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중후반, 고딩시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그 매력적인 여고생을 매일 먼발치에서라도 못 보는 날은 얼마나 서운했던가!
근처에 사는 동창과 같이 발정 난 동네 개처럼 그 여고생 집의 창문 밖을 어슬렁거리다가, 언제 누구한테 들은 기억도 없는 구전으로 익힌 10초 정도의 짧은 한 소절의 세레나데를 크게 부르자마자, 행여 웬 놈들이 수작을 부리냐고 그 애 부모나 큰 오빠가 나올까 우려하여 백 미터 달리기로 그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뭐 가 그리 좋다고 동창 녀석 하고 숨을 고르며 낄낄거렸다.
" 앞 집의 영자야, 밤 사이 잘 있느냐?~"
물론 그 여고생의 이름이 "영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그 여고생의 이름을 크게 부를 수도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을 시켜서 은밀하게 언제 어디서 만나자는 쪽지를 건네주고 싶은 용기가 나질 않았기에, 이런 식으로라도 우리가 누구라는 걸 알려주고픈 맘에서 그 세레나데를 가끔 불렀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우연히 옛 교복을 입은 여고생 몇 명이 등하교하는 흑백 사진을 보니, 불현듯 그 노래 소절이 생각났다. 지난해부터 클라리넷을 한 11개월 불다가, 알토 색소폰으로 갈아탄지도 7개월이 되었는데, 이제 조금 음을 잡을 만하여, 그 귀로만 들었던 소절을 색소폰으로 물어보며 유사하게 악보로 옮기다 보니, 둘째 소절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가사/곡을 이렇게 붙여봤다.
"나 너를 생각하다 밤잠을 설쳤노라~"
그리고,
지난 12월 초, 시카고 시내에 사는 아들 집에서 좀 이르지만, 크리스마스 전에 일주일 동안 가족 여행을 간다 하여, 처제네 식구까지 13명이 모였다. 그리고 아마추어로 지난 35년 이상을 바이올린/비올라를 연주한 아들한테, 악보를 건네주며, 선물 교환이 끝나고 깜짝 이벤트를 벌렸다. 먼저 아들이 감정을 넣어 연주하고, 이 거사가 바로 영어로 번역을 해주고서, 코믹하게 노랠 불었더니, 모두들 와~소리를 내며 환호하면서 한참을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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