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토): 아침 7:00시에 비가 좀 내리기 시작했는데, 회색 구름이 낮게 낀 걸 보니 온종일 내릴 거 같다. 07:20에 전곡항에 왔는데, 비는 여전히 내렸다. 2022년 12월 23일에 전곡항에서 제부도 가는 케이블카 ‘서해랑’이 개통되어 많은 쉽게 갈 수 있다. 또한, 그 바닷길도 잘 만들어져 버스까지 섬으로 들어오지만, 밀물이 되면 도로가 잠긴다. 케이블카 직원한테 47년 만에 다시 왔다고 하니까 그 중년의 직원이 매우 놀라 고개를 흔들었다. 케이블카 터미널에서 내려서 커피를 마신 후에 버스를 타고 섬 주위를 돌기로 하였다. 그리고 예전에 갔었던 매바위 근처에 내렸는데, 바닷가라 비바람까지 세게 친다. 옛날에는 근처가 논밭이며 초가로 된 민가가 여러 채 있었는데, 47년이 지난 지금은 멋진 휴식공간에 민가는 물론 많은 상가가 길옆에 들어서서 옛 흔적은 매바위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빗속에서 우산을 받으며 해안을 잠시 걸으며 잽싸세 사진만 찍고 다시 케이블 터미널로 돌아왔다.
1976년 8월, 내가 공군전역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광화문 본사에서 신입사원교육을 받고 있을 때다. 얼마 안 있으면 4남매가 흩어질 날이 곧 올 거 같아서 어느 토요일 아침에 1박 2일로 카메라도 빌리고 흑백/칼러 필름도 챙겨서 제부도행을 강행하였다. 당시 용산에 있었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수원엘 가서 또 제부리로 들어가는 해안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어둑해질 무렵 초소에 주민등록증을 맡기며 지금 건너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안전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건너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어서 좀 조마조마하며 서둘러서 바닷길을 걸어가는데, 젖은 자갈도 많고 또 해초도 조그만 바위에 걸쳐있고 고인 물도 있었는데 1시간 이상 걸려서 동네에 들어섰지만, 이미 어두워졌다. 그 당시에는 예약도 할 수 없었던 때라 물어서 어느 민박집에 들어갔는데, 그날 밤에 송아지를 낳은 경사가 있었다. 그런데 돌아올 때는 수원가는 버스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5 시간을 걸어야 했다. 훗날 빛바랜 사진을 보면서 모두 다 지친 패잔병 같았다고 하였다. 도중에 목이 마르니, 참외밭에 가서 좀 먹고 가자고 했는데, 나는 어둡기 전에 가야 한다고 묵살하였다. 물론 힘들었지만, 젤 추억에 남는 강행군이었고, 나는 독종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때도 짙은 구름이 깔린 흐린 날이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해안가에 나갔지만, 기온이 낮아서 물속엔 못 들어가고매바위 근처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그때 인천 여동생이 무슨 일로 나한테 혼나고 훌쩍거렸는데, 첨에는 눈이 부어서 사진을 안 찍는다고 했다가,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맘 고쳐먹고 찍었는데, 훗날 딸이 날씬한 몸매를 보고 놀랐다는 얘길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대부도를 거쳐서 소래포구로 오기 전에 여동생한테 전화하여 같이 맛집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해물 국수에 막걸리를 마셨다. 여동생도 꼭 가고 싶었지만, 매제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3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전이 힘들 거 같아서 못 갔다고 서운하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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