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에 방한하여 봄을 보내고 한 여름인 8/10에 귀국하여 노스부룩에 있는 우리 단층집을 보니 제일 먼저 반가웠고, 차고 문을 열고 짐꾸러미를 부엌으로 밀어 넣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집앞 길에서 눈에 젤 먼저 띄는 것은 현관옆으로 관상용으로 심어놓은 Junifer 가 멋대로 커서 보기가 참으로 흉했다. 그리고 앞뜰 화단에는 봄에 피고 진 수선화의 마짝 말라서 갈색으로 변한 줄기와 잎이 장미가지에 엉켜있어서 장미가 나 죽는다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또 그 뒤로 멋대로 자라서 줄기가 누렇게 된 박하도 가득하다. 코스모스는 색색으로 만발하였지만, 진 꽃에 씨방이 주렁주렁-. 그걸 거의 다 따주지 않으면 앞뜰은 코스모스 밭이 될 터이다. 그리고 잔디밭을 일별하였더니, 업자가 매주마다 잔디는 깎지만, 아주 고약한 잡초들이 군데군데 구역확보를 하고 있었다.
뒷뜰로 가봤다. 이곳도 역시 난장판이다. 오이/고추/상추를 심었던 곳이 잡초와 생명력이 극악한 치커리 줄기가 가득하였다. 산마늘을 심었던 작은 언덕엔 전 집주인은 일본인이었는데, 우엉을 곳곳에 심은 게 세월이 가도 군데군데 잘도 큰다. 그러나 가을에 씨방을 따주지 않으면 번식력이 끝내주는 지라 온통 우엉밭이 될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놈들이 앞쪽 산마늘을 심은 빈터에 댓 구루가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뒷집과 우리집 사이에 있는 잡목 울타리도 엄청나게 웃자라서 서로 누가 더 키가 크나 경쟁하고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 심어놓은 희고 자주빛 무궁화도 질세랴 연신 가득 피어있었다. 무궁화 꽃이 한국의 국화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좋아하셨고 또 돌아가시고 집을 팔기 전에 뒷뜰에 있는 어린 몇 구루를 캐서 옮겨 심은 거다. 그런데 이 무궁화의 생명력도 끝내준다. 꽃이 다 지고 씨방이 영그는데, 한 구루에서 수백개 아니 천 개도 넘게 달려있다. 그게 늦가을엔 갈색으로 변하면서 4쪽으로 갈라지면 엄청난 씨를 잔디밭에 뿌린다. 봄에 싻이 트면 겉잡을 수 없이 새 순이 나오므로 겨울 오기 전에 모두 긁어 내버리지 않으면 봄에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그러니, 한 여름에 돌아와 보니, 3 구루 밑에 아니나 다를까 엄청나게 새순이 나와 있었다. 기가 막혀서 몇 개를 뽑아내려고 당겼더니, 벌써 10cm 정도로 깊에 뿌리를 내려서 잘 뽑히지도 않는다. 온 종일 뽑아도 다 못할 거 같고, 한 두시간 뽑으면 손목이 아프니 며칠 동안 야금야금 다 뽑아 내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새로 생긴 새파란 씨방이 해가 갈 수록 나무가 커가면서 무수히 더 열려있다. 여름내내 예쁜 꽃을 즐겼으니, 그 댓가를 치러야할 일이다. 그뿐 아니다. 울타리 밑으로 번식력이 엄청난 잡초로 Creeping Charlie가 다 점령했는데, 이제 잔디밭쪽으로 구역확보를 하여 전진 배치 중이었다. 잔디밭 사이사이에 민들레나 질경이도 많이 보이는데, 큰 것은 꽃이 피어서 홀씨가 다 날라가기 전에 뽑아내도 뿌리 끝이 남아서 그게 다시 자란다. 역시 지독한 녀석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나중에 제초제를 뿌리면 다 없어지긴 한다.
그뿐아니다. 노란 낮 달맞이 꽃이 다 지고 줄기가 멋대로 휘어져 있고, 삼잎나물도 키가 엄청나게 크면서 예쁜 노랑꽃을 피기 시작했는데, 이 녀석의 씨방도 큰 골치 건대기다. 다 따주지 않으면 엄청나게 새 순이 여기저기서 나오니 말이다. 또 관상용 양귀비의 바짝 마른 줄기와 땅꽈리며 까마중 줄기도 별로 예쁘게 꽃이 피지 않은 장미를 그나마 못살게 굴고 있었다. 놀랠 일은 이 녀석들은 한국의 시골에 엄청나게 자라는데, 이곳 미국에서도 자라는 걸 보면 도대체 어찌 그리 퍼져있는지 그저 놀랄 뿐이다.
방으로 들어왔다. '아라비카와 로버스터 커피나무' 두 구루와 '동백꽃 나무', 그리고 해묵은 '사막의 장미' 가 완전히 울쌍이 되어서 아우성친다. '왜 이리 늦게 오셔서 우릴 감옥살이를 여태컷 시키나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처제가 며칠 만에 물을 줘서 근근히 살긴했어도 워낙 무거워서 달리를 사용하여도 페디오 문을 넘어가고 또 적당히 끌어서 놔야하는데 도저히 내놓을 수 없는 처지이지만, 여름날의 해볕도 보고 바람도 쐬어야하는데 그리 가둬놨으니 미안한 맘 그지 없다. 처제가 하는 얘기로 '호야(Hoya)' 어린 끝 줄기에 아주 작은 벌레가 까맣게 무더기로 붙어있다고 하여. 그건 무겁지 않으니, 화단 옆에 있는 목련나무 그늘밑에 내 다놓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낑낑대며 돌리에 얹여서 다 내 놓고, 해묵은 '크리스마스 선인장' 화분만 하나 남겨 놓고 타이머로 작동하는 인공등 하나만 켜 놓고 나머지 둘은 껐다.
집과 여자는 항시 잘 가꿔야한다. 근 5개월 동안 집은 물론 관상목이나 밖에서 사는 꽃나무나 화분꽃을 가꾸는 일도 손이 많이 간다. 집안으로 들여놔야할 화분은 겨울나고 얼지 않을 즈음에 밖에 내놨다가 봄 여름에 잘 가꿔서 가을에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얼기 전에 겨우살이를 시켜야 하는데, 봄철에 장기 여행이라도 떠나면 문제가 생긴다. 개인집에 살면 화분 외에 잔디나 관상용 나무도 보살펴야 하고 또 오이/토마토/들깨/콩/파/상추를 안 키울 수도 없는데, 콘도로 이사 가면 그런 우려는 없어져서 문만 잠그고 몇 달이던 출타 할 수는 있긴 하다. 그러나 30년도 넘게 꽃과 채소를 즐기연서 낙상염려가 거의 없는 단층집을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에 고민스럽지만, 세상사 영원한 것은 없으니 생각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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