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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소총 들고 싸우던 탈레반, 870 억불 상당 미국 최신 무기 획득

바람거사 2021. 9. 3. 02:56

[거사 첨언]: 미국이 서둘러서 아프간 정부에게도 알리지 않고 최대의 Bagram Air Base에서 장비를 다 놔두고 인원만 철 수한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어차피 구 아프칸 정부군에게 쏟아부은 무기가 엄청난데, 수 백대가 문제가 아니고, 또 숨겨진 미국의 의도는 ISIS-K같은 극단 테러 주의자들과 싸우는데 탈레반의 소총/바주카포에 민간차량으로만으로 충분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을 거고, 또 어느 세월에 그 많은 무기들을 회수할 수 있겠는가? 단지 카불 공항에서 철군할 때 그곳에 있었던 장비/헬리콥터 등은 당장 사용불능하게 만들어 놨다고 하였다.  

미군의 무기로 재무장한 탈레반 소속  대원들

 

9/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도심. 미 군용 지프차 험비와 최신식 장갑차 수십 대가 등장했다. 이들 차량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을 상징하는 흰색 깃발이 걸려 있었고, 미제 총기 등으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타고 있었다. 하늘에선 탈레반 깃발을 매단 미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날아다녔다.

미국 CNN방송 등이 보도한 칸다하르의 이런 풍경은 미군이 남기고 간 무기로 선보인 탈레반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관련 대국민 연설이 끝난 직후 시작된, 탈레반의 ‘20년 아프간전 승리’ 자축 무대였던 셈이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 완료와 함께, 탈레반이 미군 무기를 대거 획득하게 된 것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의 화력이 강해진 것은 물론, 이들이 테러 단체의 무기 공급처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미 국방부는 전날 “아프간에 두고 온 장비들은 사용할 수 없도록 불능화했다”고 밝혔지만, 기존 아프간 정부군에 지원했던 무기와 장비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탈레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상공에 미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탈레반 깃발을 달고 비행하고 있다. 칸다하르=AFP 연합뉴스

 

2003년 이후 미국이 아프간 정부에 공급한 무기는 험비 2만5,000여 대, M4 소총 36만여 정, 기관총 6만4,000여 정 등 870억 달러(약 101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아프간 공군이 운용하던 항공기 167대(6월 말 기준)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물론 탈레반이 미군 무기를 정확히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탈레반이 공개한 영상과 위성사진 등을 볼 때, 최소 수십 대의 군용기가 탈레반에 넘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반 총기나 차량, 헬기 외에 △방탄장비 △통신기기 △야간투시경 △생체기기 등 최첨단 장비들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 BBC방송은 “탈레반은 더 이상 러시아제 AK-47 소총을 든 채 낡은 트럭으로 이동하던 반군이 아니다”라며 “미군의 최첨단 장비 획득을 통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중 처음으로 공군력까지 갖췄다”고 전했다. 실제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을 포섭, 헬기 조종에 나서고 있다. 탈레반에 우호적인 국가가 부품 공급 및 기체 정비, 조종사 제공 등 물밑 지원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탈레반이 테러 조직에 이런 무기들을 공급하는 경우다. 일각에선 ‘파키스탄 암시장을 통해 북한 등으로 무기 수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프간 자산 동결로 돈줄이 막힌 탈레반이 무기 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탈레반이 미국산 무기로 미국이나 동맹국을 공격하거나,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적국에 무기를 팔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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