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 날씨가 매우 무더워졌다. 무더위가 근 한 달 이상 계속되고, 가끔 게릴라성 호우가 잠시 내리지만, 몇 도 떨어진듯하다가 여전히 찐다. 이런 날에 방한한 남매 식구들이 힘들었고, 특히 5살이 되는 막내 손녀가 제일 힘들어했다. 그래도 원체 활달한 녀석이라 장난기가 가득하고 잘 따랐지만, 수영장에 가면 제일 좋아한다.
[8/10: 오전 9시 무렵에 이런저런 집안일이 산재하여 거사만 혼자 출국하러 Terminal 2에 동생 부부와 집사람이 같이 왔는데, 부평 여동생 부부도 전송 나왔다. 모두 같이 인증샷을 찍고 아쉽게 헤어졌지만, 다음엔 몇 년만이 아닌 몇 주 정도 일정으로 자주 올 거라 하며 헤어졌다. 즐거운 일로 왔거나 궂은일로 왔어도 헤어진다는 건 항시 서운한 맘이 앞서게 한다. 출국수속을 하고 라운지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10시 40분에 이륙하는 KE 037에 탑승하여 장도에 올랐다.
인천에서 시카고의 직선거리로 보면 북한과 러시아 캄차카 반도도 상공을 지나가면 1시간은 더 줄일 수 있는데, 일본 쪽으로 돌아서 알래스카로 간다. 예전에는 방한할 때 알래스카에서 러시아 상공을 지나고 몽골/중국을 거쳐서 서해로 진입하여 영종도로 들어오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시카고로 돌아갈 때는 제트 기류에 편승하여 1시간 정도 빠르게 가도 12시간 반이 걸린다. 비즈니스 좌석이라 편하게 잘 수도 있지만, 옆에 항시 묻어 다녔던 잔소리쟁이 딱순이가 없어서 좀 허전하다. 그래서 잠 좀 자려고 포도주를 마시면서 연거푸 작은 두 잔을 마셨는데, 아페타이저가 예전의 캐비아와 절인 가제토막에 비하면 절인 방울토마토와 올리브 한 개씩 달랑 서브하는 게 참 부실하다.
그리고 전에 못 본 No Time To Die/Skyscraper 를 재미있게 봤어도 4시간이 채 못되었고, 눈이 피곤하여 더는 볼 수도 없었다. 자다 깨다 하면서 미리 주문한 비빔밥을 비벼놓고도 바로 내키지 않는다. 두 차례 식사하다 보니 지루한 시간이 그래도 지나가고 밖을 보니, 어둬진듯하다가 동편 하늘이 붉어지면서 여명이 오고 있었다.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추면서 미시간 호수를 지나는데 눈에 익은 시카고 다운타운이 잠에 깨어 기지개를 켠다. 4개월 반 동안 방한 중에 명소를 수 없이 다니며 맛집탐방도 하였지만, 그래도 시원하고 녹음이 짙고 조용한 우리 동네에 오니 고향에 온 듯 맘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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