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녀를 품을 수는 없는 거야. 미국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린 후로 무려 17년이나 지난 1993년 4월 6일은 식목일 다음날이라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1968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훌쩍 떠난 후, 고향이라고 내려와도 일 년에 한두 번 그것도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며 쫓기듯이 서울로 올라 가버리곤 했었다. 대학시절을 아르바이트인지 뭔지에 얽매여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그때부터 서서히 변해 가는 고향을 대하였고, 뭐랄까, 점점 작아져 보인다는 생각과 더불어서 말이다. 모처럼 내려오면 동생들과 산엘 가거나 영화구경을 갔고, 간혹 상걸이나 창원이를 만나서 저녁나절 술이나 마시고 헤어지는 정도였다. 대학을 나와 공군에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