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문고 37

고향무정

1. 그녀를 품을 수는 없는 거야. 미국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린 후로 무려 17년이나 지난 1993년 4월 6일은 식목일 다음날이라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1968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훌쩍 떠난 후, 고향이라고 내려와도 일 년에 한두 번 그것도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며 쫓기듯이 서울로 올라 가버리곤 했었다. 대학시절을 아르바이트인지 뭔지에 얽매여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그때부터 서서히 변해 가는 고향을 대하였고, 뭐랄까, 점점 작아져 보인다는 생각과 더불어서 말이다. 모처럼 내려오면 동생들과 산엘 가거나 영화구경을 갔고, 간혹 상걸이나 창원이를 만나서 저녁나절 술이나 마시고 헤어지는 정도였다. 대학을 나와 공군에 입대를 했다. 훈련기간 중에 특박이 있어서 군 ..

"가족의 온도" 영문판 "Who Made Mom Cry?" 출판임박

Since the contract with the publisher done on Dec 8, 2020, editing , adding and correcting have been done and now a designer works on the cover design. The publisher wanted me choose some impressive quotes in the book and get a few short excerpts of reviews for the book. It is never easy to find the right persons for the big favor reading 282 page book file. 어려이래로 불후한 삶을 살아 온 어머니는 1980년 10월에 머나먼..

중년에 찾아온 그리움-김경훈

오랜전에 올린 걸 다시 끌어 올렸습니다. 중년에 찾아온 사랑---김경훈 사랑은 죽은 줄 알았다 그리움도 사라진 줄 알았다 쫓기듯 살아온 세월들이 풋사과 같던 꿈들을 먹어 버리고 결박당한 삶들은 낙엽처럼 스러질 것만 같았다 중년의 나이에 들어 거울 속으로 들어가 보니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는 아쉬움들이 묻어나지만 그래도 가슴에는 첫사랑의 느낌처럼 설레이는 그리움이 있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 사람 비 오는 날에는 문득 찾아가 술 한잔 나누고 싶은 사람 바람 부는 날에는 전화를 걸어 차 한잔 나누고 싶은 사람 눈이 오는 날에는 공원에 들러 손잡고 걸어 보고 싶은 사람 그리움이 죄만 아니라면 밤새 그리워하고 싶은 사람 중년의 가슴에 소리 없이 들어와 날카로운 그리움을 알게 해준 미운 사람

어떤 해후 - 2003

성필은 창건 법회를 봉행(奉行)한다는 신문광고에 난 불인(不忍)이란 스님의 사진을 보고, 대학친구 종길이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극적인 해후를 하였고 그가 이곳에 와서 도반사(道伴寺)를 세운지도 두 달이 되어갔다. 그러나 이곳은 300개가 넘는 한인 교회에 비해서 불교 사찰은 겨우 세 군데 밖에 되지 않았다. 다른 큰 도시를 놔두고 이런 곳으로 오게 된 데는 이런 불모지에 불심을 뿌릴 좋은 밭을 일궈보겠다는 큰 뜻이 있다고 하였다. 종길은 그 동안 성필을 두어 번 잠시 만나면서 그가 불사를 도울 거라는 생각은 접어 버렸다. 첨 만나는 한인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대부분 어느 교회에 나가느냐고 물을 정도로 대개가 교회에 다니지만, 성필은 인간도 어쩌다 진화가 잘된 하나의 생물체로 간주하고 있을 뿐..

'어느 남자의 사랑 이야기'-김석휘 (2007)

작가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영글어 간다고 믿었던 사랑은, 포도가 발효를 하여 포도주가 되어버리면 그 포도주에는 더 이상 포도가 없듯이, 결국 한 평생 서로 지고 갈 멍에로 변해버린다'고 하였다. 2008년 8월, 지인한테서 한 권의 책을 소개받았다. 작가는 책 표지에 있는대로 김석휘라는 재미동포라 하였는데, 그는 평생동안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서, 외도를 한 셈이다. 책 제목은 '어느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공학도가 쓴 얘기가 어떨까하는 선입관이 앞섰지만, 그의 따뜻한 맘과 배려, 그리고 섬세한 문장을 읽어나가면서, 정확한 논리를 추구하는 공학도다운 치밀함이 어울러져 있었다.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였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누구나 다 갖을 법한, 애틋한 그리움이 배인 얘기부터, 대학, ..

'가족의 온도'-김석휘 장편소설 (2014)

***이글을 2014년 11월 8일에 올렸는데, 2016년 11월 8일에 어머니는 88세 일기로 하세하였습니다.*** 석주 어머니가 어려서 양부모 다 잃고 외로움과 설음에 젖어 살던 어린시절에 오직 바라는 건 따뜻한 엄마의 손길---. '마치 소향의 '오직 단 하나' 같이 맘을 저미게합니다. 천애고아로 자란 어머니가 시집오기 전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산 것도 부족하여 이역만리에 온 후에 경추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여 지난 사반세기도 넘게 고통속에서 살면서 석주는 어머니의 운명과 함께 그의 외길 인생도 거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렸다. 그런 비련의 어머니의 생애를 모티프로 하여 석주와 그의 가족 그리고 형제자매의 온도를 훈훈하게 풍기는 자전적 장편소설이 20년도 넘는 오랜 산고끝에 올 2014년 12월 초에 빛..

원고가 출판사로 떠나갔습니다!

누가 어머니를 울렸나? 1990년 10월에 쓰기 시작한 석주 어머니의 소역사를 모티프로 그린 장편소설이 2014년 7월 21일에 무려 24년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8월말이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람 부는 언덕바지에 갈대와 갈매기를 벗 삼아 저 멀리 바다 끝이 닿는 하늘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모래밭에 엄마와 덕근을 그려봤다. 그러다가 해가 지면 꾀죄죄한 모습에 눈이 퉁퉁 붓고 지친 몸을 이끌고, 외로움과 그리움이 어우러진 서러운 맘만 한 아름 안고 어두운 골방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한참 엄마 아빠한테 의지하고 응석도 부리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때인데, 날이 갈수록 피멍이 들어가는 맘의 상처는 아무도 어루만져 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