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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야래향-Lady of Night

바람거사 2023. 2. 17. 05:39

來香 (Yelaixsiang) BY Teresa Deng(덩뤼쥔, 登麗君)

 

남풍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그 밤 꾀꼬리는 구슬피 웁니다.

달아래 꽃은 모두 잠들었는데 야래향만이 향기를 뿜습니다.

아득한 밤에 어둠을 사랑하고 밤 꾀꼬리의 노래도 사랑하지만,

야래향을 품에 앉고 꽃 입에 입맞춤하는 그 꽃 같은 꿈은 더더욱 사랑합니다.

야래향, 나 그대를 위해 노래합니다.

야래향, 나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 ~ 나 그대를 위해 노래하고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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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라이샹, 예라이샹, 예라이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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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04년 7월에 네어버 카페에 올렸던 글인데, 여기에 실린 사진 속의 '야래향'의 밑줄기를 보니까 그 무렵에도 적어도 4, 5년은 묵은 듯합니다. 이 야래향은 추위에 약해서 늦가을이 되어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적절하게 가지치기를 해준 다음에, 집안으로 들여놓고 4월이 지나고도  충분히 기온이 오르면 다시 밖에 내놓으면서, 지난 15년 동안 고락을 같이 하였답니다. 그런데, 작년 늦가을에 집안으로 들여 잎이 많은 가지를 대부분 잘라낸 탓에, 겨우내 집안에서 탄소동화작용을 하지 못하고 새싹을 트이지 못하더니 잔 가지부터 서서히 말라갔습니다.

 

그동안 세월의 무게만큼, 등걸이나 뿌리도 커져서 들고 다닐만한 화분으로서는 젤 큰 걸로 화분갈이를 해줬었는데 이제 명을 다한 건지, 아니면, 잎이 있는 가지를 너무 쳐버린 탓인지 고사가 되어가니 좀 허망하여서, 화분에서 꺼내보니까, 흙보다도 뿌리가 더 많았고 또 더 이상 뻗지 못하여 뿌리가 꼬이고 꼬여서 화분형태의 틀을 만들어 버렸더군요. 그리고 마르지 않은 줄기를 잘 살펴보다가  아래쪽에 있는 몇 가지를 살짝 흠집을 내보니 아직 초록색을 띈 두 개를 잘라서  뿌리를 내어 다시 키워보려고 물에 담가 놨더니, 신기하게도 뿌리가 나면서 초록색 새싻도 돋아나더라고요. 그리고 3월 들어서 화분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이제 올봄 여름에 잘 키워서 향이 짙은 수 백개의 조그마한 별꽃을 다시 피우게 하려 합니다. 그냥 놔뒀으면 말라비틀어져서 죽고 말 걸 이리 분재를 하여 소생시켜놓고 보니, 그 질긴 생명의 신비함을 재삼 깨닫게 해 줬습니다.

 

 

몇 달이 지난 5월 말에는 이렇게 자랐습니다. 이 거사가 이녀석들의 생명의 은인인데 그걸 알려나?

 

6월초가 되자 향기 짙은 별모양 꽃도 핍니다.

 

희꾸무리한 엷은 구름 속에서 달 빛은 동심의 파문이 일듯 뿌옇게 번져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더니만, 이제 여름이 무루읶는가? 아직 풀벌레들의 세레나데 들리지 않지만,
반딧불은 벌써 그 짧은 생의 마감을 염두에 둔 듯 짝짓기에 기를 쓰며 점멸의 포물선을 그려댄다.

뒷 뜰로 나가는 슬라이딩 도어를 활짝 여니, 짙은 향수 물씬 뿌린 밤의 여인이
오늘 밤도 긴 목 빼며 기다렸다는 듯이와락 안기며 온몸을 휘감는다.

Lady of the Night!

겨우내 거실에서 잔 가질  많이 치더니만, 봄 지나고, 여름 되어  잎이 무성 터니,
이제 긴 나팔대롱에 박힌 수많은 별 꽃들이 여늬 Jasmine보다 더 진한 향내 맘껏 뿜어대어
뒷 뜨락에 가득하고, 온 집안에 가득하다.

야래향!

밤이 돼야 뿜어대는 향기- 그래서 '밤의 여인'이런가?

덩뤼쥔(登麗君)의 간드러진 목소리로 부르는 Ye-lai-xiang이 흐릅니다.

짧은 혀를 굴리는 그 감미로움이 그가 42살로  1995년에 요절했다기에

더더욱 애절함까지 곁들여 처연하게 넘칩니다.

 

소년같이 설레는 맘 억누르지 못하고, 멜로의 검붉은 와인을 입술에 대는 순간,
가드 다란 스템을 잡은 손이 바르르 전율하더니, 부질없는 그리움이 찰나에 솟구친다.
그래, 허공에 쏘아 올려 폭죽을 터트리듯, 예라이샹을 밤하늘 저편으로 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