난 30년 넘게 살면서 지켜 본 이 나무도 많이 컸다. 왼편은 2004년에 찍은 이미지다. 그리고 옆집에 있던 연분홍 꽃사과꽃 나무는 그 현란한 자태가 활홀하게 만들지만, 4, 50년되면 고사한다. 몇해전에 우리집에 있던 흰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두 구루도 참으로 아쉽게 고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