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여행 이야기

방문기 7: 제부도/소래포구(5/27/2023)

바람거사 2023. 6. 30. 23:52

5/27(): 아침 7:00시에 비가 좀 내리기 시작했는데, 회색 구름이 낮게 낀 걸 보니 온종일 내릴 거 같다. 07:20에 전곡항에 왔는데, 비는 여전히 내렸다. 2022년 12월 23일에 전곡항에서 제부도 가는 케이블카 ‘서해랑’이 개통되어 많은 쉽게 갈 수 있다. 또한, 그 바닷길도 잘 만들어져 버스까지 섬으로 들어오지만, 밀물이 되면 도로가 잠긴다. 케이블카 직원한테 47년 만에 다시 왔다고 하니까 그 중년의 직원이 매우 놀라 고개를 흔들었다. 케이블카 터미널에서 내려서 커피를 마신 후에 버스를 타고 섬 주위를 돌기로 하였다. 그리고 예전에 갔었던 매바위 근처에 내렸는데, 바닷가라 비바람까지 세게 친다. 옛날에는 근처가 논밭이며 초가로 된 민가가 여러 채 있었는데, 47년이 지난 지금은 멋진 휴식공간에 민가는 물론 많은 상가가 길옆에 들어서서 옛 흔적은 매바위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빗속에서 우산을 받으며 해안을 잠시 걸으며 잽싸세 사진만 찍고 다시 케이블 터미널로 돌아왔다.

1976년 8월, 내가 공군전역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광화문 본사에서 신입사원교육을 받고 있을 때다. 얼마 안 있으면  4남매가 흩어질 날이 곧 올 거 같아서 어느 토요일 아침에 1박 2일로 카메라도 빌리고 흑백/칼러 필름도 챙겨서 제부도행을 강행하였다. 당시 용산에 있었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수원엘 가서 또 제부리로 들어가는 해안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어둑해질 무렵 초소에 주민등록증을 맡기며 지금 건너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안전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건너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어서 좀 조마조마하며 서둘러서 바닷길을 걸어가는데, 젖은 자갈도 많고 또 해초도 조그만 바위에 걸쳐있고 고인 물도 있었는데 1시간 이상 걸려서 동네에 들어섰지만, 이미 어두워졌다. 그 당시에는 예약도 할 수 없었던 때라 물어서 어느 민박집에 들어갔는데, 그날 밤에 송아지를 낳은 경사가 있었다. 그런데 돌아올 때는 수원가는 버스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5 시간을 걸어야 했다. 훗날 빛바랜 사진을 보면서 모두 다 지친 패잔병 같았다고 하였다. 도중에 목이 마르니, 참외밭에 가서 좀 먹고 가자고 했는데, 나는 어둡기 전에 가야 한다고 묵살하였다. 물론 힘들었지만, 젤 추억에 남는 강행군이었고, 나는 독종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때도 짙은 구름이 깔린 흐린 날이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해안가에 나갔지만, 기온이 낮아서 물속엔  못 들어가고매바위 근처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그때 인천 여동생이 무슨 일로 나한테 혼나고 훌쩍거렸는데, 첨에는 눈이 부어서 사진을 안 찍는다고 했다가,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맘 고쳐먹고 찍었는데, 훗날 딸이 날씬한 몸매를 보고 놀랐다는 얘길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대부도를 거쳐서 소래포구로 오기 전에 여동생한테 전화하여 같이 맛집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해물 국수에 막걸리를 마셨다. 여동생도 꼭 가고 싶었지만, 매제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3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전이 힘들 거 같아서 못 갔다고 서운하다고 했다. 

[매바위쪽을 배경으로 찍은 내 사진과 돌아올때 지친 패잔병같은 동생들]

 

[케이블카 '서해랑'에서 내려다본 바닷길이다. 예전에는 밀물때엔 완전히 물에 잠겼는데, 지금은 길을 높히고 포장을 하여 수많은 차량들이 들락거린다. 그리고 30분마다 섬을 일주하는 버스가 운영되어 우리는 매바위에서 내려서 먼저 우산을 받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전곡항에 있는 케이블카 터미널에 가는데 비는 여전히 내렸다. 그리고 섬을 일주하는 버스를 타고 매바위 정류장에서 내려서 둘러보는데, 비바람이 쳐서 사진만 찍을 수 밖에 없었지만 나와 남동생은 감개무량하였다. 1976년에 찍은 사진과 이번에 찍은 사진의 배경이 비슷한 곳을 골라서 비교해봤다. 그런데 이렇게 비교할 걸 미리 생각하고 갔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었을 거라는 뒤늦은 아쉬움이 있었다.]

 

[집사람과 제수씨는 걸어서 건너편으로 떠나갔고, 우리는 케이불카 타고 전곡항 터미널에 가서 한 40분 후에  반대편 해안가에서 승차토록 하였다.]
[1976년도에 우리가 건넜던 바닷길은 열려야 걸어갔던 길이 1980년부터 포장도로가 되어 차도 다닌다. 그러나 지금도 물이 차면 도로가 한참 넘쳐서 길옆 플라스틱 경계기둥에 따개비가 위까지 붙은 걸보니, 최대 밀물때는 통행은 금지되는 거 같다.]
[ 전곡항을 떠날 때도 비는 여전히 세차게 오는데 소래포구에 가려고 대부도쪽으로 출발했다.]
[여동생부부가 소문난 맛집이라고 온 '통큰 해물 칼국수' 집이라 그런지 한참 기다렸다. 비가 제법 오는 날이라 얼큰한 국물이 좋았다.]
[공사판에서는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요-. 막걸리 따라주는 색시는 없지만, 얼큰한 해물 국물에 술 마시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왼쪽의 위 아래 두 사진은 2023년에 찍은 사진인데 썰물때이고, 새로 지은 어시장이 들어섰다. 그리고 오른쪽 두 사진은 2014년에 거의 같은 곳인데, 밀물이 되었고 재래시장이 불나기 전에는 해안가에 좌판을 깔고 앉아서 생선회와 술을 즐겼는데 훨씬 정감이 있었다. 동행했던 여동생부부와 같이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즐겼다.]
[2014년 재래시장 그리고 그때 주문해서 즐겼던 생선회]
[2023년에 들렸던 새로 지은 어시장인데 비가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눈요기만 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