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시카고사는 이야기 74

동백꽃/커피(추가)-2022겨울나기

고려 말엽인 1360년 계품사로 원나라에 파견된 문익점이 목화씨 몇 개를 붓대롱에 숨겨서 가져왔다는 말도 있지만, 2017년에 Costa Rica에서 몰래 가져온 두 개의 아라비카 커피 열매에서 발라낸 씨를 심어서 잘 키웠더니 이렇게 컸다. 온도에 민감한 커피나무는 화씨 70~80(섭씨 21~27)도에서 잘 자라지만, 시카고의 겨울엔 겨우살이 하러 집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올해는 꽃이 많이 피었는데, 휴가 중에 타이머로 물을 줬어도, 부족하여 반 이상이 말라죽어서 반타작도 못되었다. 현지에서는 9~12월에 수확하는데, 올해는 열매가 아직도 익을 생각을 하지 않지만, 커피 한 잔은 나올 거 같다. 그리고 역시 들여놓은 동백은 12월 크리스마스 무렵에 꽃이 핀다 하여 Yuletide Camellia라고 한다.

베터리 잡아먹는 귀신이 있는 거여-

몇 주 전에 거실 벽에 걸려 있던 시계가 멈췄다. 그래서 그걸 떼어서 주방 테이블에 가져다 놓고 AA 배터리 1개를 빼내어 재보니 1.0 V도 안 나와서 새 걸로 교체하였다. 그리고 현재 시간으로 맞추고 다시 걸어 놓으려고 일어섰는데, 시계 위에 먼지가 있어서 물적신 페이퍼 타월로 닦았다. 그런데 테이블 옆의 의자에 앉아서 그 시계의 시간을 보니 멈춰있었다. 분명히 새 걸로 바꿨고 넣자마자 바늘이 움직였는데, 시계 뒤를 보니 배터리가 없어졌다. 배터리를 꾹 눌러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여 앉아서 시간을 맞추고나서 아래로 빠진 거라 생각하고 의자 근처를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위에서 떨어지면서 굴렀나? 생각하며 테이블 밑에 까지 대충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 하고 중얼거..

2022 거사네 성하(盛夏)의 뜨락

- 8/23이 처서입니다. 한반도에서는 처서라지만, 아직 덥고 또 입춘이라고 해도 매우 춥죠. 원래 24절기는 중국의 화북지방의 평원에서 농경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한반도의 절기와는 딱히 맞지 않습니다. 화북지방이면 내몽고 아래부터 베이징, 텐진 포함해서 남으로 황허강 유역에 이르는 넓은 지역인데, 아마도 한반도보다 온화한 황허강 유역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닌가 사료됩니다. 그리고 설날/단오/추석 등은 음력으로 정해졌지만, 24절기는 양력 기준으로 만든 거라고도 합니다만-. 하여튼,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는 날인데, 시카고도 위도가 한국의 청진과 같은 42도라 비스무리하게 맞습니다. 요샌 가을을 재촉하는 비도 간간이 내리면서 조석으로 서늘하고 낮에도 25도 전후랍니다. 올봄, 여름이 이리 또..

COVID19 Blues-무자식이 상팔자??

- 작년 가을에 10살 난 장손 H가 동네 또래들과 같이 거의 매일 방과 후에 어울려서 야구 연습을 하다가 확진-. 미열/목 따가움으로 고생했으나, 다른 식구는 모두 (-)라 의아했다. - 매년 정월 초에 식구 모두 모여서 세배받고 떡국 식사를 하였는데, 작년 12월 말에 딸네 식구 네 명이 휴가차 Arizona에 가서 California에서 온 친구 식구를 만났다. 그날 저녁때 그 친구가 며칠 후 알려온 PCR 검사 결과가 확진된 상황이라, 다음날 12/28 오후에 부랴부랴 급히 귀향. 12/31 밤에 6살 된 장녀 D가 coughing/high fever(101.4도)를 겪으면서 (+)로 판정. 젊은 애들이 이런 시기에 어린애들 데리고 타지로 여행 간다는 게 무모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완쾌되어서 가족..

2022 임인년(壬寅年) 새해맞이

물리학적 정의로 볼 때, 시간은 흐르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 인간이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분석하여 편의상, 달력과 시계를 만들어서 과거/현재/미래를 기록하고 편하게 쓰고 있지만, 시간이 결코 흐르는 게 아니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유한한 생을 사는 생물이 스러지고, 우주의 삼라만상이 변하는 건 아니다는 얘기다. DNA에 내장된 코드에 따라 때가 되고또 우주는 극한의 팽창을 향해서 갈 데까지 가다가 다시 Big crunch로 돌아 간다는 것이다-. 새해 아침에 새 달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결심이나 각오가 꼭 있어야 하나? 여태컷 살아오면서 때때로 맘먹은 일을 염두에 두고 또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구태여 새로운 각오를 할 필요가 없는 게다. 단지 느끼는 게 있다면 우리도 점점 노화..

거사네 2021년 성하(盛夏)의 뜨락

여름이 무르 읶으면서 거사네 뜨락도 읶어갑니다. 예년처럼 오이, 호박, 상추, 마디호박, 피망, 고추, 치커리, 들깻잎을 즐기는데, 파도 잘 자라고, 강낭콩 줄기는 여전히 자기 구역확보(왜말로 "나와바리")에 기를 쓰고, 동백, 커피나무 3형제(코스타리카산 아라비카- 한 구루라도 자체 수정, 케냐산 로버스터 형제- 다른 나무로 부터 수정해야한다나?), 야래향도 무럭무럭, 낮에 피는 노란 달맞이꽃, 6월의 장미, 작약, 백색의 쟈스민, 자주색 클라메티스, 관상용 양귀비며 사막의 장미는 벌써 거의 다 지었고, 백일홍, 봉숭아, 분꽃, 나팔꽃, 릴리, 무궁화, 히비스커스도 만개하면서 작열하는 성하의 뜨거운 햇볕을 맘껏 즐깁니다.

클라리넷 연주 열 달째 독학중-

이전에 여섯 달째 독학 중-을 올리고, 넉 달이 더 지나서 4월 20일에 열 달이 되고, 올 6월 20일이면 벌써 만 1년이 됩니다. 진즉 색소폰으로 갈아타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면서 클라리넷의 매력(?)에 빠져가는 탓인지, 손을 떼지 못하는군요. 물론 그동안에 앨토냐 테너냐를 비교도 했지만, 음색의 장단이 있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둘을 다 구입하는 것도 좀 그렇고요. 그런데, 클라리넷의 장점은 음역이 넓어서, 따로 색스폰 연주용 악보를 봐야 할 필요 없이 아래 '미'까지(색소폰은 아래 '시b'), 그리고 색소폰과 마찬가지로 고음은 윗 '도'를 넘어서 보통 '파'까지 올라가고요(22 keys). 물론 더 올라가는데, 거기까지 불 기회가 없겠죠. 그리고 그 동안에 독학을..

2020년 초추의 거사네 뜨락-III

산천은 예나 다름없이 유구한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창궐하여 온 세상이 먹구름으로 덮히게 되었는데도, 올 2020년 여름이 또 밀려가고 서늘한 초추가 들어섰습니다. 아침에 일나서 기온을 보니 34도라 기겁하여 뒷뜰을 쳐다봤습니다. 그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면, 냉해를 입었을 거 같은데, 다행히 고추잎만 좀 시들해졌군요. 곧 야래향, 커피나무 세 구루, 사막의 장미와 호야는 손질하여 겨우살이 준비를 해놔야할 거 같은데, 오늘 지나면 적어도 일 주일은 따뜻한 초가을 날씨가 계속되는군요-.

2020년 여름 거사네 뜨락-II

한 달 전에 거사네 뜨락의 모습을 올렸는데요, 이제 초하를 넘어서 성하의 계절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에 모든 게 무척 많이 자랐군요. - 제일 먼저 싱싱하고 씁스름한 상추를 실컷 즐겼는데, 이제 고동이 길게 나오고 꽃이 피려 합니다. - 오이는 이어짓기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올 해는 그냥 같은 곳에 심어서 그런지, 줄기가 말라 가는 병에 걸려서 수시로 잘라내거나 뽑아내서 이제 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만, 그동안 그래도 가게에서 파는 것과는 달리, 향기 좋은 싱싱한 걸 된장에 찍어서 즐겼고, 애들이나 집사람 지인들에게 한 개씩이라도 나눠 줬답니다. - 깻잎은 가뭄에도 잘 견디지만, 물도 자주 줬더니 너무 잘 잘라서 실컷 따먹고도 초간장에 남은 건 넣어서 놔두면 오래 먹죠. 어떤 때는 해를 넘기기도 하여..

2020년 여름 거사네 뜨락 -1

한영애의 '봄날을 간다'를 들으며 즐감하시길--. 청양고추, 상추, 가지, 그리고 귀퉁이에 나무 타고 올라가라고 호박 한 구루도 덤으로 심고-, 유채꽃도 몇 구루 자생-. 이 유채도 근 20년 된 거랍니다. 2001년에 어머니 모시고 설악산과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제주 하얏트 호텔 남쪽에 시든 유채에서 씨앗을 받아와서 뿌린 게 해마다 저리 납니다. 그리고 분꽃도 20년 이상되어 저리 무지막지하게 크면서 향기가 아주 좋은 이쁜 진분홍 꽃(작년 사진)을 피워댑니다. 7월 중순쯤 되면 저리 피죠. 이렇게 한 여름 동안 치닥거리하며 바쁘게 지내면서 들깻잎, 오이, 호박, 고추, 가지 따위를 실컷 따먹다 보면, 가을이 오더군요. 여름휴가로 1, 2주 동안 비울 때는 근처 사는 처제한테 물주기 부탁도 하고, 또 뒷..

집안에 들여논 화분신세-

올해도 예년처럼 겨우살이를 시키려고 10월 16 수술전에 이런저런 화분을 방안으로 들여 보냈다. 장모님이 한 6년 전에 Home Depot 에서 산 조그만한 '사막의 장미'가 저렇게 커져서 이제 둘이서 들어야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 North Carolina의 어느 수목원에서 통꽃인줄 알고 주문한 한국 동백꽃이, 꽃이 핀 후에 꽃잎이 5, 6개로 가라진 일본 동백꽃임을 알고 불평을 하였지만, 다시 보낸 것도 마찬가지라, 그냥 포기하고 동백은 동백이니 키우기로 하였다. 2017년1월에 코스타리카에서 몰래 가져온 씨를 심어서 잘 자란 아라비카 커피 나무, 또 처제가 문병오면서 가져온 서양란과 해묵은 '군자란'. 이 군자란은 지인한테 얻은 건데, 다시 떼어내어 옮겨 심은 것도 믾이 자랐다. ..