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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당/세상사는 이야기

공군 학사장교 64기 카페에 올린 글

by 바람거사 2015. 9. 11.

 

 

 

 

                                                      <단체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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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줄:                               김두만           김태영           도준환           우성현        송석호(사회)           ㅇ              ㅇ
        중간2:                 ㅇ                                   고진하 
        중간1:  박웅화         최동기           김 숭           홍관수        김경일
        앞줄:                 ㅇ       김동오             김성년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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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기 동기생 여러분, 바둑이 8구대소속이었던 김석휘(Mark Kim)입니다. 얼마 전에 동기생 카페에 올려 논 선글라스에 캡을 쓴 사진을 보고,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 우리 집 뒤뜰에서 여주가 노랗게 영글어가고, 호박이며 고추, 들깨가 무성하고 또 제라늄과 사막의 장미가 빨갛게 핀 배경으로 찍은 생얼 사진을 올리면서 몇자 올립니다.


나는 임관 후에 항공기 정비특기로 대구 전투 비행단을 거쳐서 기술학교 장교 교육담당 교관을 하고 전역 후에, 현대건설 기계부에 소속되여 오류동 비상발전소에서 수습근무를 끝내고, 왕십리 비상발전소의 디젤 엔진 구동 발전기 설치담당을 했죠. 그리고 일 년동안 동양 최대의 울산정유공장 부탄가스 저장용 볼 탱크(Ball Tank) 설치현장을 거쳐서 본사에 오자마자 중동 바레인 디젤엔진 발전소 설치 담당기사로 내정되었지만, 결혼 핑계로 미뤄놓고 1978년 9월 13일, 지금도  중구 퇴계로의 그 자리에 있는 퍼시픽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때 찍은 결혼 앨범을 보니까. 지금도 눈에 선한 13명의 동기생들의 동안을 보고서 너무 반가운 맘에 같이 올립니다. 그저 유구무언이며 세월무상이고 세월무심!


하여튼, 나는 파견근무 대신 1979년 초에 아쉽게도 퇴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해 4월말에 시카고로 온 후로 10년도 넘게 주경야독을 하며 일리노이 공대 대학원에서 로보트 공학을 신물나게 하며 몇 군데 제조업체의 엔지니어링 부서를 거치면서 87년 섣달 중순에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근무를 할 무렵에, 모친이 경추를 크게 다치는 사고로 인하여 부분적인 사지마비를 당하였답니다. 그 엄청난 사건은 나의 외길 인생도 생각지도 못했던 험한 여로로 들어서게 만들었죠. 자식된 도리를 떠나서 천애고아로 태어난 불우한 모친의 곁을 한 시라도 떠날 수 없었는데, 회사에서는 바싹 타들어가는 내 속도 모르고 엔지니어링 부사장직을 제의했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씩 조퇴를 할 수도 없어서 내가 꿈꿨던 모든 가능성을 접어버리고, 탄탄한 준비도 못한 채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를 주 고객을 삼고 몇 군데 업체를 상대로 전자기계 설계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모친수발을 위주로 하며 길고도 긴 우회의 길을 지금까지 걷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사반세기도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잘 나가는 컨설팅회사를 이루겠다는 꿈도 뭣 도 모두 다 허공에서 부서지고 형이하학적인 공돌이의 길보다는 인간의 삶에 대해서 회의와 갈등을 뼈저리게 느끼다보니, 이젠 글 쓰는 일로 수 없이 카타르시스를 겪으며  36년 넘게 이곳 시카고에서 깊은 뿌리를 내리고 무심한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