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말에 시카고로 돌아오고 하루 만에 한국에서는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도 많이 왔다고하였다.
그런데 시카고에서는 12월 중순이 넘어가는데도 비가 오고 온화했다.
절대로 그럴리가 없지만, 매년 겨울이 이러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12월 중순이 넘어가는데 눈대신 보슬비까지 내려서 빗방울이 이렇게 나무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리기기까지 하였는데---.
우리 동네에 있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그런데 정초가 지나고, 1월 5일 초저녁부터 올 들어 첫눈으로 폭설은 아니지만, 6센티미터 정도의 눈이 내렸다.
나다니는 데도 큰 부담이 없어서 오랫만에 시카고 식물원 카페에 가서 점심식사도 하면서 커피도 즐겼는데,
문제는 오후 6시 무렵에 터졌다. 모친집에서 간병인한테 전화가 왔는데, 모친이 주로 기거하는 침실과 복도의 등이 몇 차례
깜박거리더니만, 다 나가버렸다고 하였다. 과부하가 걸리는 방한용 전열기를 쓴 것도 아닌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둘러 가봤다.
일단, 지하실에 내려가서 '과전류 차단 스위치 박스'를 열고서 해당 차단스위를 여러차례 on-off를 반복해도 역시 먹통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정전이 된 게 한 군데가 아녔다. 모친은 연로하여 좀 덥게 지내야하는 데, 중앙식 히터가 작동이 않되어, 하필
기온은 -20도 이하로 내려가서 몇 시간만 지나면 냉방이 될 일인데다, 조리대며 냉장고와 세탁기도 또 일부 실내등도 죽어있었다.
불행중 다행히 차고문을 열고닫는 전원은 살아있었다. 상상외로 일이 심각해지는 거 같아서 침이 마르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지하실이
침수되는 걸 방지하려고 구석에 설치한 작은 우물같은 곳의 물이 차오르기 전에 뿜어내는 펌프가 작동이 안되어서 지하실 바닥으로
넘쳐 들어가기 일보직전이었다. 두 달 전에 새 거로 바꿨는데, 문제는 그 전원은 살아 있는데도 작동이 않되고 있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와, 이 모든 게 한 꺼번에 장날을 맞는 거 같이 한 날에 터지는 날도 있구나'를 생각하니 더 기가 막혔다. 내가 평소에 이런저런 수리를
하여 전문가를 부르지 않고 웬만하면 다 해결하는데, 한꺼번에 과전류차단 수위치 너 댓개가 동시에 나간다는 사실은 보통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그 중 한 개를 뽑아서 점검을 해보니 아무 이상이 없어서 그 걸 끼우는 곳의 전원을 재어보니, 전원이 0으로 나왔다.
그리고 정전이 된 여러 곳을 모두 재어보니 마찬가지였다. 더 골치가 아파졌다.
그래서 어찌됐던 간에 적어도 난방기기는 돌려야하고, 냉장고와 침실 전기를 살리려고, 몇 군데 전원이 살아있는 곳을 임시로 죽여놓고
연결을 하여 돌아가게 만들어 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문닫기 전에 Home Depot라는 대형 철물점 같은 델 눈이
내리는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가서 무조건 다른 종류의 Sump Pump를 사와서 교체를 하였고, 다시 작동하게 했다. 집에 와서 구매한
날짜를 확인해보니 90일이 안되어 나중에 반품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어렵사리 예전에 아파트 전기공사를 했던 한인 전기기술자와
연락이 되어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전기배선을 점검하게 하였다. 그래서 외부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두 개의 Hot Line중에서 계량기가
부착되는 전원공급 터미날 하나가 수십년동안 열을 받아서 탄성이 없어져서 접촉 불량이 되어있었다. 지금 당장 교체를 할 수도
없어서 잠시 생각끝에 나는 임시로 거기에 12게이지 전선의 피복을 벗긴 구리선을 서너번 감게하고 계량기를 여물게 끼우게 하였다.
이건 한 겨울 동안 땜빵으로 쓸 수 있는 조처지만, 그래도 당장은 전원이 모두 회복되어 한숨을 돌렸다. ㅎㅎㅎ
무려 14년동안 쓰던 고물 제설기를 버리고, 2012년에 사서 지난해 쓰고 놔 둔 제설기가 넘 추워서 얼어버렸는지 별짓을 다해도
시동이 안걸려 우선 기온이 좀 오를 때까지 그냥 놔뒀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집에서는 잘만 쓰고 있던데-.
그래서 오늘 오후에 섭씨 -6도로 그리 춥지않아서, 스파크 플러그 전원장치며, 연료라인을 다 점검해보기로 하였다.
엊그제 줄을 여러차례 잡아 당겨도 점화가 안되는 건 고사하고, 배기통이나 그 어디에서도 개솔린 냄새가 전혀 나질 안은 걸 보니,
작년에 비우지 않은 연료통에 들어간 물방울이 아래로 내려가서 카브레타 입구에서 얼어붙은 게 아닌 가하여, 개솔린을 다 비우고,
제설기를 앞으로 눞힌 다음, 호스에 부착된 압력 크립을 뒤로 빼고 호스끝을 눌러서 유연하게 하였다. 그리고 쵸크를 서너번 눌러주고,
줄을 당겼더니, 부르르르르~ 하며 한번에 시동이 걸렸다. 연료통에 물을 섞은 것도 아닌데, 눈이나 여름내 대기 중의 습기가
유입되어 결국 호스 끝에 모인 물이 얼어서 연료공급이 안되었나보다. 아무리 그래도?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였다.ㅎㅎㅎ
그리고 1월 11일에 또 한 차례 7센티 정도의 눈이 밤새 내렸다. 지난번 눈이 아직도 녹지 않아서 자로 재어보니,
13cm정도 됩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일 주일 정도나 지나야 영상이 될 거 같은데, 하늘은 푸르고 햇볕은 쨍~하여도
카나다 북쪽에서 밀려 오는 엄청난 찬 공기의 위력으로 온 천지가 다 얼어 붙었고 천지가 그저 하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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