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여행 이야기

방한기 10: 서리폴 공원/세미원(5/31~6/4/2023)

바람거사 2023. 7. 6. 22:07

5/31(수): 집사람과 같이 몽마르트르 공원에 가서 서리폴 다리 건너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하산하여 대법원 옆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맡겨놓은 구두 밑창 갈이 하고 닦는데 1.3 만원 썼다. 미국 우리 동네의 신발 수리집의 반 정도다. 그런데 더워서 소매 없는 운동용 민소매 셔츠를 입어서 양어깨가 다 나왔는데, 구두, 수선집에서 일하는 중년쯤 되는 이가 놀라면서, 걷는, 모습도 꼿꼿하고 또 팔도 만져보면서 대단하다고 혀를 찼다. 몇. 살쯤 보이냐고 했더니 60대란다. 보통 1060대란다. 보통 10년은 젊게 보이는데, 건강하게, 잘 살아야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작가로 다시 태어나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그런데, 인천 여동생이 출국 전에 저녁을 하자고 하여 신중동의 ‘샤브향’엘 다시 갔다. 그리고 선물로 정관장 홍삼 패키지 두 박스를 줬다. 반갑게 받았지만, 내가 열이 많아서 먹질 못하여 건강에 적신호가 온 막내 처남에게 줬는데, 숙소에 와서 하나를 우리 동네에 사는 처제 남편에게 선물로 주라고 하였더니, 집사람이 좋아했다

[출국전에 여동생 부부가 '샤브향'에서 식사를 하자고 하여 세 번째 들렸다.] 

 

6/1(): 집사람은 치매 초기인 시골 친구를 다시 만나러 서초역으로 나갔고, 나는 효령로 길로 들어서서 남부 터미널을 지나다가 집사람이 이발을 다시 해야겠다는 말이 생각나서 지난번 커트를 한 곳에 다시 들러서 1만 원 주고 짧게 깎았는데, 다시 만나서 반갑고 또 열심히 해줘서 2천 원을 팁으로 줬더니 매우 좋아했다.

인천 사는 과동기며 절친의 안사람이 내가 무척 좋아하는 고들빼기김치를 담았는데, 언제 만날 수 있느냐고 하여 대구 처남 집에 있어서 만날 수 없다며 하얀 거짓말을 카톡 메시지로 보내면서, 미안하지만 진공 포장하여 택배 하면 미국으로 가져가겠다고 하였더니, 그리 보낸다고 하였다. 집사람은 40분이나 지난 후에 그 친구를 만난 모양이다. 무슨 이유로 헤맨 거 같았다고 하였지만,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눌 때는 이상한 낌새는 없었고, 식사 후에 몽마르트르 공원까지 가서 걷고 돌아왔단다. 그리고 같이 집에 가자고 하였는데, 염려 마라고 하며 헤어진 후에도 잘 들어갔는지 조심스러워서 전화했다. 다행히 잘 들어갔다고. 노인들의 가장 심각한 질환이 치매인 거 같다

<오해> 집사람이 서초역 출구에서 시골 친구를 40분 동안 기다리는 동안에 70대 중반쯤 되는 노인네 4명이 자꾸 집사람 주위에 다가와 서성이어서 기분이 나빠 다시 자리를 옮기면 또 따라왔는데, 얼마 있다가 선글라스에 화려한 옷차림을 한 중년 여인네 둘과 만나더니 서로 아는 체하며 같이 가더라는 거였다. 아마도 성매매를 하려는 노인네들이 뚜쟁이를 기다렸던 거 같은데, 집사람을 그리 본 거 같다며 되게 기분 나빠하였다. ㅎㅎ. 

나는 효령로->반포대로->서초고등학교에 가서 소녀상보고 인증숏 찍고 숙소에 돌아왔다. 3:40경에 집사람이 숙소로 왔다. 그리고 늦은 오후에 신반포로에 있는 대형 S 백화점 빌딩에 들러서 빙수도 오랜만에 즐기고 집사람은 귀국 쇼핑-. 그리고 숙소에서 가까운 교대곱창 원조집에서 곱창전골을 먹었는데, 너무 빨은 데다 양념이 과하여 양념맛뿐이었다. 

[여기에 있는 소녀상은 서양적인 외모를 풍기는 얼굴이며, 소녀상 의미로 해설도 했지만, 슬프고 고뇌에 찬 모습은 부족한 것같이 보였다.]
[서초고등학교 본관 벽에 걸어놓은 나태주 시인이 쓴 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손님이 미어 터지는 원조집과 나란히 붙어있는 '교대곱창 II' 에는 손님이 거의 안보이는데, 왜 그럴까??] 

6/2(): 10시 무렵에 같이 서리폴 공원의 정상에 가서 내려올 때는 ’효령대군묘와 창권사'에 들렸다. 태종 이방원의 둘째 아들인데, 양령대군이 세자로 있으면서 여색을 과하게 밝히며 방탕하여 남의 첨을 건드려 임신까지 하게 하여 종내는 세자를 폐하고 효령이 세자 책봉을 박을 거라 믿었는데, 셋째인 충령대군이 세자가 되어 세종이 되었다. 그 후로도 세종과 잘 지냈고, 문필에 능하여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는 당시 아주 드물게 91세까지 살았.

어제도 오늘도 14,000보 이상 걸었고, 효령로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 잠시 반대로 갔다가 집사람은 전철을 타자고 하였지만, 여기서 멀지 않으니 걷자고 하여 제대로 돌아왔다. 오는 도중에 동생네가 조만간 살게 될 빌라로 가는 길목을 지나고 또 서울고등학교를 지났는데, 나중에 숙소에 와서 지도를 보니 그 빌라가 효명 대군 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자락에 있는 걸 알았다. 저녁은 남동생 부부하고 서초에 있는 ’ 김일도’ 불고기 집에 가서 맛나게 구워진 고기를 먹으며 소주도 마셨다.

[서리폴 공원과 효령대군 묘소/창권사를 들리고 숙소에서 맛있는 점심을-. 그리고 동생부부와 같이간 고깃집. 열심히 설명하며 서빙하여 고맙다고 집사람이 잔돈 밖에 없어서 4,000원을 팁으로 테이불의 물잔 밑에 놨는데, 밖으로 나가려는 때 상을 치우는 종업원이 와서 돈을 놓고 갔다고 건네 주려고 하자, 서빙한 종업원에게 주는 팁이라하고 얘기했다. 그 종업원을 불러서 직접 건네주니, 어쩔줄 모르게 좋아했다. 팁 문화가 없는 한국이라-.]

6/3(): 오늘은 집사람은 처남 부부와 같이 팔당에 있는 찜질방에 갔다.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 처남이 팔당역에 내려줘서 동생부부가 교통체증으로 서초까지 1시간 넘게 걸려서 올 필요없게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남양주에서 관리하는 남한경변 유원지를 들렸다가,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마을에 들려서 그의 행적을 더듬어봤고 다음엔 두물머리가 보이는 ’ 세미원’에 들렀고 추사 김정희를 소개한 ’ 세한정‘도 둘러보고 그의 '세한도' 작품 배경을 다시 살펴봤다

돌아오는 길에 제수씨가 전화 예약해 놓은 전통 자수와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집에 들러서 애들 선물로 주라고 전통 수저 세트를 예쁜 포장한 걸 별수 없이 받았다. 출국 시 가지고 나갈 짐을 최소로 줄이려는데, 이런저런 부피가 큰 거나 음식 포장한 걸 가져가는 게 제일 싫다. 인천 친구가 보낸 고들빼기는 진공포장을 하여 가져갈 수 있긴 하나, 저녁에 제수씨가 게장을 싸서 건네줬는데 얼어있다고 하지만 녹아서 혹 새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 거 같은데 난감하였다.

[남양주에서 조성한 남한강 주변 공원이 매우 넓고 잘 꾸며놨다.]

 

[황순원의 소나기 마을에 들러서 처음 그를 접했다. 나의 단편 '아까시아꽃 향기' 도 그의  '소나기' 와 비슷한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뜻밖에 '세한정‘이라는 곳을 들려서 제주도로 귀양갔을 때 추사  김정희가 쓰고 그린 '세한도'의 작품 배경을 다시 저세히 살펴보았다. ]

 

[세미원 정문 근처에서 점심을 하고, 지난번 동생한테 부탁해서 내 '가족의 온도' 의 영문번역소설을 짬나면 파주에 있는 '청동거울' 에 택배하라고 했는데, 전화를 해보니 파주가 아닌 구리에도 사무실이 있어서 집에 가는 길에 바로 전해줬다고 하였다. 그리고 숙소로 가기 전에 들린 '압구인절미' 에서 손으로 쥐어서 만든 콩가루 인절미나,  '압구정공주떡' 애서 샀다는 시금자를 갈아서 작게 자른 인절미에 버무린 떡도 별미다.] 

6/4(): 출국하는 날이다. 아침에 새로 생긴 두 가방에 어제 건네준 게장 포장을 넣는데, 비닐 안쪽에 게장 국물이 흘러나온 게 보였다. 게의 뾰족한 각질이 비닐 포장에 구멍을 낸 게다. 6:30쯤 창휘 내외가 왔다. 냉장고에 넣어놨는데도 게장 국물이 녹아서 흘러나온 걸 보여주며, 가져가면 난리 날 거 같다고 하여 별 수없이 빼냈다. 7:00 무렵 공항으로 출발. 여동생 부부도 나왔고 모두 8명이 모여서 사진도 찍었다. 집사람은 내년에 장모님 10주기라 다시 올 것이지만, 나는 아마도 오지 못할 거 같다고 하면서 모두에게 아쉽게 인사하였다.

[우리가 두번째 옮겨서 2주 동안 머물렀던 숙소/대학이 화전에 위치하여가끔 들렀던 행주 산성이라 멀리서 봐도 정겹다. 그래서 높이 솟은 행주산성 전승 기념비를 차를 타고 가면서 찍기가 여려운데, 이번에 공항가는 길에 잘 잡혔다.]

 

[아무리 오랫동안 같이 지냈어도 헤어질 때는 섭섭하다. 더구나 자주 들락거릴 거리가 아니니 말이다.]

대한 항공 라운지에서 간단하게 시장기만 면할 요기만하고 칵테일 한잔도 한 후에 10 35분 전에 탑승하였다. 집사람은 내년에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야 할 거 같다고 하였지만, 성수기엔 $7,000이 넘고 비수기에도 $4,000이 넘는다. 이번 방한 때 upgrading 하여 95,000마일 쓰고 한 사람당 수수료로 $750 냈는데-. 올 때는 제트 기류의 도움으로 1시간 반 정도 단축되어 12시간 반 걸려서 당일 아침 9시 무렵에 안착.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이 먼저 내리는 바람에 일찍 나와서, 딸이 잠시 후에 바로 우리를 픽업하여  남어지 식구들이 기다리는 Wildfire에 가서 아침을 먹었는데, 이미 식사를 기내에서 착륙 1시간 전에 하여 잘 먹질 못하였다. 오랜만에 와보니 거리 풍경이 조금은 낯설다. 시카고의 봄을 잃어버렸고 또 그동안 가문 탓에 여기저기 노란 꽃이 사라진 수선화의 누런 잎이 많이 보인다. 집에 들어서니 긴장이 풀리고 또 기내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잤기에 매우 피곤하여 지난 52일이 꿈같이 아늑하게 느껴진다.(-)

[대한항공 라운지에서 아침 요기를 하면서 포도주도 한 잔하고 느긋하게 쉬었다가 드디어 탑승 완료-]
[거사는 생선요리 그리고 집사람은 비빔밥인데, 예전보다 좀 시원찮다.]
[귀국시 비행시간은 1시간 반 줄어들었지만, 12시간 반도 역시 지루한 시간이다. 착륙전에 전방 카메라에 비친 활주로를 보니 드디어-]

<고국 방문기(4/12~6/4/20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