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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수영장/노량진 수산시장/명동교자/이태원 Buddha's Belly/JD BBQ/공항/시카고: 8/5~8/10/2024

바람거사 2024. 8. 21. 00:03

한국의 여름 날씨가 매우 무더워졌다. 무더위가 근 한 달 이상 계속되고, 가끔 게릴라성 호우가 잠시 내리지만, 몇 도 떨어진듯하다가 여전히 찐다. 이런 날에 방한한 남매 식구들이 힘들었고, 특히  5살이 되는 막내 손녀가 제일 힘들어했다. 그래도 원체 활달한 녀석이라 장난기가 가득하고 잘 따랐지만, 수영장에 가면 제일 좋아한다. 

[무더위엔 수영장이 최고- 이거저거 시켜서 먹고 맥주 한 잔도-. 손녀들도 핫도그에 감자채 튀김이면 엄지 척!]
[8/5: Ali 네 식구는 수영장에-. 너무 무더워서 AJ 식구만 우리와 같이 노량진 수산시장엘 들러서 엄청나게 전시된 해물가게를 둘러보고, 덩치는 작아도 손이 무지 큰 집사람이 대게 4 마리를 사와서 3층에 있는 '진주 식당'에서 요리한 것과 식당에서 해준 모둠회/조개를 실컷 먹었다. 거사는 게 껍데기에 내장을 요리한 걸 당은 걸 젤 좋았는데, 큰 손자도 그걸 잘 먹는 걸 보고 놀랐다. 할아버지 입맛을 닮았나 생선회도 잘 먹는데, 둘째 녀석은 어려서는 회를 잘 먹더니만, 이번에 보니 입에도 안 댄다. 유난히 무더운 한 낮이라 안주가 그리 좋은데도 소주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8/6: 명동 칼국수를 안 먹을 수 없다고 모두 이구동성-. 딸과 큰 손녀는 2017년에 왔었는데 이번에는 큰 손녀가 9살이 되어서 즐길 줄 안다. 먼저 온 AJ 식구와 같이 인증샷을 찍었고, 명동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좀 늦게 온 딸 식구와 더불어 칼국수/만두를 손자/손녀도 맛있다며 잘 먹었다. 그리고 퇴계로쪽으로 나오다보니, 1978년 9월 13일에 우리가 결혼식을 올렸던 Pacific Hotel 이 성큼 눈에 띄어서 애들한테 얘기했더니 모두 혀를 내둘렀다. 하도 맘을 졸이면서 치른 결혼식이라 무려 46년전이나 흘렀어도 그때가 생생하다. 그 긴 세월동안에 두 남매에 손자/손녀까지 8명이나 생겼다.

 

[8/7: 작년에도 들렸던 녹사평로와 이태원로가 만나는 옆 언덕바지에 있는 태국 식당인 Buddha's Belly에서 동생 부부도 같이 모두 점심을 하였다. 창가 자리는 2만원을 더 줘야했다. 아들식구는 Tokyo에서 2박 3일 머물 일정으로 8/8에 출국할 거고, 8/9에는 딸내 식구가 출국하여 동생 부부와 석별의 정을 나눴다.]

 

[8/8: 딸이 이태원로/19길에 있는 돼지 갈비 맛집인 "정든집(JD Barbeque)"이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하여 호텔 옆길로 내려가는데, 진분홍 배롱나무 꽃이 매우 고왔다. 이태원로근처까지 내려오니 식당 간판이 보였는데, 몇 사람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창문에 "기다리시는 동안 시원한 생맥주 한잔 어떠세요?"란 글귀를 보고 웃으면서 사위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그런데 우리 앞에 있던 호주에서 온 젊은 커플도 따라서 시켜 마셨다. 딸네 부부는 정말로 돼지 불고기가 맛있다고 흐믓해 하였고 우리도 즐기면서 소주도 마셨다. 식사 후에 유명 그룹회장 저택과 각국 대사관 관저가 즐비한 오르막길을 사위가 막내 손녀를 업으려고 하자 집사람이 거들었는데, 너무 서운하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8/9: 아침에 공항으로 가려고 호텔 로비 데스크에 부탁하여 온 Van에 오르기 전에 모두 아쉬운 석별을 하였다. 거사는 8/10에 출국하여 며칠 후 만나겠지만, 집사람은 두 달 정도 더 머물어서 더욱 아쉬운듯-. 그리고 우리와 동생 내외는 엄청나게 붐비는 '동아냉면'에서 점심을 하였다.]

 

[8/10: 오전 9시 무렵에 이런저런 집안일이 산재하여 거사만 혼자 출국하러 Terminal 2에 동생 부부와 집사람이 같이 왔는데, 부평 여동생 부부도 전송 나왔다. 모두 같이 인증샷을 찍고 아쉽게 헤어졌지만, 다음엔 몇 년만이 아닌 몇 주 정도 일정으로 자주 올 거라 하며 헤어졌다. 즐거운 일로 왔거나 궂은일로 왔어도 헤어진다는 건 항시 서운한 맘이 앞서게 한다. 출국수속을 하고 라운지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10시 40분에 이륙하는 KE 037에 탑승하여 장도에 올랐다.

인천에서 시카고의 직선거리로 보면 북한과 러시아 캄차카 반도도 상공을 지나가면 1시간은 더 줄일 수 있는데, 일본 쪽으로 돌아서 알래스카로 간다. 예전에는 방한할 때 알래스카에서 러시아 상공을 지나고 몽골/중국을 거쳐서 서해로 진입하여 영종도로 들어오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시카고로 돌아갈 때는 제트 기류에 편승하여 1시간 정도 빠르게 가도 12시간 반이 걸린다. 비즈니스 좌석이라 편하게 잘 수도 있지만, 옆에 항시 묻어 다녔던 잔소리쟁이 딱순이가 없어서 좀 허전하다. 그래서 잠 좀 자려고 포도주를 마시면서 연거푸 작은 두 잔을 마셨는데, 아페타이저가 예전의 캐비아와 절인 가제토막에 비하면 절인 방울토마토와  올리브 한 개씩 달랑 서브하는 게 참 부실하다.

그리고 전에 못 본 No Time To Die/Skyscraper 를 재미있게 봤어도 4시간이 채 못되었고, 눈이 피곤하여 더는 볼 수도 없었다. 자다 깨다 하면서 미리 주문한 비빔밥을 비벼놓고도 바로 내키지 않는다. 두 차례 식사하다 보니 지루한 시간이 그래도 지나가고 밖을 보니, 어둬진듯하다가 동편 하늘이 붉어지면서 여명이 오고 있었다.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추면서 미시간 호수를 지나는데 눈에 익은 시카고 다운타운이 잠에 깨어 기지개를 켠다. 4개월  반 동안 방한 중에 명소를 수 없이 다니며 맛집탐방도 하였지만, 그래도 시원하고 녹음이 짙고 조용한 우리 동네에 오니 고향에 온 듯 맘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