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영글어 간다고 믿었던 사랑은, 포도가 발효를 하여 포도주가 되어버리면 그 포도주에는 더 이상 포도가 없듯이, 결국 한 평생 서로 지고 갈 멍에로 변해버린다'고 하였다.
2008년 8월, 지인한테서 한 권의 책을 소개받았다. 작가는 책 표지에 있는대로 김석휘라는 재미동포라 하였는데, 그는 평생동안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서, 외도를 한 셈이다. 책 제목은 '어느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공학도가 쓴 얘기가 어떨까하는 선입관이 앞섰지만, 그의 따뜻한 맘과 배려, 그리고 섬세한 문장을 읽어나가면서, 정확한 논리를 추구하는 공학도다운 치밀함이 어울러져 있었다.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였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누구나 다 갖을 법한, 애틋한 그리움이 배인 얘기부터, 대학, 군대, 사회생활, 그리고 싸이버 스페이스란 인터넷 시대에서 만났던 다양한 여인들과의 풋사랑, 결혼을 하여 처자가 있는 남자의 눈에 들어왔던 여인들에 대한 지적 갈구의 돌파구를 찾기위한 과정과 결과를 현실적인 fact에 fiction을 가하여 1960년대부터 유행한 Faction기법을 통하여 에피소드를 다시 엮었다. 한국에서는 2003년무렵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영화나 드라마로써도 인기가 높았던, '황산벌', '왕의 남자',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 '주몽', '바람의 화원', '바람의 나라' 등이 다 그러한 장르에 속한다.
특히 싸이버스페이스에서 만난 여인들 편에서는 물론 가명으로 썼지만, 현재 한국에서 꽤 명성이 알려진 언론인과 정치인과의 인터넷상으로 나눈 지적인 대화를 이메일 형식으로 전개를 하였다. 그리고 언뜻 보기엔 남녀가 주고 받는 사적인 대화내용이지만, 수 많은 메일을 통해서 작가는 불륜이라는 늪으로 빠져들지 않으려고 인내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 사랑과 결혼의 의미, 자연에 대한 찬미 등 지적 대화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짧은 기간동안 수 많은 대화를 토해내다가 어느날 쇠망치로 뒷통수를 한 대 얻어 맞고서 제정신이 난 사람들처럼, 하루아침에 돌변하여 그 여인들은 그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을 보여줬다.
실로 '여고시절'의 노랫말같이,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것도 사랑이었나? 하는 반문이 일어났던 걸까? 100% 도움을 주는 친구로 지내자고 다짐했고, 자기의 메마른 일상에 오아시스같은 존재로 믿고 지낸다더니, 자신의 정치적 야망이 이뤄질 기회가 오자, 하루 아침에 고무신을 돌려신고 돌변해버린 여인도, 그리고 고독이 골수까지 져며드는 뉴욕의 외로운 밤에 '누가 날 죽여 줬으면--'하며 울부짖던 어느 여기자는 이제 자기 자신을 두텁게 재포장해버리고, 물을 만난 고기처럼 여러 사람들 중심에 서서 공주같이 지낼 것이니, 짧은 인터넷에서의 그와의 만남은 곧 망각해 버릴 일이었다.
그는 끝맺는 말에서, 겉과 속이 한결같고 열심히 현실을 극복하며 살아온 내자에게 꼭 사죄할 일이 있다면,결혼후 겉으로 나타난 외도는 아니더라도, 한 때나마 채울수 없는 공허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신적인 대화를 위해 쏘우울 메이트를 찾는다는 미명하에 수년동안 싸이버 스페이스를 헤맸던 일입니다.'라고 하면서 '이런 관계도 가증스런 정신적인 불륜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하였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은밀하게 주고 받는 육욕적인 불륜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대치되는 정신적 불륜이라는 면에서 그도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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