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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당/시카고사는 이야기

2016년 춘하 -거사네뜨락

by 바람거사 2016. 8. 3.


시카고가 이북의 청진과 같은 북위 42도에 위치하여 겨울이 깁니다. 그래서 4월이 지나고 5월초나 되어야 봄기운이 가득하지요.

거사네 앞뜰과 뒷뜰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기 노란 유채꽃도 몇 구루 핍니다. 이 유채는 2001월 5월에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에 갔을 때 힐튼 호텔 뒷곁에서 가져온 씨의 후손들입니다. 그때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대롱에 넣어서 가져 오듯이

대여섯개를 깊숙히 숨겨와서 이듬해에 심었고, 크게 번지는 걸 막으려고 몇 구루만 항시 남겨놓았는데,

그 질긴 생명력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봄이 되면 싻이 트고 이리도 노랗게 꽃이 핍니다.



앞뜨락 장미곁에 핀 철쭉. 겨울에 지독한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그 동안 몇차례나 죽고 말았는데,

수 년전에 저온에 잘 견디는 걸로 골라서 다시 심었는데, 이제는 잘 자랍니다.


관상용 양귀비는 일찍 꽃이 피고 1주일 정도 지나면 지고 수 백개가 들어있는 씨방이 익어가지요.



일명 '사막의 장미'라고 불리는 열대지방 꽃입니다. 3년전에 작고한 장모님이 수 년전에 노인 아파트에서 키웠던 건데,

우리집으로 이사와서 화분갈이도 하고 또 거름도 잘 줘서 주인은 가고 없어도 여전히 아름답게 꽃을 피웁니다.



7월로 들어서면서 오이와 여주 넝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습니다.


조선호박도 매년 이른 봄에 키워서 심기도 하지만, 튼튼하게 자란 모종을 사서 심는 게 더 잘 자랍니다.

씨를 받지 않으니, 이 정도 크면 따야죠. 시기를 놓치면 씨가 많이 생기더군요. 작년에는 수확이 많아서 호박고지로

 만들어서 겨우내 볶아서 즐겼답니다. 그런데 애호박을 사려서 새우젖에 달달 볶아서 즐기는 게 더 좋네요.

 


오이나 고추도 모두 조선 품종입니다.

이 싱싱한 청량고추는 그리 맵지도 않고 아삭거려서 집사람이 무척 즐깁니다. 이 거사는 좀 매운 게 더 좋거든요.

오이도 지금까지 한 열구루 심었는데, 50개 이상을 따서 싱싱하게 즐기고 또 식초/소금물을 끓여 식힌다음에 반으로 자르고

다시 길이로 사등분하여 담궈놓고 익으면 그 맛도 일품이랍니다. 


이 분꽃은 무려 10년도 넘은 건데, 양지바른 벽아래에서 매년 봄에 싻이 틉니다.

진분홍 꽃이 해가 지면 피는데, 그 향기가  매우 진한데, 집사람은 그 냄새를 느끼지 못한답니다.

사람에 따라서 맛이나 냄새가 달리 느껴지거든요. 예전에 애들이 테스트용 조각을 가져와서

식구가 모두 테스트해보니까, 반반으로 틀린 반응이 나왔답니다.


5/6월에 상추를 실컷 즐겼고, 이제는 하얗게 씨가 영글어 갑니다. 씨를 따로 받기도 하지만, 그냥 떨어진 게 내연 봄에 다시 나오면

잘 속아서 일부만 키우죠.  이젠 상추 대신에 오이, 호박, 고추와 들깨잎을 실컷 즐기고 모친이나 집사람 친구에게도 나눠줍니다.


7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오이도 고비를 넘기는 거 같습니다. 누런잎이 많이 지고 또 J자로 휘어지는 게 많이 보입니다.

미국에서도 소똥/흙을 섞은 거름이나 버섯을 삭힌 흙을 비닐 푸대로 봉하여 팝니다.

먹을 거리에는 절대로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어린 모종이 자랄 때와 중간에 두 차례 더 주면

아주 싱싱한 열매를 선사흐는군요. 물론 물도 잘 줘야죠. 가끔 집사람한테 물값이나 거름값이 빠지려나?

하고 묻기도 하지만, 싱싱한 걸 즐기는 재미가 있는 거죠.


예전에 가지가 많은 Bush가 자랐는데, 나이가 들어서 너무 지저분하게 커지고 또 소낙비만 맞으면 이리저리 휘어져서

수 년전에 베어 버리고 대신 관상용 양귀비나 들깨를 심었는데, 이리 잘 큽니다.


거사네 집은 단층이라서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내외가 살기는 아주 편합니다. 햇볕이 그래도 젤 잘드는 이곳 동남쪽에

호박과 들깨를 키우는데, 잘 자랍니다.


엉컹퀴 꽃도 꽃이고, 호박꽃도 꽃입니다. 맛있는 호박을 열게 해주니 더 예쁘게 보이네요.


그리고 여주도 심었습니다. 큰 화분 두 개에 나눠 심었는데, 이제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노랗게 익으면 빨간 속살이 터져 나오죠. 다 익기전에 따서 얇게 사린 후 말려서 차로도 마시고요.

그런데 이곳 식품점에서 인도나 멕시코산 여주(Bitter Melon)를 팝니다. 한번에 많이 사서

얇게 썰어 말리고 또 가루를 내어 차로 마십니다. 혈당조절에도 좋다니, 당료병이 있지는 않지만,

가족력이 있어서 예방차원에서 집사람이 주로 타서 마십니다. 그 대신 이 거사는 우엉(고보)을

잘게 썰어 말린 걸 볶아서 댓 개를 끊는 물에 넣고 우려서 차로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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