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전에 선배 시인이 죽어 화장장 불가마에 들어가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의 시는 계속 세상을 떠돌았다. 시처럼 가여운 것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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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사
이상국
나는 이파리처럼 가벼워서 두고 가기 좋으나 그래도 해
질 때 바닷가 술집에라도 데리고 가면 나의 시가 얼마나
좋아 하겠냐며……
그전에 선배 시인이 죽어 화장장 불가마에 들어가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의 시는 계속 세상을 떠
돌았다. 시처럼 가여운 것도 없다.
사람들이 무작정 가을 산에 와 죽으니까 군(郡)에서 자살
수상자 신고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래도 어디든
죽음은 제집에 들기 마련이다.
나의 지구에서 가을 하나가 떠나간다. 어둑한 길을 걸어
당도했는데 그래도 그는 나를 두고 간다. 잘 가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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