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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추의 거사네 뜨락-III

바람거사 2020. 10. 5. 23:03

산천은 예나 다름없이 유구한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창궐하여 온 세상이 먹구름으로 덮히게 되었는데도, 올 2020년 여름이  또 밀려가고 서늘한 초추가 들어섰습니다. 아침에 일나서 기온을 보니 34도라 기겁하여 뒷뜰을 쳐다봤습니다. 그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면, 냉해를 입었을 거 같은데, 다행히 고추잎만 좀 시들해졌군요.  곧 야래향, 커피나무 세 구루, 사막의 장미와 호야는 손질하여 겨우살이 준비를 해놔야할 거 같은데, 오늘 지나면 적어도 일 주일은 따뜻한 초가을 날씨가 계속되는군요-.

 

오이가 다 없어지고 나니, 강낭콩이 오이전용 철망을 다 점령했습니다.
10/4일 기온이 12도, 바람이 찹니다. 여기 호박 덩쿨이 쟈스민을 여름내내 감싸고 못살게 굴었죠-. 그 사이에 올 마지막 호박이 있는 걸 못봤습니다.
가을은 나무 끝에서 부터 오는 가 봅니다. 오른쪽 차고옆 화살나무가 붉게 물든면 만추가 되겠죠-.
 나팔꽃이 아직도 핍니다. 나무에 매달아 놓은 건 어머니가 생전에 수십년동안 애지중지 키웠던 걸 분재하여 심은 Hoya. 엷은 핑크의 덩이꽃이 피고 향이 너무 좋은데,  다 크지 않아서 올 해는 피지 않았습니다.
올 여주는 강낭콩 기세에 눌려서 햇볕을 보지 못하여 아직도 초록색으로 숨어있습니다.
자주빛과 흰 꽃이 피는무궁화를 어머니집에서 가져다 심었는데, 희얀하게도 흰꽃 모습이 좀 다르게 폈습니다. 
올 해의 오이농사는 병이 들어서 별로 였는데, 애호박과 청량고추는 풍년이어서 나눠주고도 실컷 즐겼습니다.
야래향의 짙은 향기가 9월에 온 천지에 가득합니다. 마치 밤의 여인의 짙은 향수같이-.
사막의 장미, 봉숭아, 야래향이 7,8월에는 저리 잘 피었었는데--
이제 9월지나 10월에 들어서니 이리 변했고, 대신 늦가을의 향기가 그윽한 국화를 사다 놨습니다.
Burning Bush(화살나무)가 붉게 물들고, 제라늄이나 임페이션스가 이제 좀 춰지면 다 시들 거니, 노란 국화 화분을 두개 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