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시카고사는 이야기

베터리 잡아먹는 귀신이 있는 거여-

바람거사 2022. 10. 20. 09:20

몇 주 전에 거실 벽에 걸려 있던 시계가 멈췄다. 그래서 그걸 떼어서 주방 테이블에 가져다 놓고 AA 배터리 1개를 빼내어 재보니 1.0 V도 안 나와서 새 걸로 교체하였다. 그리고 현재 시간으로 맞추고 다시 걸어 놓으려고 일어섰는데, 시계 위에 먼지가 있어서 물적신 페이퍼 타월로 닦았다. 그런데  테이블 옆의 의자에 앉아서 그 시계의 시간을 보니 멈춰있었다. 분명히 새 걸로 바꿨고 넣자마자 바늘이 움직였는데, 시계 뒤를 보니 배터리가 없어졌다. 배터리를 꾹 눌러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여 앉아서 시간을 맞추고나서 아래로 빠진 거라 생각하고 의자 근처를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위에서 떨어지면서 굴렀나? 생각하며 테이블 밑에 까지 대충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 하고 중얼거리며, 테이블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철저히 수색하여도 보이지 않았다. "거 참, 이상하네-"라고 연신 중얼거리다가, 테이블 옆에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텔레비전 스탠드 밑으로 굴러갔나 생각하고 그 걸 또 옆으로 밀어놓고 철저히 뒤져 봤는데도 안보였다.

그러다가 생각끝에 다 써버린 배터리를 테이블에서 떨어지면 어디까지 굴러가나 몇 번 떨어트려 봤다. 하지만, 기껏 굴러봤자, 1m도 채 안되었다. 그래도 모르고 슬리퍼 신은 발로 무심결에 차서 의자 뒤에 있는 와인 쿨러 밑으로 들어갔나 생각하고 그걸 앞으로 꺼내서 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젠 은근히 열불이 나기 시작하면서 "이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여- 젠장,이 정도 찾았으면 바늘도 찾았겠다-."라고 생각하며, "아마도 배터리 잡아먹는 귀신이 주방에 있는 거야-"하며 혀를 끌끌 찼다. 파리를 파리채로 후려 쳐서 잡아도 그 사체를 확인해야 하기에, 이게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할 터인데 혀를 끌끌 차다가, 우선 다른 새 걸로 바꿔 넣고  빠지지 않게 여물게 눌러서 거실 벽에 다시 걸어놨다.

며칠이 지나도 그 놈의 배터리가 어디에 처박혔는지 생각을 하면 화딱지가 났다. 그래서 생각 없이 집사람한테 얘길 하였다가, 별 걸 가지고 신경 쓴다고 된소리만 얻어먹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그 시계를 들고서 어디까지 움직였나 생각을 해보니, "아차, 그 쓰레기통! 먼지를 닦으려고 주방 쓰레기통을 열고 그 위에서 닦았을 일이야!. 그게 여물게 끼우지 않아서 테이블 곁으로 오기 전에 거기로 빠진 게다!" 그러나 이미 그 쓰레기 봉지는 바짝 묶어서 바깥 쓰레기 수거통에 넣어버렸는 데다 오늘이 쓰레기 가져가는 날이라, 그 큰 쓰레기 통은 쓰레기 수거차의 기구가 닿는 길옆에다 내다 놨기에, 서둘러서 나갔다. 그 쓰레기봉투 외에 나중에 채워진  큰 봉지가 있었지만, 없어진 날이 며칠 전이라  거기엔 없을 일이었다. 

플라스틱 장갑을 끼고 쓰레기 수거통에서 그 봉지를 열어서 한 두 번 헤쳐보니, 덩그러니 그 배터리가  "나 찾았우?" 하며 반짝거리며 누어있었다. "그럼 그렇지! 귀신이 있을 리 있나? 내가 또 패라노말한 현상마저도 믿지 않는 불가지론자 아닌가?" 그러면서 피슥 웃었고, 집 사람한테는 또 쓰잘대기 없는 짓 했다고 쿠사리 먹을 까 봐  입도 뻥끗하지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