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시카고사는 이야기

2022 거사네 성하(盛夏)의 뜨락

바람거사 2022. 8. 24. 01:18

- 8/23이 처서입니다. 한반도에서는 처서라지만, 아직 덥고 또 입춘이라고 해도 매우 춥죠. 원래 24절기는 중국의 화북지방의 평원에서 농경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한반도의 절기와는 딱히 맞지 않습니다. 화북지방이면 내몽고 아래부터 베이징, 텐진 포함해서 남으로 황허강 유역에 이르는 넓은 지역인데, 아마도 한반도보다 온화한 황허강 유역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닌가 사료됩니다. 그리고 설날/단오/추석 등은 음력으로 정해졌지만, 24절기는 양력 기준으로 만든 거라고도  합니다만-. 하여튼,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는 날인데, 시카고도 위도가 한국의 청진과 같은 42도라 비스무리하게 맞습니다. 요샌 가을을 재촉하는 비도 간간이 내리면서 조석으로 서늘하고 낮에도 25도 전후랍니다. 올봄, 여름이 이리 또 가면서 거사네 뜨락의 꽃들이나 채소들도 여지없이 가을 준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 배경 음악: Richard Clayderman의 Blue Hawaii

 

우리 타운이 아닌 딸네가 사는 Arlington Heights인데, 레스토랑이 많은 중심가의 한 블럭을 차량 통행 금지하고 입맛대로 들어가서 음식과 술을 즐깁니다. 주중인데도 오후 6시 무렵에 주말같이 분비더군요. 우리는 멕시컨 음식을 먹고 또 나는 Tequila로 만든 Dirty Maxican Bulldog($15) 이라는 칵테일을 마셨습니다. Magarita와 비슷한데, 작은 Corona beer(6 OZ)를 거꾸로 박아놔서 빨대로 천천히 마시면 조금씩 흘러나와서 알콜 농도를 그런대로 유지합니다. 잔 주변에 고추가루/소금/약한 식초를 발라서 입맛도 돋구지요-. 쩝!
Dining room 창밖에 Hydrangea tree(나무형 수국)도 잘 피었고 현관문앞에 두 화분에 심은 붉은 제나륨과 흰 임페이션스도 잘 자랍니다.
수십 년씩 묵은 분꽃과 하이비스커스입니다. 진분홍 하이비스커스는 어른 손바닥보다 큰데 하루만 지나면 시들어도 한 여름 내내 끝없이 피고 집니다.
봉숭아/동백/사막의 장미/관상용으로 두 구루 심은 Tobasco(토바스코)고추(엄청 매움)/임페이션스/ 꽃이 시든 제라늄/그리고 4년 묵은 아리비카 커피 나무- 올해는 열매가 많이 열어서 커피 한 잔은 마시게 생겼습니다. 가운데 위에 초록으로 길게 뻗은 건 파입니다. 여름내내 파 살 일이 없군요.
페티오로 나가는 슬라이딩 도어밖 처마에 걸어 놓은 두 화분-. 왼편은 아래로 죽 늘어지는 연두색 플랜트인데, 작년 늦가을에 그냥 시드는게 아쉬어서 거실에 매달아 놨더니 비실비실하더니만, 올봄에 내놓으니 또 잘 자랍니다. 화분위에는 제라늄 붉은 꽃과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오른편의 희고/붉에 피는 꽃이 Mandevilla입니다. 줄기가 많이 뻗어서 큰 화분에 심고 토마토 받침대같은 걸로 받쳐줘야하는데, 막 벌어집니다.
올 오이 농사는 잘된 편입니다. 작년에 땅이 산성화가 되어 수확이 별로-. 올해는 이어짓기를 하지 않는 대신에 겨우내 달걀 껍데기를 잔뜩 부셔 넣어서 중화를 시켰고 Organic 비료는 큰 효과가 없어서 Miracle Grow 비료도 줬더니 J 자로 구부러진 게 I 자로 바꿔지면서 수확이 그런대로 많았습니다.
남쪽과 동편에 비를 맞게끔 집 처마끝 밑으로 심어서 들깨와 호박의 명당자리라 잘 큽니다. 물론 Mushroom compost/cow manure(소똥)를 줍니다. 물은 매일 주네요. 가끔 따는 시기를 놓치면 늙은 호박이 됩니다. 들깨잎은 쌈싸서 먹고 또 장아찌로 만들어 다음해까지 먹죠. 그리고 남는 것은 나눠줍니다.
거실에는 군자란이 항시 그자리에 /응접실에는 크리스마스 무렵에 피는 선인장(X-mas cactus)과 꽃이 진 서양란만. 겨울되면 이 자리에 겨우살이하러 들어오는 화분으로 꽉 찹니다. 작년에 창문 공사를 하여 중앙 창을 크게 하나로 만들어서 밖이 잘 보입니다. 잔디밭 끝 울타리 옆에 어머니 집에서 시집온 흰 무궁화꽃이 만발하였고 왼쪽에는 자주빛 무궁화꽃도 피었습니다. 어머님이 꽃을 아주 좋아하셔서 많은 꽃들이 있었는데, Hoya나 X-mas cactus를 가져왔고 또 잘 크는 무궁화를 보면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납니다. 무궁화는 역시 생명력이 아주 강하여 한인의 기질과 닯아서 국화가 되었나봅니다.
북쪽 동산(좀 높은 곳이라 우리들이 그리 부릅니다-)에는 박테기 나무/목련 그리고 그 아래엔 Ever green Yew와 반 세기 정도 나이든 Juniper 몇 구루가 있어서 그 아래는 그늘이 져서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 그런데  달맞이꽃나무와 자리 다툼을 하는 키다리 나물(삽엽 국화)을 모두 이곳에 옮겨 놨더니, 뿌리가 굵은 탓에 가믐에도 잘 견디네요. 봄에는 감칠맛나는 나물을 먹고 한여름과 초가을에 홑겹의 단출한 노란 꽃이 핍니다.
나팔꽃이 수난을 당했습니다. 여기 이른 아침에 살그머니 후레시 터트리며 사진을 찍어도 이 토생원이 능청맞게 가만히 앉아있네요. 이 짜슥이 코스모스 어린 줄기며 나팔꽃 줄기를 모조리 잘랐습니다. 열불이 나서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BB 권총으로 없애버릴려 했다가, 없어지면 또 다른 녀석들이 올 거니, 청솔모 다람쥐/ 칩멍크(Chipmunk) 같은 작은 동물들이 싫어하는 Spray를 사다가 뿌릴려고 합니다. 며칠 전 아침에 나팔꽃 줄기를 보니, 모조리 잘라놨길래 그래도 살려보려고 물병에 꽂아서 매달아 놨더니, 좀 시들하다가 살아나서 꽃도 피었습니다. 그 생명력에 감탄!! 맨 아래는 닭장을 쳐논 곳에도 밖으로 나온 줄기를 거의 다 잘라버렸고 한 두 구루가 살았습니다. 이곳은 이제 다 없어진 상추, 치커리와 고추 밭입니다. 그리고 나팔꽃 옆으로 큰 삼엽 잎새가 난 건 Cranberry Bean인데, 이 녀석의 번식력도 끝내주는데, 망옆에 가까이 있는 굵은 밑둥이 두갈래로 뻗어 올라간 걸 그 토생원이 그 중 한 가지를 아작내어 다 말라 비틀어져버렸습니다.

 

잔디밭 주변에 심은 무궁화와 닭장친 펜스위로 크랜베리 콩(비싸긴 해도 맛이 좋음) 줄기가 완전히 점령!
흰 무궁화 옆으로 왼쪽에 심은 자주빛 뭉궁화는 너무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