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시카고사는 이야기

2020년 여름 거사네 뜨락 -1

바람거사 2020. 6. 28. 14:51

한영애의 '봄날을 간다'를 들으며 즐감하시길--.

 

Family room에서 바라본 페디오와 뒤뜰
Living room창가에 수년 묵은 Orchid 꽃이 피고 지고---
 올 4월에 철쭉이 먼저 피고, 왼쪽에 아직 꽃이 피지 않은 Clematis. 우리가 여기서 올해로 28년째 살고있는데-. 

 

올 2020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곱게 핍니다.
관상용 양귀비/작약이 여전히 십 수 년째 곱게 핍니다

 

  왼쪽은 2018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두 개 열매로 가져와 호호불며 키운 Robusta coffee plant, 오른쪽은 어머님이 수 십 년동안 키웠던 걸 분재하여심어 큰 Hoya plant 인데, 향기 넘 좋은 덩이진 엷은 핑크빛 꽃이 핍니다.

 

아마 2000년쯤 집사람의 직장동료가 작은 한 구루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져다 준 걸 4년 정도 키웠는데, 한 여름에 작지만 무수히 피는 별 모양의 꽃에서 풍기는 향기는 마치 밤의 여자의 짙은 향수같이 온 천지에 퍼집니다. 그래서 이름도 'Lady of Night'이며 중국명으로 '야래향' 인데 요절 가수인 테레사 텡(등려군)도 멋들어지게 불렸죠. 오리지널 노래는 3, 40년대 일본계로 중국에서 활동한 이국적인 미모에 빼어난 예능감각을 지녔던 리샹란(셜리 야마구치; 1920-2014)이 불렀습니다. 그녀는 종전 후 미국/홍콩에서도 활동을 하였고, 귀국하여 1974년 부터 18년동안 참의원 의원도 지냈답니다.

 

이 야래향은 추위에 약하고 또 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기온이 내려가면, 가지 치기를 한 후에 실내로 들려오는데,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바짝 친 가지의 잎들이 살짝 얼어버린 탓에 실내에 들어와서 다 떨어져 벌거숭이가 되고 보통 새잎이 납니다. 그러나 이번엔 깜깜 무소식-. 자세히 보니 잔가지 모두 다 위에서 부터 다 말라 죽어 가고 있더군요. 15년이나 키웠는데, 가슴이 철렁! 반신반의로 살아있는 부분을 잘라서 엷데 탄 비료녹인 컵에-
놀랍게도 그 중 하나에서 잔뿌리가 나고 아주 작은 싻이 텄답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화분에 옮겨심었더니 이리 컸습니다.  아, 이 녀석이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볼 때마다 해대는군여-.
                   그리고 5년 후에 이렇게 잘 자라서 올 봄에 화분 채 내놨고 이제 20여년 지기 이 친구는 션~한 바깥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겨우내 실내에서 지내다가 밖에 내놓으면 그늘 진 곳에서 강한 햇볕을 슬슬 적응해야합니다.

 

야래향옆에 나란히 강한 햇볕 적응훈련을 하는 Arabica coffee plant입니다. 2018년 코스타리카 투어때 커피 농장에서 빨갛게 읶은 체리 몇 개를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대롱에 숨겨서 가져 온 심정으로 꽁꽁 숨겨서 가져와서 이 거도 호호 불면서 몇 구루를 심었는데 이게 잘 자라서  4송이 하얀꽃을 피더니만 이제 몇 개월 후에 이렇게 영글어 갑니다. 아라비카 커피 나무는 자체 수정을 하여, 한 구루만 있어도 열매가 열립니다. 로버스터 커피는 다른 나무의 수술가루가 있어야 수정-. 동성동본은 안된다고? 신기 신기!! 이제 2년 후엔 수 십개가 열린다니, 커피 한 잔을 내릴 수 있으려나?? 

 

올 해도 여주씨를 많이 심었는데, 새들이 귀신같이 파먹고 두 구루만 잘 잘라고 있습니다.  좌측은 작년 사진-

 

청양고추, 상추, 가지, 그리고 귀퉁이에 나무 타고 올라가라고 호박 한 구루도 덤으로 심고-, 유채꽃도 몇 구루 자생-. 이 유채도 근 20년 된 거랍니다. 2001년에 어머니 모시고 설악산과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제주 하얏트 호텔 남쪽에 시든 유채에서 씨앗을 받아와서 뿌린 게 해마다 저리 납니다.  그리고 분꽃도 20년 이상되어 저리 무지막지하게 크면서 향기가 아주 좋은 이쁜 진분홍 꽃(작년 사진)을 피워댑니다. 7월 중순쯤 되면 저리 피죠.

 

 Yuletide Camellia(크리스마스때 피는 동백꽃)인데, 시카고는 추워서 밖에서 키우지 못하고 야래향과 같이 겨우내 실내에서 지냅니다. 2018년 9월에미국의 남부 사우스 캐롤나이나의 화원에서 우편 오더로 샀답니다. 한국에는 통겹꽃이 많은 데, 남부해안에 이런 홀겹종류도 있더군요.

 

어머니가 십여년 동안 키우셨던 더덕인데, 2016년 11월에 돌아가시고 다음해 4월에 집 매매할 무렵에 뒷뜰에 있는 걸 캐서 심었습니다.
초저녁에 피는 달맞이꽃이 아니라, 개량종은 낮에 이리 곱게 핍니다. 그 옆엔 Chamomile(잎이 타원꼴)과 꽃은 비슷하지만, 데이지꽃(잎이 톱니가 있고 길쭉함) 입니다.  한국에서는 야산에 지천으로 피는 꽃으로 그냥 들국화라고 불렀죠. 어려서 동네에서 좀 떨어진 깊은 산엘 동무들과 어울려 자주 갔었는데, 나무 없는 야산에 있었던 공동묘지 근처 언덕바지에 하얗게 군락을 이루며 핀 게 너무 아름다웠죠-.

 

2014년 하세한 장모님이 생전에 노인 아파트 창가에 놓고 잘 키운 '사막의 장미' 인데, 두 어 개의 트럼펫같은 붉은 꽃이 피면 어서 와서 구경하고 사진 찍으라고 하셨죠. 이제 한 8, 9년 키웠는데, 이 녀석도 열대성 화초라서 겨울에 들여 놔야합니다. 화분도 크고 엄청 자라서 혼자 들기엔 벅차죠. 실내에서 인조 태양광으로 잘 자라지만, 밖에 나오면 햇볕이 강해서 앞은 다 떨어지고 다시 납니다. 곧 꽃이 피기 시작하려고 붉은 망울이 보입니다.  

 

펜스따라 집사람이 너무 많이 심은 강낭콩은 정말 속도전의 킹입니다. 심고 바로 싻이 트더니 빨리 큽니다. 오이도 탐스럽게 잘 자라네요. 실내에서 발아를 한 건 음지에서 커서 여물지 못하고 옮겨 심어도 잘 자라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매번 마트에서 호박/오이/청량고추는 사서 심습니다. 그리고 집 옆에 길게 만든 밭(?)엔 들깨와 호박을 매년 심는데, 이제 향이 끝내주는 깻잎을 6/27 첨으로 따먹기 시작했고, 7월말이면 오이나 애호박을 두루 나눠주고도 실컷 즐깁니다.(작년사진)

 

집 북편에도 반 평정도의 조그만 부추밭을 만들었는데, 우리 둘이 실컷 베어 먹습니다. 들깨도 몇 구루 자라는데, 씨가 떨어졌던 모양-.

 

나팔꽃도 또 화분엔 봉숭아도 잘 자랍니다. 모두 다 어머니집에서 받아온 푸른 나팔꽃이며, 연분홍 색의  봉숭아씨로 매년 뿌린답니다. 생전에 연분홍 옷을 젤 좋아하셨고 꽃도 그리고 '봄날은 간다' 는 노래도요. 나는 한영애의 술취한 목소리로 허스키하게 담배 연기 자욱한 카페에서 부르는 스타일도 좋아합니다.

 

비가 내리는 오후, 우리 애들이 떠나가고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농구대가 20년도 넘게 외로히 서있습니다. 앞집 사는 꼬마가 가끔 와서 놀기도 했는데, 그 애도 벌써 대학생이 되었네요-. 아, 요샌 9/6살 장손 형제가 가끔 오면 백 보드를 낮게 내려놓고 슈팅 연습을 합니다.

 

집 현관 앞에 장식으로 제라늄, 페투니아, 기아나 임페이션스 등 모듬으로 만든 화분을 놔뒀습니다. 

 

이렇게 한 여름 동안 치닥거리하며 바쁘게 지내면서 들깻잎, 오이, 호박, 고추, 가지 따위를 실컷 따먹다 보면, 가을이 오더군요. 여름휴가로 1, 2주 동안 비울 때는 근처 사는 처제한테 물주기 부탁도 하고, 또 뒷뜰에는 자동 타이머를 이용해서 위로 세번째 뒷뜰옆의 페디오 테이불위에 묶어논 스프링클러로 이른 아침에 반 시간 동안 하루 한 차례 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