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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시--장영희(2006)

바람거사 2024. 11. 7. 13:52

2010년에 첨 올리고,  2022년 만추에 들어서 다시 올렸고, 올 2024에도---.

장영희(장영은)님은 70년대 중후반, 박인희가 데뷰하던 시절에 '가버린 계절'을 불렀던 통기타 학사가수, 그 후로 도미하여 시카고에 정착.  2005년 <순수문학> 신인상 수필로 등단, 2006년 <해외문인협회>에서 이 바람거사가 수필 '추상'이 당선될 때,  '단풍' 과 '새해'라는 시로  당선하였습니다. 2010년도 만추를 넘어 이미 초동으로 접어들었지만, 지난 만추지철의 낙엽지던 풍경을 반추하며 그녀의 추심을 음미해보세요.

                               
[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Chicago Botanic Garden에서 찍은 Canadian Maple]

단  풍

 

가을이 오면

청청 하늘빛으로 보낸

어린 아들의 고사리 손 더듬어

붉은 그리움의 눈물 한 점

나무에 건다.

 

가을이 되면

흩날리는 낙엽에

야윈 가슴 움츠리던

어머니의 노란 얼굴도

은행잎 하나하나에 웃고 있다.

 

그리움만 그리기엔

소리치도록 아름다운 날에

가을은 해마다

축제를 연다.

 

뿌리 깊은 곳에서

까맣게 그을은 나무가

빨갛게, 노랗게

고운 리본으로 단장할 즈음이면

마음은 어느새

한 잔의 국화주에 취하듯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