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시카고사는 이야기

우리 집 뜰 여름나기 II: 2023년 6월말

바람거사 2023. 7. 13. 23:44

2017년 코스타리카 여행 때 두어 개의 아라비카 커피 빈을 심어서 싹이 트고 잘 자랐다. 그리고 4년 만에 향기 그윽한 하얀 꽃 네 송이가 피고 가을에 빨간 열매 네 개가 익었다.  하도 신기해서 틈나는 대로 가서 들여다봤다. 2022년에는 50여 개의 꽃이 피었는데, 실내 인조 태양등을 한 개 더 설치하였는데도 해가 바뀌어 4월이 되어도 다 익질 않았다.

4/12 출국 전에 열매를 다 따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귀국하고 6/8에 손질하여 볶아놨다. 커피 한두 잔은 나올 거 같다. 신기, 신기!! 그런데, 올해는 방한중에 실내에서 있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 주는 물의 양이 부족한 탓에 돌아와 보니 누렇게 된 잎이 많이 지면서 고사일보 직전이 되었다. 올해는 꽃구경도 못하고, 밖의 환경에 적응시키려고 그늘진 나무 밑에 내놓고 열심히 가꿔서 새잎은 많이 나왔지만, 꽃망울은 맺지 않았다. 살아난 것만 해도 다행이다.

 

우리 동네 이웃에서 워킹하다가 우연히 길가에 떨어져 깨진 살구가 몇 개 있어서 길 안쪽에 있는 나무 밑을 보니, 제법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 중에서 상하지 않은  여나무개를 주어왔다. 이 살구나무는 물론 개인 소유는 아니고 잡목이 우거진 반대편에 있는 유독 한 구루인데 구태여 따져보면 county(면?) 재산일까? 하여튼 한 번 더 가서 주어왔는데, 시지 않고 단맛이 났다. 수년 전에 어렸을 때 먹던 생각하고, 식품점에서  샀었는데, 단맛도 별로없고 양 눈이 절로 감길 정도로 시어서 먹질 못하였다.

 

뒤뜰에는 노란 낮달맞이꽃이며, 귀국후에 사다가 키운 칸나, 페투니아/제라늄이 잘 큰다. 그리고 해묵은 측백나무가  몇 구루 있는 조그만한 언덕(?)에 삼잎국화(키다리)를 다 모아 심었다. 이른 봄에 나물을 낫나게 먹는다. 그런데, 산비들기 수놈 한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있다. 우리 집 처마밑에 둥지를 틀고 암놈이 새끼 두 마릴 키우고 있었다. 왼쪽은 7/1에 찍은 거고 오른쪽은 일주일이 채 안되었는데 호랑이 밤콩 줄기가 엄청나게 빨리 자라서 철책을 뒤덮기 시작한다.

[남쪽 처마밑에 심었던 들깨나 호박이 비가 오면 맞도록 처마끝에서 좀 벗어난 곳에 심었는데, 그 동안 비도 안 오고, 물도 충분치 않아서 문여리가 되었지만, 생명력이 강한 호박도 숫꽃을 먼저 피우기 시작한다]
[집 북편에 반 평정도되는 부추밭이 있다. 귀국하여 보니 여긴 물을 주지 않아서 누런 잎이 많이 졌지만, 생명력과 번식력이 유독 강하여 고사하진 않았다. 그걸 대충 잘라서 작은 병  하나에 집사람이 다대기넣고 담았는데, 유기농 흙거름을 주고 다시 잘 키워서 이번에는 두 병이 나왔다. 생절이도 맛있지만, 익으면 맛이 더 깊어지고 겨우내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부추를 키우는 거나 잘라서 씻어 놓는 일은 거사 몫이다. 부추가 특히 남자한테 좋다고 하니-]

여름 내내 오이와 상추/치거리를 즐길 수 있는데, 올봄을 한국에서 보내어서 물도 충분히 주지 못하였고 잘 가꾸질 못하였다. 오자마자 흙거름도 주고 물도 잘 주니, 그제야 꽃도 피기 시작하였다. 예년 같으면 줄기가 지금의 두세 배는 커야 오이가 크는데, 저리 작은 몸집에서 오이가 열었고, 한 달도 못되어서 8개나 땄다. 식물들도 주변 환경이 열악해지면 종족 번식을 서두르는 게다. 

[근대도 잘 크고 오른쪽은 수십 년된 '분꽃'이며 분홍빛 서양 무궁화가 잘 큰다.]
[호랑이 밤콩은 자기 구역확보(왜말로 '나와바리')하는데 1등이다. 울타리를 다 점령한다. 오른쪽은 작년에 수확한 건데 바짝 마른걸 지퍼백에 넣어서 냉동하면 겨우내 즐길 수 있다. 다른 여늬 콩보다 밤같은 맛이 난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의 맨 왼쪽은 2018년에 케냐에서 가져온 씨로  키운 '로버스타 커피'인데,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는다. 그 옆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피는  동백나무(Yultide Camellia)'와 '호야(Hoya)'다. 이 호야는 어머니가 10년도 넘게 애지중지 하며 키운 걸 가져와서 분재로 심었는데, 6년이 넘도록 꽃구경을 못하여, 너무 우거진 잎을 다 솎아내어 새순이 나게 하고 철망에 돌려놨더니 새잎이 나오는데, 봄이 지나서 꽃구경을 할는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셨던 연분홍의 작은 꽃이 수십 개 뭉쳐진 덩이꽃(왼쪽)을 다시 보고 싶다.

[오른쪽은 타바스코(Tabasco) 고추다. 엄청매운 데, 한구루에서 수십개가 열려서 화초로 키워도 예쁘다.]

집사람이 매년 본인의 취향대로 골라서 집 현관앞에 올해는 맨드라미를 가운데 심은 두 개의 큰 화분을 사서 화분갈이만 하여 놨다. 내가 재 작년 가을에 사서 심었던 '이토 작약(Itoh Peony)'이 귀국 후에 활짝 피었다. 그리고 아마도 전 주인인 미아노(일본인)씨가 1972년에 첫 입주하여 심었을 자줏빛 클래마티스가 매년 봄에 저리 핀다. 그리고 그 옆에 철쭉이 있는데, 올 해는 방한 중이라 꽃구경을 못하였고, 그 옆에 가을까지 계속해서 피는 장미 두 구루를  다시 심었다. 탐스런 장미꽃이 핀 나무를 심으면  두 해 정도 지나면서 꽃이 작아지고 가지만 무성해진다.

[장미와 철쭉앞의 Tiger lily와 Daily Lily는 아직 피지 않는다.]

귀국한 지 한 달이 지났고, 하지도 지나서 낮이 점점 줄어들면서 성하가 무르익어간다. 1979년부터 44년 동안 시카고에서 살아왔다. 적어도 10년 전까지 겨울도 길고 춥고 또 폭설도 자주 내렸는데, 최근에는 겨울이 길어도 그리 춥지도 않고 눈도 예쁘게 내린다. 요새 세계적으로나 미국 내에서도 폭한과 폭우로 난리가 나지만, 시카고는 지진도 없고 토네이도 영향도 거의 없어서 그런대로 살만하다. 가을이 되어 추수(?)할 때 또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