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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투어(IV)-Innsbrook/ Verona/Venice/Florence/Pompeii/Sorento

바람거사 2022. 10. 1. 22:19

4. Innsbrook/Verona/Venice/Florence/Pompeii/Sorento(9/9~9/11):

 

스트리아의 인스부룩은 오래된 도시라 골목이 많고 좁은데, 좀 큰 길가에는 노천카페가 줄지여 있다. 우리들이 도착한 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아서인지 밖에 앉아서 커피나 와인 또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끼는 오래된 도시에서의 반나절의 아쉬운 일정을 마치고서 이탈리아의 베로나(Verona)로 내려가는 장도에 올랐고, 3시간 반쯤 지나서 베로나 교외에 있는 깔끔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였다. 피곤한 우리들에게 가이드는 이곳 북부지방에 있는 마씨(Masi)라는 곳에서 생산되는 마씨 레드와인을 선보여줬는데, 떫은맛이 덜하면서 향이 그윽하였다. 몇 잔을 연거푸 마셔버렸더니 피로가 가시며 이탈리아에 도착 설렌 기분이 고조되었다.

[The Golden Roof, Leopold Mozart(father)/ Wolfgan Mozart의 숨결이 깃든 인스부룩]

 

쥴리어스 시저는 기원전 47년 9월에 지금의 흑해 남쪽 연안의 튀르키에(터키) 있었던 Pontus에서 Pharnaces II 세를 격파하고,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라는 자만에 찬 말을 원로원에 보내는 승전보에 썼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겼노라'라는 말 대신에 ‘느꼈노라’를 읊어보았다. 한국인으로서 아니 이방인으로서 고대 그리스 내지는 로마문명에 대한 열등감 내지는 해묵은 호기심으로 어우러진 우리들이기에 직접 보고 느끼고 선입관념 없이 비교를 하고 싶었다.

 

다음날 역사적인 첫 아침을 맞이하였다. 베로나는 단테가 피렌체에서 올라와서 작품 활동을 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실제로 있던 얘기로 서로 철천지 원수같이 지내던 황제파인 몬테키 가문의 로메오와 교황파인 카플레티 가문의 쥴리에타의 얘기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통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알려진 후에, 20세기 초기에 관광을 목적으로 쥴리엣의 집을 복원하고, 발코니 아래에 그녀동상도 세운 후에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줄을 서서 그녀 동상오른쪽 가슴을 만지며 사진을 찍어댔기 때문에  반질반질 윤이 났다. 그걸 만지사랑이 이뤄진다는 믿음이 전해지면서 말이다. 집으로 통하는 아취형의 통로 옆 벽에는 사랑을 맹세한 무수한 쪽지가 붙어있었다.

 

이곳에는 이탈리아 3대 원형 경기장중의 하나가 있는데, 1세기경에 지은 것으로 로마, 카푸아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규모이지만, 그 구조는 비슷하다. 외벽은 로마의 콜로시움같이 거의 다 허물어져있다. 또한 외부의 잦은 침략을 방어할 목적으로 베로나를 감싸는 높은 성을 쌓았는데, 곳곳에 아치형의 통로가 있고 지금도 차량이나 사람들이 통행을 하고 있었다. 또 에르베광장은 약재 교역이 활발했던 시절에는 동서양의 상인들이 그리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다. 광장 중앙에는 조금 높게 만든 단상이 있는데, 기둥에는 묵직한 쇠사슬이 지금도 걸려있다. 이곳에서 죄인도 다루고 또 노예 매매도 이뤄졌단다.

 

베로나에서의 오전 일정을 끝내고 정오 무렵에 베니스로 향했다. 연락선을 타고 베니스에 들어설 때는 그야말로 타임캡슐을 타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서 중세기 때에 들어서는 느낌을 줬다. 모든 건물들이 옛 형태를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성 마르코 광장을 시작으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마치 미로같이 형성된 주거지며 상가를 둘러보고, 괘씸죄로 종신형을 언도받은 카사노바가 유일하게 탈출을 했다는 감옥이며 탄식의 다리를 구경하고서, 4인 그룹별로 곤돌라를 탔는데, 운 좋게 아코디언을 켜는 악사와 가수가 우리 배에 타는 바람에 정감 있는 칸소네를 들으며 삼페인을 마셨다. 우리가 박수를 치며 흥을 돋워주는 바람에 악사는 신이 나서 베사메무쵸와 고엽을 연주하였고 가사를 잘 모르는 우리 모두는 라랄라~로 흥얼거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베니스에서의 하이라이트였다.

 

늦은 오후에 피렌체로 들어가기 전에 오리지널 이탈리언 피자를 맛보았다. 토핑으로 바른 토마토 페이스트가 스며든 엷은 도우(dough)가 고소하였다. 사실, 미국에서의 피자는 이것저것 푸짐하게 넣은 푸젼 버전이다. 매번 좀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누적된 피로가 몰려온다. 피렌체 근교인 파도바에서 정신없이 녹아 떨어진 일박을 하고 다음날 피렌체 관광을 시작하였다.

 

먼저 단테의 생가와 시뇨리아 광장에서의 유명 조각상과 꽃의 두오모 대성당을 먼저 둘러봤다. 단테는 그의 유명한 저서 '신곡'으로 이탈리아어를 명실공히 유럽에서 인정해주는 언어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시뇨리 광장(일명 에그머니나 광장)에는 복제품이 대다수이지만,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많은 노천 조각들이 즐비하게 도열해있다.

 

세월을 한참 뛰어넘어 마치 그 옛날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로 되돌아가서 온 시가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감회가 따랐다. 이곳은 이탈리아에서 유적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오후 늦게 소나무가 보이는 데이빗상(복제품)이 있는 언덕에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로마 근교에 있는 호텔로 출발하였다.

  

무척 길다고 여겨졌던 여로가 중반을 넘으면서 하루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이제 매일 새벽에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단단히 하고, 다음 행선지로 출발하는 일정이 벌써 몸에 배었다. 전날에 피렌체 관광을 끝내고 로마 근교에 있는 쉘라톤 호텔로 옮겼다. 이곳에서는 3박을 하게 되어서, 이제 큰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9월 12일(금) 아침, 나폴리 근교 폼페이로 향했다.

 

2시간 반 가량 이태리를 종단하는 A1 고속도로를 타고 나폴리 근교 폼페이로 이동 중에 고속도로 주변에는 싸이프러스 나무와 올리브 나무를 많이 볼 수 있었고 또한 예전에, '쿼바디스'나 '폼페이 최후의 날' 등의 영화에서 본 위쪽이 아치형으로 크게 자라는 나무가 가로수로 도열해 있는 걸 기억하고 있는데, 그게 소나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로마제국 시대에도 마차가 다니는 큰길에는 사각형으로 다듬은 돌로 잘 포장이 되었고, 또 가로등이 없던 시절이라 길 가운데 흰 차돌을 일정한 간격으로 박아서 밤에는 달빛이나 주변 빛이 반사하도록 만들어 놨다.

[베니스의 성 마르코 광장/곤돌라 투어]
[같은 투어에 동행했던 캘리포니아에서 온 가족중에서 젊은 이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

 

[악사가 탄 곤돌라 유람중에 삼페인 마시고, 또 노래까지-.]

[단테의 생가]
[시뇨리아 광장(세칭, 에그머니나! 광장]

 

[중앙에 Duomo 성당이 보이는 피렌체(풀로렌스)전경을 배경으로]

 

[나무 위가 평평한 우산 소나무/소프라노 조수미의 별장근처를 지나면서]

폼페이에 도착하니 악명을 떨친 베슈비어스 화산이 성큼 저만치에 보였다. AD 79년에 대폭발을 하여 폼페이를 10m의 화산재로 덮으면서 2000년이 가깝도록 발굴하지 않았다. 로마시대 때는 신의 저주로 인한 재앙으로 간주되어 아무도 접근을 꺼렸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도로며, 상하수도, 피자를 굽는 가게, 싸우나 와 마사지 시설까지 갖춘 목욕탕, 공회당, 신전, 심지어 춘화도가 그려진 사창 가등 현대의 시설과 다름없는 고도의 문화생활을 하였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이탈리아의 칸소네로써 애창곡인 '돌아오라 쏘레토로'의 배경이 된 '쏘렌토'에 가기 위해서 폼페이 역에서 협궤 전철을 타고 잠시 동안 이동하였다. 쏘렌토는 관광도시로 깨끗하지만, 나폴리 근교는 이태리에서도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이다. 이태리 전체 국민 일인당 소득 평균 $27,000에 비하여 이곳이 $10,000 정도라는데, 빈민이나 집시들이 주로 모여 살며, 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 거지와 거리에 많은 쓰레기 더미가 자주 보였다.

[뜨거운 화산재로 파묻혀 굳어진 폼페이의 참상을 보여주는 모습/ 창녀촌/목욕탕]

 

[섬의 정상을 스키 리프트같은 승강기로 이동/ 지중해에 발을 담궈보는 카프리 섬에서]

 

[로마로 들어가기 전에 들린 쏘렌토의 해안가]

20여 분 후에 나폴리 근교와는 대조적으로 관광도시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쏘렌토에 도착했고, 도심지를 지나 카프리 섬으로 가기 위해서 바다와 접한 부두로 내려왔다. 이탈리아 서부 해안은 주로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항구를 감싸고 있는 절벽 위에 있는 건물의 발코니에서 축제 때는 유명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면, 육성으로만으로도 잘 울려서 즐긴다고 하였다. 부두 근처에는 과일과 포도주나 주스를 파는 노점상들이 몇 군데 보였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맛을 본 청포도는 예전에 먹었던 단맛 만나는 거에 비해서 시큼 달큼한 맛이 나는 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