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카고의 여름도 또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먼길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 거사집으로 시집을 와서 적어도 14년은 된 야래향(Lady of Night)인데, 5각 뿔이 난 트럼펫같은 아주 작은 꽃이 무수히 피는데,
해가 지면 그 짙은 향이 뒷뜰을 넘어서 천지에 가득합니다. 마치 '밤의 여인'이 풍기는 짙은 향기같습니다.
2005년에 밑둥이 제법 굵은 걸 보니 적어도 3, 4년은 된듯한데 이때 첨으로 디카사진을 찍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분꽃도 거사네 우거 동편 양지 바른 곳에 깊은 뿌리를 내린지 역시 10년을 훌쩍 넘었죠.
그리고 올해도 해만지면 그 은은한 향기를 풍깁니다.
올 해의 오이 농사는 망했습니다. 겨울이 넘 길었고 봄이 늦게 온 데다, 여름에도 그리 덥지도 않았고, 더욱이 일교차가 크다보니
더디 자랐고 몇 개 수확을 한 후에는 가을인줄 알고 자꾸 누런 잎이 지면서 길게 뻗질 못하고 J 나 U 자같이 휘어 버리더군요.
아무리 물을 자주 주고, 온갖 좋다는 유기농 거름을 줬어도 공염불이었죠-.
그런데 호박은 오이보다는 추위를 덜 타는지 잘 열어서 우리가 실컷 따먹고도 집사람 동료들에게도 많이 나눠줬습니다.
며칠만 숨겨진 녀석들을 발견치 못하였더니, 몇 개는 늙어가고 있군요.
남쪽으로 난 서재(온도계가 붙어있는)옆에 심은 들깨는 매년 실컷 따먹습니다. 들깨가 가믐이나 추위에도 강해서 아주 잘 자라죠.
저 끝 쪽에도 호박을 심었는데, 햇볕이 좀 부족하여 잎이 유난히 무성하지만, 여기서도 많이 땄습니다.
맨 왼쪽이 2009년 로마에서 가져온 '레타마'인데, 겨울에 집안으로 들이고 봄엔 내보내길 5년동안 공들였는데,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사막의 장미'인데 돌아 가신 장모님이 몇 년동안 키우다가 우리가 맡아서 정성컷 잘 키웠더니, 저리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집사람이 볼 때마다 눈물이 글썽합니다. 그 다음 건 한 4년정도 된 토바스코 용 고추인데 무지 맵죠. 그런데, 그게 다년생인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끝은 탐스럽고 노랗게 피는 국화입니다. 뒤켵의 오이 넝쿨은 거의 다 시들어 버렸고요.
연전에는 수 년동안 장모님은 아파트 창가에 놓고 키우셨는데, 연약하게 두 어 개 꽃이 피면 신기하여 사진찍어 놓라고 했죠.
그리고 올 해부터 우리들이 입양하고 큰 거로 화분갈이를 하고 새흙에 거름도 잘 주었더니 탐스런 꽃들이 많이 피었습니다.
돌아가신 장모님이 보시면 아마도 놀라서 뒤로 넘어지게 주절주절 잘도 피었습니다.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군요---.
토끼들이 포식을 하여 망을 쳐논 터밭입니다. 실컷 먹은 상추는 이미 까만 씨를 한 붐 받아 놨고 아직 몇 구루가 보입니다.
근데 고추는 그런대로 잘 됐지만, 햇볕을 무지 좋아하는 토머토는 영~ 시원찮습니다. 그리고 왜간장에 새우를 넣고 만든
호박나물은 기막히죠? 그리고 또호박고지를 만들어서 말리는 망까지 구입하여 바짝 말려서 겨울에도 즐길 수 있으니 좋군요.
뒷뜰로 나가는 슬라이딩 도어 옆에는 분꽃, 어른 손바닥 만한 대형 무궁화꽃같은 '하이비스커스'입니다. 그 옆에 꽃잎이 갈이빠지듯
노란꽃을 피운 키다리 나물이죠. 번식력이 더무 강해서 꽃이 다 지면 씨방을 깔끔히 잘라줘야하죠. 안그러면 내년에 잔디밭이 난리나죠.
우리 집 앞 현관옆에 재작년에 심은, 꽃이 수국과 비슷하지만, 8월중순에 수국이 지면 이게 피기시작하여 늦가을 까지 핍니다.
모친이 사는 집에도 꽃이 가득합니다. 패투니아, 나팔꽃과 봉숭아가 일품이죠. 꽃을 무지 좋아하는 어머니는 매년 씨를 받아서
이른 봄에 실내에서 모종을 만들고, 매년 이리 탐스럽게 잘 키우십니다. 선홍의 분꽃은 우리집에서 시집 온 거고요.
어머님이 거의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부엌 식탁옆에서 보면, 이 '임페이션트'가 지금의 창틀 정도까지 자라면
가을이 다가 온다고 하셨죠. 그리고 서리가 내리면 다 시들고맙니다. 몇 차례 비닐로 덮어보지만, 오래가진 못하지요.
캘리포니아에서는 다년생같이 엄청 자라서 정원에 있는 큰 바위만하게 자랍니다.
어머니집의 뒷뜰 가운데는 햇볕이 잘 들어서 코스모스도 화사하게 피었고, 또 왼쪽 위에 조금 보이는 무궁화꽃도 잘 핍니다.
추신: 2005년에 찍은 걸 제외하고 폰카로 찍었는데, 낮엔 여느 디카 못지않게 잘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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