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숙의 외할머니는 일찍 홀로되어 세 딸을 데리고 하숙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하숙하던 어느 젊은이는 이미 정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미색이 뛰어난 큰딸과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집안 어른들의 뜻을 거역치 못하고 혼례를 치르게 되었는데, 어린 핏덩이를 업고 나타난 한 여인네로 인하여 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신랑은 그 날로 행방불명이 되었고 다음해에 6.25전쟁이 터지면서 서로들 영영 만날 수가 없었다. 그 애는 모친의 미색을 닮아서인지 큰 눈에 도톰한 입술이며 낭랑한 목소리는 당시 사춘기에 막 눈을 뜬 초등학교 6학년 사내애들에게 있어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애의 착한 맘씨는 어디에서 왔나?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한테서? 석이는 장난이 심하고 놀기는 좋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