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세상사는 이야기

아버지 ! 옛날에 어떻게 사셨어요?

바람거사 2023. 7. 23. 23:35

* 거사의 공군장교 64기 그룹카톡에서 옮겨온 글을 조금 첨가/수정하여 올렸습니다.

[고장에 따라서 '말뚝박기'라고도 하고 또 'ㅈ 박기' 라고도 하는데 아주 신나는 놀이입니다. 처음에는 같은 수로 양편을 나누고 '가위바위보'로 순위를 결정하여 진 팀은 머리를 앞에 쳐박고 말이 됩니다. 이긴 팀이 올라타서 제일 앞에서 벽에 기댄 반대편과 가위바위보를 하여 이기면 빠져나와서 맨 뒤로 가서 올라타고 지는 사람은 맨뒤로 가서 말이 됩니다. 그리고 맨 앞에 있던 말이 대신 벽에 기대어서 연신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 아들이 물었다.

- 과학기술도 크게 없고, - 인터넷도 없고, - 컴퓨터도 없고, - 드론도 없고, - 휴대폰도 없고, - 카톡도 없고,  - 페이스북도 없었는데? 그때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아버지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너희 세대는 오늘날,  - 인간미도 없고, - 품위도 없고, - 연민도 없고, - 수치심도 없고, - 명예도 없고, - 존경심도 없고, - 개성도 없고, - 사랑도 없고, - 겸손도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는 안 살았지-.  오늘 너희들은 우리를 '늙었다'라고 하지만, 우리는 참 축복받은 세대란다. 우리 삶이 그 증거야-."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지 않았고, 방과 후에는 우리 스스로 숙제했어.
해질 때까지 들판에서 뛰놀고, 페이스북이나 카톡 친구가 아니라
진짜 친구랑 놀았다. 목이 마르면 생수가 아닌 샘물을 마셨고
친구들이 사용한 잔을 함께 사용해도 아픈 적이 없었다.
빵, 과자를 많이 먹어 비만하지도 않았고, 브랜드 신발 없어도 맨발로 잘 뛰놀았고.

* 여보시요  저기요 -

지금 사는 게 재미있습니까?
지금 꿀이 뚝뚝 떨어집니까?

뭐. 그래봤자
어디 젊은날 만 하겠어요?
싱싱하던 시절이 그립죠!

암요! 암! 암! 아무려면!
그래도 지금
두 다리로 멀쩡히 걸어 다니고
봄날 꽃구경 다니고
맛난 거 찾아 다니면
당신은 큰 행운 입니다.

삶의 필름을 잠시만
되 돌려보면 몇 달 사이에도
주변에 황당한 일이 정말 많이 생기 더라고요.

그것도 며칠 전에도 멀쩡하게 아침마다 인사 카톡 보내던 놈 연락 두절 되고요. 즈네 자식들 잘 산다고 마구마구 떠버리 리며 골목골목 누비며 폐지 줍던 그 영감 쟁이도 요즘 모습 감췄고요.

옛날 소주 한잔 마시다가 진보니 보수니  거품 물고 정치얘기하던 골통,  
그놈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죠.

산 좋다고 주말마다 건강 챙기며, 이산 저산 등산 가자 조르던 절친 그놈 졸지에 심장 마비로 저 세상 가버렸죠.

소설 한 권 멋들어지게 써놓고 증정본 보내준다 하면서 자랑하던 후배 놈,
깜쪽 같이 소식  끊겼고요.

당구 300에 어떤 짠돌이 난데없이 신장 이상이 생겨 투석하며 두문 불출 괴로운 방콕 삶이구요.

빌딩 몇채 가졌다고 어깨에 힘주던 술값 밥값 계산의 달인도 요양원 직행했죠.

이런 일이 부쩍부쩍 요즘 왜 그렇게 많이 벌어 지죠?
생각해 볼수록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 나와 그대에게서 일어나는 반복되는 일상의 일입니다.

돈 많다고, 땅 많다고, 잘 산다고, 못 산다고, 잘 생겨서 , 못 생겨서 뭐 이런 것과 상관없습니다.

돈 많다 아무리 자랑해도, 나이 7, 80 되면 소용없고, 건강하다고 자랑해도 90이면 소용없습니다.

요양원에 가면 왕년의 의사, 박사, 교수, 국회의원, 재벌 사장 등이 모두 환자복 입으니, 다 똑같은 늙은이일 뿐입니다.

*오늘은 쬐매 유식하게 한문과 운율에 맞춰서리 읊어 보겠습니다.

流水不復回 (유수불복회)
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行雲難再尋 (행운난재심)
떠도는 구름은 다시 볼 수 없네.

老人頭上雪 (노인두상설)
늙은이의 머리 위에 내린 하얗게 쌓인 눈은....

春風吹不消 (춘 풍취불소)
봄바람이 불어와도 녹지를 않네...

春盡有歸日 (춘 진유귀일)
봄은 오고 가고 하건만,

老來無去時 (노래무거시)
늙음은 한 번 오면 갈 줄을 모르네,

春來草自生 (춘래 초자생)
봄이 오면 풀은 저절로 나건만

靑春留不住 (청춘유불주)
젊음은 붙들어도 머물지 않네...

이 위에 글은 우리들의 현실이고 현장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지금같이 이빨 성할 때 맛난 것 많이  먹고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고,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실컷 구경하고
귀로 들릴 때, 듣고 들어야 하며, 베풀 수 있을 때, 남에게 베풀며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는 게 최고입니다

이것이 인생길 후반, 잘 사는 방법 아닌가요?
人生이란 따지고 보면 지금같이  늦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게 최고입니다.

언젠가 못 보고 못 듣고, 못 먹고 못 입고, 못 걷고
내손으로 아무것도 못할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오늘 즐거움을 미루지 말고, 누구를 미워도 말고,
부르면 번개처럼 나와 줄 그 사람과 신나게 즐기세요.

우리 나이에는 정확한 내일은 없습니다.
오늘의 지금 이 순간이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꽃이 화려한 들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는 지금도 움직여야 꽃피는 봄날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